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5월 17일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이 발생한지 올해(2026년)로 10년이 되었습니다. 지난 3월 18일, 서울여성회와 서페대연에서 강남역 사건 10주기를 맞아 토론회를 열었고,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여파 활동가가 발제로 함께 했습니다.

이나영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의 <강남역 10년, 그리고 빛의 혁명 : 성평등 민주주의를 향한 궤적과 미래 과제 - 강남역 여성살해사건이 남긴 한국여성운동의 의미와 지형> 발제로 시작하였습니다.
이나영 교수는 강남역 사건을 여성혐오에 의한 살해로 의미화하며 일상의 공포가 정치적 의제로 폭팔한 사건으로 해석했습니다. 이어 2017년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선언, 2018년 미투운동과 혜화역시위, 2019년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과 N번방 입법까지 누적된 부정의에 맞선 거대한 파동이 일었다고 보았습니다. 그 이후 백래시가 도래하여 한국의 안티페미니즘은 조직적인 정치 세력으로 부상했으며, ‘공정’ 담론을 무기화하여 남성이 역차별의 희생자라는 프레임을 창조했고, ‘페미’라는 단어를 비사와 사상 검증의 수단으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습니다. 남초 커뮤니티와 언론, 정치권의 합작품으로 자란 혐오의 정치는 청년 남성 집단의 극우화로 이어졌다고 말합니다.
한편 페미니즘 운동에 대한 외부의 거센 공격과 더불어, 운동 내부에서도 생물학적 본질주의와 교차적 연대로 나뉘어 치열한 노선 갈등이 발생했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다시 희망을 윤석열 정권의 비상계엄에 맞선 2030 여성 주권자들에게서 찾습니다. 앞으로의 한국 여성운동의 과제로 반전 평화 연대, AI 시대의 ‘디지털 시민권’ 확립을 꼽았습니다.

이어 이현재 서울시립대학교 인문학연구소 교수가 <강남역 그 후, 백래시에서 극우화로- 물화된 정체성 정치와 방어적 물화의 징후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이어갔습니다.
강남역 사건으로 디지털페미니즘이 부상했는데, 그 후에 ‘백래시는 줄어들거나 종결되었는가?’, ‘여성들은 좀 더 해방된 사회로 나아갔는가?’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현재 교수는 백래시는 극우화로 강화 및 확대되어 나타났다고 주장합니다. 2025년 1월 18일 서부지법 집회에 20-30대 여성 참여율이 20-30대 남성보다 더 높은 것을 보여주며 청년 여성들도 극우화되어 있음을 짚습니다. 한국의 극우화는 신자유주의적 불안과 안티페미니즘, 종교적 선동과 정치적 선동에서 기인했다고 분석합니다.
그렇다면 극우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이현재 교수는 극우는 ‘물화된 정체성 정치’에 기반한다고 보았습니다. 낸시 프레이저를 인용하며 “물화”란 인정투쟁의 과정에서 젠더, 인종, 계급과 같은 집단이 “극적으로 단순화된 집단 정체성”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소개합니다. ‘물화’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디지털페미니즘도 설명하는데요, 디지털페미니즘이 미러링 전략을 채택했던 것은 ‘방어적 물화의 징후’였다고 표현합니다. ‘물화의 징후’인 이유는 미러링은 남/녀 이분법을 해체하기보다, 남/녀의 정체성을 반복적으로 인용하는 가운데에 받은 것을 되돌려주는 방식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미러링을 반복할수록 여성과 남성은 마치 단일한 정체성을 가진 집단인 듯 단단해진다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물화의 징후’ 앞에 ‘방어적’이 붙은 이유는 디지털 페미니즘은 분명 혐오 세력의 물화된 정체성 정치에 저항하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현재 교수는 디지털 페미니즘이 저항의 과정에서 다시 물화된 정체성 정치를 사용했기 때문에 ‘방어적 물화의 징후’라고 명명합니다.
