2021년 상담 통계

한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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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2021년 동안 780건의 상담을 통해 104명의 피해경험자를 지원했다(2021년 2월 15일~3월 31일은 피해지원 체계 점검을 위해 신규상담 접수를 중단함). 

 2021년의 피해지원 활동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활동가 상담의 역할을 강화한 것이다. 당사자를 직접 만나 피해 경험을 깊이 듣고, 회복 전략을 함께 짜는 팀워크를 발휘하기 위해 힘썼다. 그밖에도 수사와 법적 대응 과정에서 피해경험자의 목소리가 묻히지 않도록 의견서를 제출하고, 신뢰관계인으로 동석했으며, 재판 모니터링으로 법정의 행보를 쫓았다. 수사법률 지원, 심리정서 지원 등의 굵직한 체계 외에도 유효한 대응 방안을 발굴하려고 노력했다. 예컨대 불안피해를 겪는 당사자들과는 실제 피해를 모니터링하며 불안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애썼고, 사이버 공간에서 일어나는 괴롭힘에 대응하기 위해 방송통신심의원회 권리침해 신고 활동 등을 병행했다. 

이러한 활동을 통계로 간추려 2021년의 상담 경향과 쟁점을 톺아본다.






3회 이하의 단기 상담, 그리고 지속 상담을 포함해 780건의 상담이 이루어졌다. 피해경험자는 104명이며 그중 신규 내담자는 90명이다.




각각의 지원이 활용된 사례는 수사법률 28명, 심리정서 연계 9명, 불안피해 모니터링 4명, 기관 연계 11명, 기타 2명이다. 피해지원 활동은 여성주의 관점의 활동가 상담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사이버성폭력의 인과관계는 사회 구조에 있고, 이 사실을 기반으로 피해 경험을 해석하는 작업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회복을 향한 피해경험자의 여정을 조력하는 활동가 상담을 더욱 강화했다.

지원의 큰 축은 수사법률 지원, 심리정서 연계지원이다. 불안피해 모니터링은 당사자의 불안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함께 살핀 뒤 모니터링이 회복에 관여하는 요소라고 판단될 때 이루어진다. ‘기관 연계’는 피해경험자의 거주지, 피해 양상 등 당사자의 특성에 따라 한사성보다 긴밀한 지원이 가능한 기관으로 연계한 것을 가리킨다. ‘기타 지원’은 이미 갖춰놓은 지원 외의 것을 활용한 경우다. 예컨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권리침해 신고 등이 여기 포함된다.




피해 유형으로는 불법촬영이 22%로 가장 높다. 그다음으로는 사이버명예훼손, 모욕, 사이버스토킹 등을 포함한 사이버 공간 내 성적괴롭힘이 17%이다. 비동의유포와 유포협박은 각각 13%, 불안피해는 8%이다. 2021년 상담통계에는 오프라인 성폭력에 사이버성폭력이 동반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는 경향에 따라 강간, 준강간, 강제추행 유형을 더했다.




피해경험자 연령은 20대 29%, 10대 13%, 30대 13%로 나타났다. 40대는 7%로, 2020년 당시 1.7%였던 것과 비교해 다소 늘었다.




피해경험자의 98%는 여성이다.

 



가해자의 70%는 남성이다.

 




피해경험자-가해자 관계에서 가장 높게 집계된 것은 애인 관계 28%, 지인 18%이다. 신원불상은 13%, 채팅 상대는 6%이다. 이 통계는 사이버성폭력이 친밀한 관계와 친밀하지 않은 관계 모두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 사이버 공간의 익명성이 이용된 사례에서는 가해자를 특정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 신원불상으로 집계됐다.

2021년 상담통계에서는 불안피해의 면면을 다시 살핀 뒤 ‘가해자 없음’으로 정돈했다. 불안피해를 일으키는 것은 개인이 아니라 사회다. 불법촬영이나 유포가 실재하지 않는데도 불안에 휩싸이는 이유는 사회가 여성을, 그리고 여성의 성을 어떻게 취급하는지와 연결된다. 여성의 성적 촬영물이 유포됐을 때 일어난 위협, 사이버성폭력의 만연함을 규율하기에 역부족인 법과 제도, 이 모든 것의 바탕이 되는 여성혐오가 불안피해를 만든다.

