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하드 카르텔, 디지털 성범죄의 진화] 上 양진호는 왜 제대로 처벌 받지 않았는가?

한사성
2025-09-03
조회수 341

* 2025.08.29 여성신문에 보도된 특별기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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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하드 카르텔, 디지털 성범죄의 진화] ⓞ 시작에 앞서 : https://n.news.naver.com/article/310/0000129070?sid=102

[웹하드 카르텔, 디지털 성범죄의 진화] 上 양진호는 왜 제대로 처벌 받지 않았는가? : https://n.news.naver.com/article/310/0000129071

[웹하드 카르텔, 디지털 성범죄의 진화] 下 웹하드 카르텔 이후, ‘합법’과 ‘불법’ 틈새의 폭력과 혐오 산업 : https://n.news.naver.com/article/310/0000129072?sid=110



지난 6월 대법원은 '웹하드 카르텔'의 핵심 인물 양진호 전 한국미래기술 회장에게 징역형을 확정했지만, 성착취물 유통으로 번 350억원의 수익에 대해서는 한 푼도 몰수하지 않았다. 이에 여성신문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기획 연재를 통해 웹하드 카르텔의 작동 원리와 온라인의 성폭력 산업을 막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묻는 데에 한국 사회가 왜 실패했는지를 살펴본다. 나아가 폭력과 혐오 산업을 이루는 젠더 규범과 규제법의 한계를 짚는다. [편집자주]


''양진호 전 한국미래기술 회장은 성착취물을 유통해 350억원의 불법수익을 챙긴 '웹하드 카르텔'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연합뉴스
''양진호 전 한국미래기술 회장은 성착취물을 유통해 350억원의 불법수익을 챙긴 '웹하드 카르텔'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연합뉴스


2018년, 직원들에 대한 엽기적인 갑질 폭행으로 화제가 된 양진호는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남았다. 하지만 '웹하드 카르텔'은 웹하드 사업자가 헤비업로더를 조직해 피해촬영물을 대량으로 유통하고, 필터링 업체와 삭제 업체와 유착하여 피해촬영물을 상품으로 해 '업로드(업로더)-유통(웹하드)-필터링(업체)-삭제(업체)'로 이어지는 수익 구조를 구축한 사건이다.


2017년 웹하드 문제를 추적하던 초기,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이하 한사성)는 디지털 장의사(삭제 업체)와 웹하드 회사의 리스트를 정리하면서 두 회사가 같은 건물, 인접한 호실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추적 끝에 드러난 상황은 이러했다.


웹하드 업계 1, 2위의 수익을 올렸던 위디스크(주식회사 이지원인터넷서비스)와 파일노리(주식회사 선한아이디)를 실소유하고 있던 양진호는 전체 웹하드 업계의 60~70%가량의 필터링을 담당하던 주식회사 뮤레카 역시 실소유하고 있었다. 뮤레카는 '나를찾아줘'라는 삭제 업체를 공공연히 함께 운영하고 있었다.


이는 곧 웹하드 사업자가 필터링 업체를 사실상 소유하고 있었다는 의미이며, 불법 정보의 업로드 및 다운로드 여부를 걸러내는 필터링 과정을 웹하드 사업자가 임의로 조작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피해자들은 필터링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업로드나 다운로드 되지 않았을 자신의 피해촬영물을 삭제하기 위해 삭제 업체에 돈을 주고 의뢰해야만 했다. 피해자들은 삭제 업체에 의뢰하며 웹하드에서 자신의 피해촬영물이 삭제되길 기대했지만, 웹하드는 피해촬영물의 필터링 조치를 무력화하고 영상의 유통을 통해 수익을 얻었다.


또한 웹하드 사업자는 헤비업로더들을 조직해 관리하며 피해촬영물을 적극적으로 유통했다. 웹하드 사업자는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올리는 것인데, 이를 어떻게 다 관리, 감독할 수 있겠는가"라고 주장했지만, 실상 웹하드 이용자들의 업로드는 웹하드의 기획과 무관하지 않았다.


웹하드 카르텔 구조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웹하드 카르텔 구조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웹하드 카르텔 대응 운동: 사이버성폭력의 산업구조를 폭로하다


한사성과 이선희 다큐멘터리 감독은 업로드(업로더)–유통(웹하드)–필터링(필터링 업체)–삭제(삭제 업체)로 이어지는 행위 주체들 간의 유착 관계를 드러내기 위해 이 사건을 '웹하드 카르텔'로 명명했다. 이러한 유착을 폭로하는 이유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구조적 책임을 드러내기 위함이었다. 웹하드 업체나 필터링·삭제 업체는 겉으로는 모두 합법적으로 등록된 사업 운영의 외피를 두르고 있기 때문에 웹하드에는 약 10만 건에 달하는 피해촬영물로 추정되는 영상이 유통되고 있어도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일부 '헤비 업로더' 뿐이며, 그마저도 기껏해야 음란물 유포죄 적용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웹하드 카르텔 대응 운동은 웹하드가 형성한 수익 구조의 상품을 기존의 음란물, 불법 저작물, 청소년유해매체물의 개념이 아니라 피해촬영물로 전환하고자 하였다. 이를 통해 웹하드 카르텔 대응 운동은 궁극적으로 웹하드 카르텔을 성폭력으로 문제화하여 사이버성폭력의 산업구조를 폭로하고자 했다.