이후 페미니즘이 우경화되면서 공포의 극대화와 안전 제일주의가 발생하고, 여성의 자기계발과 여성 우선주의가 등장했으며, 정의보다 자기계발이 강조되었다고 분석합니다. 이로써 정체성 정치가 강화되는 가운데에 진보적 페미니즘과 극우의 경계가 흐릿해졌다고 평가합니다. 앞으로는 변혁적 정치를 위해서 정체성 정치 모델에서 지위 모델로 이동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인정 정치, 집단적 정체성의 구분을 해체하는 변혁적 정치가 필요함을 강조하며 발제를 마쳤습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의 여파 활동가는 <강남역 이후 등장한 새로운 여성폭력 대응 운동 돌아보기>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했습니다.
‘페미니즘 리부트’ 시기 온라인 상의 여성혐오와 이미지를 이용한 성폭력과 성착취에 대항하는 운동이 온라인에서 거세게 일어났고 대표적으로 소라넷 폐쇄 운동이 있었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소라넷 폐지 운동이 불거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던 건 ‘워터파크 여자 탈의실 불법촬영 사건’이었는데, ‘여성이라면 누구나 찍히고 유포 될 수 있다’는 각성은 많은 여성들이 디지털성폭력 대응 운동에 참여하도록 했습니다. 한사성은 ‘여성들이 왜 불안한가?’라는 질문에 사회가 함께 응답해야하는 책임이 있다고 보았고, 불안이 사회적 고통임을 알리고, 이들이 겪는 어려움에 함께 대응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불안하다는 감각은 안전하기 위해 동일한 사람들끼리만 모여야 한다는 배제의 정치로 이어졌다고 보았습니다. 트랜스젠더와 성매매 여성에 대한 혐오가 페미니즘 운동 안에서 강해지고 있는 상황인 점을 한계로 짚었습니다. 따라서 여성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트랜스젠더와 성매매 여성을 배제하는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젠더 규범을 흔들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디지털성폭력 피해자의 고통은 젠더 규범을 어겼다는 사회적 낙인이라고 보며, 젠더 규범을 어긴 자들과 연대하기를 제안하며 발표를 마쳤습니다.

박지아 서울여성회 성평등교육센터장 <강남역을 잊지 않는 여성들의 각성! 결집! 행동!-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추모행동의 의미와 과제>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하였습니다.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이후 강남역을 뒤엎었던 포스트잇과 SNS의 대표 구호는 “여자라서 죽었다.” “운이 좋아서 살아남았다.”였다고 말하며, ‘여성혐오 범죄’라는 명명을 부정하는 것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지속되고 있는 여성폭력·젠더 폭력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자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거부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밖에 없었다고 분석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자라서 죽었다.’라는 문장으로 상징되듯이, 강남역 여성살해사건이 여성폭력·젠더폭력 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명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고 평가합니다. 하지만 그 이후 여성폭력·젠더폭력 운동은 ‘교차성 페미’와 ‘래디컬 페미’라는 두 개의 진영으로 양분되었고, 결과적으로 여성폭력과 젠더폭력이라는 용어도 수난을 겪었다고 보았습니다. 사회구조적인 성차별을 부정하는 세력과 페미 니즘 내부의 논쟁까지 더해서, 여성폭력은 여성만을 강조한다는 의미로 ‘생물학적 여성만을 중시하 는 진영’의 대표 언어로, ‘젠더폭력’은 ‘여성을 덜 중요하게 여기는 진영’의 대표 언어로 자리잡은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고 해석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 안전’의 상이 무엇인지, 과연 단 하나의 폭력도 벌어지지 않는 상태만을 안전으로 여기 는 것이 적절한지 아니면 폭력과 피해자에 대한 해석을 변화시키는 투쟁이 함께 진행되어야 하는지, 안전이 다른 이들의 인권과 경합한다고 여겨지는 상황에서 무엇을 기준으로 어떤 해결책이 가능할 것인가, 성차별이 사회구조적인 문제라면 사회구조적인 무수한 차별과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등의 토론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 큰 문제이며 ‘여성 안전’, ‘여성폭력·젠더폭력’ 명명이 중요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어 권수정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이 <우리는 어떻게 여성혐오와 싸우며 죽지 않고 살까? 토론1 서로의 인권을 존중하는 편안한 세상을 위해, ILO190호 협약 비준을 촉구하며>라는 제목으로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우리가 여성혐오를 만나는 장소가 ‘강남역’이라는 말은 숨쉬는 모든 순간이 안전하지 않다는 말이며, 그 모든 장소 중 일터의 안전을 국제노동기구 ILO190호 협약 비준의 촉구를 중심으로 발표하였습니다.