 그러나 ‘가해자 없음’이라는 표기를 ‘불안을 일으키는 특정한 가해자는 없다’는 뜻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불안피해는 사이버성폭력 경험자들이 일반적으로 겪는 사회적 고통이고, 이 고통은 불법촬영물을 보는 수많은 시선 때문에 더욱 깊어진다. 이번 상담통계에서 ‘가해자 없음’은 사이버 공간에 존재하지만 특정하기 어려운, 이 ‘수많은 시선’을 겨냥한다. 불안피해의 특징을 반영해 경험자-관계자 관계를 더욱 엄밀히 나타내는 방법은 계속해서 고민 중이다.




 

  • 촬영물을 이용하지 않은 사이버성폭력과 입법 공백

성적 모욕, 사이버스토킹, 단체 채팅방에서의 언어 성폭력, 피해경험자를 사칭하는 SNS 계정을 만들어 성적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사례 등 촬영물을 이용하지 않은 사이버성폭력은 점점 늘어나고 있으나 이를 성폭력으로 다룰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미비하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대한 특례법」 제13조(통신매체이용음란죄)가 그나마 가능성이 있지만, 이 조항은 가해를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로 한정한다. 가해자를 수사하고 적법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피해자는 성폭력 피해의 관점에서 지원받을 수 있도록 사이버 공간 내 성적 괴롭힘을 성폭력으로 다루는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

한편 한사성은 사이버스토킹을 성적 괴롭힘이라는 큰 분류 안에 포함해 다뤄왔다. 그러나 사이버스토킹 사례가 점점 증가하는 추세에 따라 이를 성적 괴롭힘과 분리해 별개로 다루는 편이 현실을 더욱 선명하게 반영하는 것일지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 백래시의 범람 속에서 일어나는 페미니스트 혐오

2021년은 백래시가 확산되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낀 해였다. 여성혐오적 현실을 살피고 변화를 약속해야 할 정치인들은 오히려 “반페미니즘”을 내세우며 표를 얻고자 했고, 심지어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놨다. 

이러한 흐름에서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페미니스트로 보인다는 이유로, 페미니즘과 관련된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익명의 사람들에게 사이버불링과 성적 괴롭힘을 경험한 사례들이 한사성에도 도착했다. 당사자들은 사이버 공간에서 신상이 밝혀지는 피해를 입었고, 이것이 온라인에서든 오프라인에서든 연쇄적인 피해를 만들까 봐 두려워했다. 최초의 피해 경험은 자신을 드러내고 말하는 정치적 활동을 제한하게 되는 데로 이어지기도 했다. 당사자들은 법적 대응을 고민하면서도 “모욕”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자신의 피해 경험을 온전히 드러낼 수 없는 법적 한계 등의 배경 때문에 상황이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리기도 했다. 한사성은 피해경험자와 함께 백래시에 굴하지 않고 함께 견뎌낼 힘을 기르고자 노력했으며, 앞으로 이러한 혐오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고민할 것이다.


  • 성차별적인 사회와 분리되지 않는 사이버성폭력

사이버 공간은 ‘현실’과 분리된, 모두에게 평등하고 자유로운 공간이라고 여겨지기 쉽다. 이러한 특성 때문인지 “사이버성폭력”이라고 하면 낯선 악인에 의해 우연히 발생하는 불법촬영, 합성편집 등의 피해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사이버 공간을 구성하는 사람들이 곧 오프라인 공간을 구성하므로 두 공간은 분리되지 않는다. 여성혐오 사회는 사이버 공간 또한 여성혐오로써 구성하며, 사이버/성폭력은 이 구조에서 발생한다. 이를 보여주는 것이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사이버성폭력이다. 피해경험자-가해자 관계에서 가장 높게 나타난 것은 ‘애인 관계’였다. 친밀한 관계에 내재하는 권력관계를 이용해 불법촬영, 비동의 유포, 유포협박이 일어나는 사례들이 여전히 존재하며, 이러한 피해들이 오프라인 성폭력과 결합해 발생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 피해의 사소화, 피해경험자의 삭제된 권리

2021년에도 적지 않은 피해경험자들이 수사 과정에서 피해를 인정받지 못하거나 축소되는 것을 경험했다. 신고를 받아주지 않거나, 신고와 고소 과정에서 ‘사건이 될 수 있는지 없는지’가 판단되거나 ‘신고할 만한 사안이 아니다’라는 등의 말을 들어야 했다. 또한 수사관이 공개적인 장소에서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다른 이들이 그 장면을 구경하거나, 성폭력 피해자의 권리를 제대로 소개받지 못하는 등 수사기관에서 피해자의 권리가 보장되는 것은 아직도 먼 일로 보인다. 수사기관은 사이버성폭력 피해경험자의 권리를 존중하고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라는 오래된 문제 제기를 올해도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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