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로그라인]
N번방으로 세상이 시끄럽던 2020년, 친구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디지털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가 되었으니 자신을 믿고 도와줄 수 있냐고. 그로부터 시작된 2년 간의 투쟁기이자, 그냥 함께 있어 재밌었던 시간들.
지난 7월 4일 오후 3시, 서교동에 위치한 엠북카페에서 다큐멘터리 <영웅서사> 상영회가 진행되었어요.
<영웅서사>는 사이버성폭력 피해 경험 이후, 피해경험자와 두 명의 친구가 어떻게 그 시간을 함께 지나왔는지 기록한 다큐멘터리입니다. 지난 25년 12월,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앞서 진행된 상영회에 참여한 한사성 활동가가 영화를 보고 돌아와 꼭 한사성에서도 함께 보고싶다며 상영회를 제안해주었는데요. 꼬박 반년이 지나, 7월 초여름이 되어서야 드디어! 한사성에서 <영웅서사> 상영회를 진행하는 날이 다가왔어요.

날 좋은 토요일에도 상영회에는 50분이나 신청해주셨고, 그 중 서른분이 넘게 자리해주셨어요. GV로 참여하시기로 한 감독님과 영웅님 역시 관람부터 함께하기 위해 일찍이 도착하셨습니다. 카페가 꽉 찰 무렵, 효린 활동가의 사회와 함께 영화가 시작되었어요.
영화는 한시간 반 정도의 러닝타임으로 상영되었는데요. 다함께 와하하 웃기도 하고, 펑펑 울기도 했더니 금세 영화가 끝나버렸어요. 한사성 활동가들은 상영회 준비 전 다함께 미리 보았는데도, 처음 보는 것처럼 감동이 그대로였답니다. 영화를 마친 후에는 잠시 간의 자리 정돈 시간을 가진 후, 영웅님과 감독님 두 분을 모시고 함께 영화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마련했어요.
효린 활동가가 영화 소감을 나누고, 미리 준비한 질문들을 드리며 GV가 시작되었어요. 영화는 사이버 성폭력 피해 경험 이후, 세 친구가 함께 그 과정에서 나눈 돌봄과 조력의 순간들을 조명해내는데요. 특히 한사성은 <영웅서사> 상영회를 준비하며 피해경험만큼이나, 피해경험자의 곁에 있는 사람과 돌봄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었어요.
영화에서 영웅님의 연대자인 두 친구는 피해 경험 이후 영웅님과 같이 살기도, 불법촬영 사이트를 모니터링하기도, 영화를 만들기도 합니다. 그 실천이 어떤 마음으로 가능했는지에 대해 두분이 공통적으로 나눠주신 것은 지금 생각해보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당시엔 당연하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는 이야기였어요. 특히 영웅님과 함께 살기도 했던 연대자님께서는, 자신만 돌봄을 제공한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자신의 불안과 어려움들 역시 회복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피해경험자를 돌보고 연대하는 일이 꼭 일방향인 것이 아니라, 연대자들과 상호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무척 중요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시에 영웅님께 이 연대의 과정이 어떤 힘을 주었는지에 대해서도 여쭈었어요. 영웅님은 꼭 영화 안에 담긴 것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의 지지와 도움이 있었음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장문의 탄원서를 작성해주기도, 대자보를 디자인하고 검수해주기도, 영웅님과 영상통화를 하며 그의 일상을 살피기도 하는 식으로요. 특히 막막하고 어려워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친구들의 유머로 함께 웃는 순간들이 큰 힘이 되었다고 하셨어요. 이 부분은 감독님이 영화에 담으려고 노력하셨던 주요한 부분으로 언급되기도 했는데요. <영웅서사>는 친구들 외에 다른 이들에게 보여줄 생각을 하지 않고 만드신 영화라허고 해요. 그렇기에 우리 너무 힘들기만 한 건 아니었지, 그래도 재밌었지, 하는 말들을 서로에게 해주고 싶어서 웃는 장면들을 일부러 배치하기도 했다고 말씀하셨어요. 슬펐던 이야기들을 하더라도, 그 다음이 있는 장면들을 넣고 싶었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두분의 말마따나, 영화에서 유머는 아주 큰 역할을 합니다. 이는 피해경험이 단절된 종류의 것이 아니라 경험자의 구체적인 삶 속에서 발딛고 있으며 때로는 깔깔 웃고, 좋아하는 스포츠 경기도 보고, 웃긴 성대모사도 하고, 서로를 끌어안는 평범한 일상들과 연결되어 되어있음을 보여주지요. 영화의 로그라인에도 담겨있듯, “그냠 함께 있어 재밌었던 시간들”은, 피해경험이 전부가 아닌 피해경험자의 다양하고 구체적인 일상을 상상해낼 수 있게 만든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미리 준비한 질문 말고도, 영화를 인상깊게 보셨다는 참여자 분들의 다양한 후기와 질문이 오갔습니다. 영화를 다른 곳에서 볼 수는 없는지, 피해경험에 대한 이야기라 슬플 줄만 알았던 내 안의 편견을 깼다는 후기, 제작 단계의 편집본을 처음 봤을 당사자들의 후기가 궁금하다는 질문 등… 예정된 진행 시간을 꽉 채워 이야기가 진행되었어요.