김난이 비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여성의 삶이 존중되고, 평화로운 공존이 가능한 돌봄공동체를 향해 가는 여정으로>라는 제목으로 토론했습니다. 강남역 사건 이후 2030 여성들이 ‘비혼’과 ‘탈코르셋’ 실천을 선택하며 사회적협동조합 비비를 찾아왔지만 정치적 입장과 관심사가 달라서 적극적 연대가 어려웠던 경험, 그리고 최근 4B 운동으로서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비혼의 삶으로의 가능성을 찾기 위한 고민을 나누고 정책 논의를 했던 경험을 나누어주었습니다.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을 통해 변신을 꾀한 비혼 여성들이 다른 얽힘의 공동체를 상상하고 그 안에서 존중받고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법들을 찾고 있다고 합니다.
강나연 서페대연(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 운영위원은 <강남역 10주기로 만들어야 할 대학 여성운동의 변화>라는 제목으로 토론했습니다. 페미니즘 리부트 시기와 달리 최근 대학에서의 페미니스트 운동의 어려움을 소개하며 강남역 여성살해사건이 2026년 대학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질문으로 시작하였습니다. 2026년 대학은 안티페미니즘과 백래시의 공간이며, 성평등과 민주주의로부터 퇴행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에 맞서 여성들과 페미니스트들은 스텔스 페미니즘(적군에게 탐지되지 않는 기술인 스텔스와 페미니즘의 합성어로, 스스로 페미니스트이면서 주변에 페미니스트라는 것을 알리지 않고 숨기는 경향)을 선택하거나, 여학생 기구들은 존폐위기에 맞서 생존 투쟁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거센 백래시의 시대이자 퇴행의 최전선에서 살아가는 페미니스트들에게 페미니스트임을 숨기거나, 백래시에 맨몸으로 맞서거나 두 가지의 선택지밖에 남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강남역 여성살해사건의 ‘결집’과 ‘행동’은 일정하게 계승(또는 발전적 계승)되지 못한 채 단절되었기 때문이 아닐지 질문합니다.
이어 강남역 10주기로 대학 여성운동에 만들 변화와 가능성을 꿈꿉니다. 먼저 투쟁의 역사를 기억하며 페미니즘을 향한 왜곡에 직접 맞서며, 함께 맞설 수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을 때 반격의 순간이 올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또한 서페대연이 수도권 대학에서 진행했던 캠페인에 참여했던 수 많은 사람들을 떠올리며 대학에 씨앗을 더 많이 심는 일을 해야한다고 말합니다. 이현재 교수의 발제에서는 물화된 정체성 정치를 벗어나야한다고 하였지만, 대학 여성운동에서는 ‘여성’운동을 한다는 정체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토론회는 오후 7시반에 시작하여 10시까지 이어졌습니다. 현장 참석자들이 서울여성플라자 시청각실을 가득 메웠고 유튜브 생중계도 100여명이 넘는 분들이 함께 하셨습니다. 많은 분들이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의 의미를 2026년에 되새기고, 그간의 운동을 평가하며 앞으로 운동의 방향을 그릴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나 싶습니다.