양진호는 왜 제대로 처벌 받지 않았는가?


2018년 한사성이 경기남부경찰청에 웹하드 카르텔을 제보한 이후 7년만인 2025년 6월 5일, 양진호에 대한 대법원 선고가 있었다. 대법원은 검사와 피고인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양진호는 횡령, 배임 등의 혐의는 일부 유죄로 인정되었지만, 단 107건의 게시물에 대한 성폭력처벌법위반 방조, 수많은 음란물을 게시했다는 혐의인 정보통신망법 위반 방조 혐의만 인정됐고,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은 무죄, 범죄수익은 몰수·추징되지 않았다.


사이버성폭력의 산업구조를 폭로하고자 하였던 웹하드 카르텔 대응 운동의 문제의식은 수사·재판과정에서 '음란물 유포'로 조각났다. 이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카메라등이용촬영죄)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라는 이미지 내용의 음란성과 '의사에 반한 촬영 혹은 유포'라는 동의 여부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웹하드에 유통되었던 다수의 영상은, 촬영·유포에 대한 당사자의 동의를 확인할 수 없었고, 나체가 노출된 많은 영상은 결국 판결문에서는 '음란물'로 간주됐다.


대법원은 2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법원은 2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1심 판결문에서는 '음란'이라는 개념을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여 설명한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1항 제1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음란'이란 사회통념상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2019. 1. 10. 선고 2016도8783 판결 참조)


사회통념은 무엇인가. 일반 보통인은 누구인가. 성적 흥분은 나쁜가. 정상적인 것은 무엇인가. 성적 수치심은 왜 생기는가. 성적 도의 관념은 무엇인가. 이 모든 것들이 질문되지 않은 '음란' 개념이 바로 '음란한 여성'이라는 시선과 낙인으로 디지털성폭력 피해를 구성한다. 결국 웹하드 카르텔 대응의 결과, 온라인 젠더기반폭력을 가능하게 하는 '음란'함을 문제시하는 모순적인 판결이 남았다.


웹하드 카르텔 이후의 법 제도


웹하드 카르텔과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이후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과 관련된 법과 제도는 급히 정비됐지만, 여전히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는 않다.


무엇보다도 법 제도의 집행이 늦고, 관리·감독이 부실하다. 불법촬영물 등의 유통을 방지를 위한 부가통신사업자의 의무를 다루는 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의 5는 2020년 5월에 신설되었으나 5년만인 2025년 2월 28일에야 첫 번째 처분이 내려졌다. 정보통신망법 제64조의5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게 매년 투명성 보고서를 제출할 의무를 부과했지만 관리·감독 부실 속에서 형식적 절차에 머무르며, 제출 자체가 곧 책임을 다했다는 외피로 활용되고 있다.


본질적으로는 규제 대상인 '불법촬영물 등'은 성폭력처벌법에 따른 비동의 촬영물·편집물,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포함한다. 그러나 현행법에 의존한 규제조치는 기존 법 관점의 한계를 답습할 수밖에 없다. '불법촬영물 등'을 기준을 하고 있을 때 사업자 규제의 목적 또한 불법촬영물 유통방지와 음란물 유통방지, 청소년 보호라는 목적이 혼재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는 '왜, 무엇의 유통을 막아야 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부터 다시 필요하다.


2018년 11월 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웹하드 카르텔 규탄 긴급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여성신문
2018년 11월 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웹하드 카르텔 규탄 긴급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여성신문


웹하드 카르텔 이후, 온라인 젠더기반폭력의 고리를 끊기 위한 질문


웹하드 카르텔 대응 운동으로 사이버성폭력을 산업화된 폭력으로 문제화하며 개별 유포자를 넘어서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을 높이고, 법제도를 보완할 수 있었고, 웹하드의 피해 촬영물 유통의 규모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웹하드는 인터넷방송, 포르노 산업, 웹툰 산업과 연결돼 명맥을 잇고, 인터넷방송, 유튜브, 각종 커뮤니티와 SNS 등 온라인에서 여성혐오를 이용하는 수익 구조는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동의 여부'와 '음란성'을 기반으로 하는 성폭력 판단은 산업화된 성폭력과 여성혐오적인 산업 개입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웹하드 카르텔 대응 운동 당시 "무엇이 피해촬영물인가"라는 질문에 '동의 여부'로도, '음란성'으로도 대답을 하기 어려웠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보고자 한다. "온라인 젠더 기반 폭력은 무엇으로 구성되는가?", "성/폭력/혐오 산업의 문제는 무엇인가", "우리가 바라는 온라인 생태계는 어떤 모습인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온라인 플랫폼과 이용자의 역할은 무엇일까?"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여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 shi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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