마지막으로는 영웅님께서 오늘 상영회에 와주신 분들께 직접 써오신 편지를 읽어 드리는 시간이 있었어요. 따로 요청드리거나 생각하지 않았는데, 영웅님께서 사전에 먼저 이야기해주신 부분이라 상영회를 준비한 활동가들도 기쁘게 낭독을 들었습니다. 편지에는 영웅님이 이 자리에 기꺼이 함께해주신 참여자 분들께 전하는 마음이 담겨있었어요. 특히 “오늘 이곳에 와주신 분들께도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어떤 생채기가 남는 건 아닐까 하는 그런 걱정이 되었습니다. (...) 그럼에도 오늘 피하지 않고 함께 직면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어요.”라고 쓰여있던 부분이 아직도 마음에 깊게 남아있습니다.
상영회는 이렇게 마음이 뜨끈해지는 편지 낭독을 끝으로 마무리 되었어요. 토요일 한낮에 기꺼이 모여 연대와 조력, 돌봄을 함께 상상해주신 영웅님들, 또 참여자 분들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다른 피해경험자들도 연대와 함께한다면 외부의 압력에도 견고할 것이라는 영웅님의 이야기처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역시 사이버 성폭력 피해경험자가 부당함에 맞설 때 혼자 두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지금처럼 가열차게 활동해나가겠습니다.

[다큐멘터리 로그라인]
N번방으로 세상이 시끄럽던 2020년, 친구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디지털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가 되었으니 자신을 믿고 도와줄 수 있냐고. 그로부터 시작된 2년 간의 투쟁기이자, 그냥 함께 있어 재밌었던 시간들.
지난 7월 4일 오후 3시, 서교동에 위치한 엠북카페에서 다큐멘터리 <영웅서사> 상영회가 진행되었어요.
<영웅서사>는 사이버성폭력 피해 경험 이후, 피해경험자와 두 명의 친구가 어떻게 그 시간을 함께 지나왔는지 기록한 다큐멘터리입니다. 지난 25년 12월,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앞서 진행된 상영회에 참여한 한사성 활동가가 영화를 보고 돌아와 꼭 한사성에서도 함께 보고싶다며 상영회를 제안해주었는데요. 꼬박 반년이 지나, 7월 초여름이 되어서야 드디어! 한사성에서 <영웅서사> 상영회를 진행하는 날이 다가왔어요.
날 좋은 토요일에도 상영회에는 50분이나 신청해주셨고, 그 중 서른분이 넘게 자리해주셨어요. GV로 참여하시기로 한 감독님과 영웅님 역시 관람부터 함께하기 위해 일찍이 도착하셨습니다. 카페가 꽉 찰 무렵, 효린 활동가의 사회와 함께 영화가 시작되었어요.
영화는 한시간 반 정도의 러닝타임으로 상영되었는데요. 다함께 와하하 웃기도 하고, 펑펑 울기도 했더니 금세 영화가 끝나버렸어요. 한사성 활동가들은 상영회 준비 전 다함께 미리 보았는데도, 처음 보는 것처럼 감동이 그대로였답니다. 영화를 마친 후에는 잠시 간의 자리 정돈 시간을 가진 후, 영웅님과 감독님 두 분을 모시고 함께 영화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마련했어요.
효린 활동가가 영화 소감을 나누고, 미리 준비한 질문들을 드리며 GV가 시작되었어요. 영화는 사이버 성폭력 피해 경험 이후, 세 친구가 함께 그 과정에서 나눈 돌봄과 조력의 순간들을 조명해내는데요. 특히 한사성은 <영웅서사> 상영회를 준비하며 피해경험만큼이나, 피해경험자의 곁에 있는 사람과 돌봄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었어요.