강남역 10주기 토론회는 지난 9년간의 한사성의 활동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2027년은 한사성 창립 10주년입니다. 앞으로도 지난 운동을 평가하고 다음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사진 출처: 서울여성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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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17일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이 발생한지 올해(2026년)로 10년이 되었습니다. 지난 3월 18일, 서울여성회와 서페대연에서 강남역 사건 10주기를 맞아 토론회를 열었고,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여파 활동가가 발제로 함께 했습니다.
이나영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의 <강남역 10년, 그리고 빛의 혁명 : 성평등 민주주의를 향한 궤적과 미래 과제 - 강남역 여성살해사건이 남긴 한국여성운동의 의미와 지형> 발제로 시작하였습니다.
이나영 교수는 강남역 사건을 여성혐오에 의한 살해로 의미화하며 일상의 공포가 정치적 의제로 폭팔한 사건으로 해석했습니다. 이어 2017년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선언, 2018년 미투운동과 혜화역시위, 2019년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과 N번방 입법까지 누적된 부정의에 맞선 거대한 파동이 일었다고 보았습니다. 그 이후 백래시가 도래하여 한국의 안티페미니즘은 조직적인 정치 세력으로 부상했으며, ‘공정’ 담론을 무기화하여 남성이 역차별의 희생자라는 프레임을 창조했고, ‘페미’라는 단어를 비사와 사상 검증의 수단으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습니다. 남초 커뮤니티와 언론, 정치권의 합작품으로 자란 혐오의 정치는 청년 남성 집단의 극우화로 이어졌다고 말합니다.
한편 페미니즘 운동에 대한 외부의 거센 공격과 더불어, 운동 내부에서도 생물학적 본질주의와 교차적 연대로 나뉘어 치열한 노선 갈등이 발생했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다시 희망을 윤석열 정권의 비상계엄에 맞선 2030 여성 주권자들에게서 찾습니다. 앞으로의 한국 여성운동의 과제로 반전 평화 연대, AI 시대의 ‘디지털 시민권’ 확립을 꼽았습니다.
이어 이현재 서울시립대학교 인문학연구소 교수가 <강남역 그 후, 백래시에서 극우화로- 물화된 정체성 정치와 방어적 물화의 징후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이어갔습니다.
강남역 사건으로 디지털페미니즘이 부상했는데, 그 후에 ‘백래시는 줄어들거나 종결되었는가?’, ‘여성들은 좀 더 해방된 사회로 나아갔는가?’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현재 교수는 백래시는 극우화로 강화 및 확대되어 나타났다고 주장합니다. 2025년 1월 18일 서부지법 집회에 20-30대 여성 참여율이 20-30대 남성보다 더 높은 것을 보여주며 청년 여성들도 극우화되어 있음을 짚습니다. 한국의 극우화는 신자유주의적 불안과 안티페미니즘, 종교적 선동과 정치적 선동에서 기인했다고 분석합니다.
그렇다면 극우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이현재 교수는 극우는 ‘물화된 정체성 정치’에 기반한다고 보았습니다. 낸시 프레이저를 인용하며 “물화”란 인정투쟁의 과정에서 젠더, 인종, 계급과 같은 집단이 “극적으로 단순화된 집단 정체성”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소개합니다. ‘물화’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디지털페미니즘도 설명하는데요, 디지털페미니즘이 미러링 전략을 채택했던 것은 ‘방어적 물화의 징후’였다고 표현합니다. ‘물화의 징후’인 이유는 미러링은 남/녀 이분법을 해체하기보다, 남/녀의 정체성을 반복적으로 인용하는 가운데에 받은 것을 되돌려주는 방식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미러링을 반복할수록 여성과 남성은 마치 단일한 정체성을 가진 집단인 듯 단단해진다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물화의 징후’ 앞에 ‘방어적’이 붙은 이유는 디지털 페미니즘은 분명 혐오 세력의 물화된 정체성 정치에 저항하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현재 교수는 디지털 페미니즘이 저항의 과정에서 다시 물화된 정체성 정치를 사용했기 때문에 ‘방어적 물화의 징후’라고 명명합니다.
이후 페미니즘이 우경화되면서 공포의 극대화와 안전 제일주의가 발생하고, 여성의 자기계발과 여성 우선주의가 등장했으며, 정의보다 자기계발이 강조되었다고 분석합니다. 이로써 정체성 정치가 강화되는 가운데에 진보적 페미니즘과 극우의 경계가 흐릿해졌다고 평가합니다. 앞으로는 변혁적 정치를 위해서 정체성 정치 모델에서 지위 모델로 이동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인정 정치, 집단적 정체성의 구분을 해체하는 변혁적 정치가 필요함을 강조하며 발제를 마쳤습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의 여파 활동가는 <강남역 이후 등장한 새로운 여성폭력 대응 운동 돌아보기>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했습니다.
‘페미니즘 리부트’ 시기 온라인 상의 여성혐오와 이미지를 이용한 성폭력과 성착취에 대항하는 운동이 온라인에서 거세게 일어났고 대표적으로 소라넷 폐쇄 운동이 있었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소라넷 폐지 운동이 불거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던 건 ‘워터파크 여자 탈의실 불법촬영 사건’이었는데, ‘여성이라면 누구나 찍히고 유포 될 수 있다’는 각성은 많은 여성들이 디지털성폭력 대응 운동에 참여하도록 했습니다. 한사성은 ‘여성들이 왜 불안한가?’라는 질문에 사회가 함께 응답해야하는 책임이 있다고 보았고, 불안이 사회적 고통임을 알리고, 이들이 겪는 어려움에 함께 대응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불안하다는 감각은 안전하기 위해 동일한 사람들끼리만 모여야 한다는 배제의 정치로 이어졌다고 보았습니다. 트랜스젠더와 성매매 여성에 대한 혐오가 페미니즘 운동 안에서 강해지고 있는 상황인 점을 한계로 짚었습니다. 따라서 여성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트랜스젠더와 성매매 여성을 배제하는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젠더 규범을 흔들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디지털성폭력 피해자의 고통은 젠더 규범을 어겼다는 사회적 낙인이라고 보며, 젠더 규범을 어긴 자들과 연대하기를 제안하며 발표를 마쳤습니다.
박지아 서울여성회 성평등교육센터장 <강남역을 잊지 않는 여성들의 각성! 결집! 행동!-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추모행동의 의미와 과제>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하였습니다.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이후 강남역을 뒤엎었던 포스트잇과 SNS의 대표 구호는 “여자라서 죽었다.” “운이 좋아서 살아남았다.”였다고 말하며, ‘여성혐오 범죄’라는 명명을 부정하는 것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지속되고 있는 여성폭력·젠더 폭력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자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거부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밖에 없었다고 분석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자라서 죽었다.’라는 문장으로 상징되듯이, 강남역 여성살해사건이 여성폭력·젠더폭력 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명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고 평가합니다. 하지만 그 이후 여성폭력·젠더폭력 운동은 ‘교차성 페미’와 ‘래디컬 페미’라는 두 개의 진영으로 양분되었고, 결과적으로 여성폭력과 젠더폭력이라는 용어도 수난을 겪었다고 보았습니다. 사회구조적인 성차별을 부정하는 세력과 페미 니즘 내부의 논쟁까지 더해서, 여성폭력은 여성만을 강조한다는 의미로 ‘생물학적 여성만을 중시하 는 진영’의 대표 언어로, ‘젠더폭력’은 ‘여성을 덜 중요하게 여기는 진영’의 대표 언어로 자리잡은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고 해석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 안전’의 상이 무엇인지, 과연 단 하나의 폭력도 벌어지지 않는 상태만을 안전으로 여기 는 것이 적절한지 아니면 폭력과 피해자에 대한 해석을 변화시키는 투쟁이 함께 진행되어야 하는지, 안전이 다른 이들의 인권과 경합한다고 여겨지는 상황에서 무엇을 기준으로 어떤 해결책이 가능할 것인가, 성차별이 사회구조적인 문제라면 사회구조적인 무수한 차별과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등의 토론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 큰 문제이며 ‘여성 안전’, ‘여성폭력·젠더폭력’ 명명이 중요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어 권수정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이 <우리는 어떻게 여성혐오와 싸우며 죽지 않고 살까? 토론1 서로의 인권을 존중하는 편안한 세상을 위해, ILO190호 협약 비준을 촉구하며>라는 제목으로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우리가 여성혐오를 만나는 장소가 ‘강남역’이라는 말은 숨쉬는 모든 순간이 안전하지 않다는 말이며, 그 모든 장소 중 일터의 안전을 국제노동기구 ILO190호 협약 비준의 촉구를 중심으로 발표하였습니다.