영화에서 영웅님의 연대자인 두 친구는 피해 경험 이후 영웅님과 같이 살기도, 불법촬영 사이트를 모니터링하기도, 영화를 만들기도 합니다. 그 실천이 어떤 마음으로 가능했는지에 대해 두분이 공통적으로 나눠주신 것은 지금 생각해보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당시엔 당연하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는 이야기였어요. 특히 영웅님과 함께 살기도 했던 연대자님께서는, 자신만 돌봄을 제공한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자신의 불안과 어려움들 역시 회복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피해경험자를 돌보고 연대하는 일이 꼭 일방향인 것이 아니라, 연대자들과 상호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무척 중요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시에 영웅님께 이 연대의 과정이 어떤 힘을 주었는지에 대해서도 여쭈었어요. 영웅님은 꼭 영화 안에 담긴 것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의 지지와 도움이 있었음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장문의 탄원서를 작성해주기도, 대자보를 디자인하고 검수해주기도, 영웅님과 영상통화를 하며 그의 일상을 살피기도 하는 식으로요. 특히 막막하고 어려워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친구들의 유머로 함께 웃는 순간들이 큰 힘이 되었다고 하셨어요. 이 부분은 감독님이 영화에 담으려고 노력하셨던 주요한 부분으로 언급되기도 했는데요. <영웅서사>는 친구들 외에 다른 이들에게 보여줄 생각을 하지 않고 만드신 영화라허고 해요. 그렇기에 우리 너무 힘들기만 한 건 아니었지, 그래도 재밌었지, 하는 말들을 서로에게 해주고 싶어서 웃는 장면들을 일부러 배치하기도 했다고 말씀하셨어요. 슬펐던 이야기들을 하더라도, 그 다음이 있는 장면들을 넣고 싶었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두분의 말마따나, 영화에서 유머는 아주 큰 역할을 합니다. 이는 피해경험이 단절된 종류의 것이 아니라 경험자의 구체적인 삶 속에서 발딛고 있으며 때로는 깔깔 웃고, 좋아하는 스포츠 경기도 보고, 웃긴 성대모사도 하고, 서로를 끌어안는 평범한 일상들과 연결되어 되어있음을 보여주지요. 영화의 로그라인에도 담겨있듯, “그냠 함께 있어 재밌었던 시간들”은, 피해경험이 전부가 아닌 피해경험자의 다양하고 구체적인 일상을 상상해낼 수 있게 만든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미리 준비한 질문 말고도, 영화를 인상깊게 보셨다는 참여자 분들의 다양한 후기와 질문이 오갔습니다. 영화를 다른 곳에서 볼 수는 없는지, 피해경험에 대한 이야기라 슬플 줄만 알았던 내 안의 편견을 깼다는 후기, 제작 단계의 편집본을 처음 봤을 당사자들의 후기가 궁금하다는 질문 등… 예정된 진행 시간을 꽉 채워 이야기가 진행되었어요.
마지막으로는 영웅님께서 오늘 상영회에 와주신 분들께 직접 써오신 편지를 읽어 드리는 시간이 있었어요. 따로 요청드리거나 생각하지 않았는데, 영웅님께서 사전에 먼저 이야기해주신 부분이라 상영회를 준비한 활동가들도 기쁘게 낭독을 들었습니다. 편지에는 영웅님이 이 자리에 기꺼이 함께해주신 참여자 분들께 전하는 마음이 담겨있었어요. 특히 “오늘 이곳에 와주신 분들께도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어떤 생채기가 남는 건 아닐까 하는 그런 걱정이 되었습니다. (...) 그럼에도 오늘 피하지 않고 함께 직면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어요.”라고 쓰여있던 부분이 아직도 마음에 깊게 남아있습니다.
상영회는 이렇게 마음이 뜨끈해지는 편지 낭독을 끝으로 마무리 되었어요. 토요일 한낮에 기꺼이 모여 연대와 조력, 돌봄을 함께 상상해주신 영웅님들, 또 참여자 분들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다른 피해경험자들도 연대와 함께한다면 외부의 압력에도 견고할 것이라는 영웅님의 이야기처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역시 사이버 성폭력 피해경험자가 부당함에 맞설 때 혼자 두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지금처럼 가열차게 활동해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