김난이 비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여성의 삶이 존중되고, 평화로운 공존이 가능한 돌봄공동체를 향해 가는 여정으로>라는 제목으로 토론했습니다. 강남역 사건 이후 2030 여성들이 ‘비혼’과 ‘탈코르셋’ 실천을 선택하며 사회적협동조합 비비를 찾아왔지만 정치적 입장과 관심사가 달라서 적극적 연대가 어려웠던 경험, 그리고 최근 4B 운동으로서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비혼의 삶으로의 가능성을 찾기 위한 고민을 나누고 정책 논의를 했던 경험을 나누어주었습니다.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을 통해 변신을 꾀한 비혼 여성들이 다른 얽힘의 공동체를 상상하고 그 안에서 존중받고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법들을 찾고 있다고 합니다.
강나연 서페대연(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 운영위원은 <강남역 10주기로 만들어야 할 대학 여성운동의 변화>라는 제목으로 토론했습니다. 페미니즘 리부트 시기와 달리 최근 대학에서의 페미니스트 운동의 어려움을 소개하며 강남역 여성살해사건이 2026년 대학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질문으로 시작하였습니다. 2026년 대학은 안티페미니즘과 백래시의 공간이며, 성평등과 민주주의로부터 퇴행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에 맞서 여성들과 페미니스트들은 스텔스 페미니즘(적군에게 탐지되지 않는 기술인 스텔스와 페미니즘의 합성어로, 스스로 페미니스트이면서 주변에 페미니스트라는 것을 알리지 않고 숨기는 경향)을 선택하거나, 여학생 기구들은 존폐위기에 맞서 생존 투쟁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거센 백래시의 시대이자 퇴행의 최전선에서 살아가는 페미니스트들에게 페미니스트임을 숨기거나, 백래시에 맨몸으로 맞서거나 두 가지의 선택지밖에 남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강남역 여성살해사건의 ‘결집’과 ‘행동’은 일정하게 계승(또는 발전적 계승)되지 못한 채 단절되었기 때문이 아닐지 질문합니다.
이어 강남역 10주기로 대학 여성운동에 만들 변화와 가능성을 꿈꿉니다. 먼저 투쟁의 역사를 기억하며 페미니즘을 향한 왜곡에 직접 맞서며, 함께 맞설 수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을 때 반격의 순간이 올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또한 서페대연이 수도권 대학에서 진행했던 캠페인에 참여했던 수 많은 사람들을 떠올리며 대학에 씨앗을 더 많이 심는 일을 해야한다고 말합니다. 이현재 교수의 발제에서는 물화된 정체성 정치를 벗어나야한다고 하였지만, 대학 여성운동에서는 ‘여성’운동을 한다는 정체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토론회는 오후 7시반에 시작하여 10시까지 이어졌습니다. 현장 참석자들이 서울여성플라자 시청각실을 가득 메웠고 유튜브 생중계도 100여명이 넘는 분들이 함께 하셨습니다. 많은 분들이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의 의미를 2026년에 되새기고, 그간의 운동을 평가하며 앞으로 운동의 방향을 그릴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나 싶습니다.
강남역 10주기 토론회는 지난 9년간의 한사성의 활동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2027년은 한사성 창립 10주년입니다. 앞으로도 지난 운동을 평가하고 다음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사진 출처: 서울여성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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