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강간문화에서 평등문화로 패러다임의 전환 : 프랑스 형법상 강간죄 개정과 한국 사법 과제

한사성
2026-09-23
조회수 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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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강간죄’개정을위한연대회의는 광화문 변호사회관에서 <강간문화에서 평등문화로, 패러다임의 전환 - 프랑스 형법상 강간죄 개정과 한국 사법의 과제>를 개최했습니다. '강간죄'개정을위한연대회의는 ‘강간죄’ 구성요건을 폭행·협박에서 ‘동의’로 개정하기 위해 연대하는 200여개 여성인권단체의 연합체로, 한사성 역시 긴밀하게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2025년 10월, 프랑스는 형법상 강간죄의 정의를 기존의 유형력 중심에서 ‘동의 없는 성적 행위’를 중심으로 판단하도록 개정했습니다. 개정의 주된 배경으로는 남편이 아내에게 약물을 복용시켜 의식이 없는 상태일 때 강간을 장기간 사주해왔던 “마잔 사건”이 큰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새로운 법은 동의를 자유롭고 정보에 기반하며 구체적이고 사전에 철회 가능한 것으로 규정하고, 침묵이나 반응 없음만으로 동의를 추론할 수 없음을 명시했습니다. 반면 한국의 형법은 여전히 1953년 제정 당시의 ‘폭행 또는 협박’을 강간죄의 핵심 구성요건으로 두고 있습니다. 이에 이번 토론회를 통해 프랑스 형법 개정이 한국 사회에 주는 시사점을 짚고, 한국에서 프랑스의 형법상 강간죄를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함께 찾아보고자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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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 1: 프랑스 형법 ‘동의 기준’ 개정 후 성폭력 수사·기소·재판 / 산드린 미라벨로 (프랑스 알레스 지방법원 검찰청 성폭력 및 가정폭력 전문 검사)


산드린 미라벨로 검사는 개정 프랑스 형법(제2025-1057호)을 바탕으로 프랑스 형법 안에서 성폭력의 법적 정의가 폭행·협박에서 '동의(Consentement)' 중심으로 재정립되었다고 소개했습니다. 이 법상 동의는 사전·명시적이고 자발적이어야 하며 언제든 철회 가능하고, 피해자의 침묵이나 저항 부재를 동의로 추론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미라벨로 검사는 이러한 변화가 무죄추정 등 형사법의 원칙이나 증거규칙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수사·재판 과정에서 동의 유무를 보다 정밀하게 평가하도록 심리 기준을 전환한 것이라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수사 현장에서는 정밀 의료검사, 위치·통신 추적, 주변인 진술 등 객관적 정황 증거를 직접 수집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때, 피해자가 아동이라면 편안한 곳에서 심리학자를 동반해 영상 조사를 진행하기도 하고, 장애가 있는 피해자가 있다면 각 장애의 특성에 맞는 소통방식을 최대한 고민하는 등 피해자의 특성에 따라 섬세한 조사가 이루어집니다. 미라벨로 검사는 2025년 프랑스 형법 '동의 기준' 개정 이후, 강간 신고건수가 2배로 늘어났으며, 과거에 비해 피해자들이 피해사실을 적극적으로 말하고 신고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프랑스 형법과 제도는 여전히 끊임없는 개선 노력이 필요하지만, 이번 '동의 기준' 개정은 피해자가 얼마나 저항했는지 입증을 요구하던 기존 형사 사법 틀에서 벗어나 자율적이고, 주체적인 동의를 통해 성적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법률적 구조를 만들어가는데 긍정적 시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개정 자체도 놀라운 변화지만, 이후 개정된 법이 사회 각계각층에서의 동의 개념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실질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하는 데에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많은 변화와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이 인상 깊은 발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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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 2: 프랑스 형법의 비동의강간죄 도입 및 그 시사점 / 전윤경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윤경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국내 법체계에서 강간죄의 구성요건이 폭행·협박을 중심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이제는 ‘동의’를 중심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에서 비동의간음죄를 도입하려는 시도는 여러 문제제기에 의해 번번이 가로막혀 왔는데, 그 문제제기를 하나하나 반박했습니다. 하나의 성적 행위에 동의했다고 해서 다른 성적 행위까지 동의한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되고 각각의 행위에 대한 개별적인 동의가 필요하다고 말하며, 또한 현재 사법체계 안에서 법관에 따라 ‘최협의의 폭행·협박’에 대한 해석이 달라 어떤 행위가 성폭력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에도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보호법익에 충실한 법률 규정을 마련하고, 누구나 예측할 수 있으며 일관되게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을 세우기 위해서는 비동의간음죄를 도입하는 등 형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으며, 수사기관과 법원이 형법의 목적이 잘 이행될 수 있도록 그에 걸맞는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나아가 피해자가 충분히 이해하고 자유로운 상태에서 동의 의사를 존중할 수 있는 평등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끝으로 발제를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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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1: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현재 한국의 주요 법체계에서는 성폭력에 대한 일반적이고 명확한 정의가 없고, 법적 처벌의 공백이 상당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법률의 개정만으로 성폭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무엇이 성적 침해인지, 무엇이 동의인지에 대한 사회적 기준을 법률에 명확히 담아내는 것이 변화를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하며 동시에 강간문화를 바꾸기 위한 다양한 지원, 제도마련, 정책과 거버넌스 강화의 중요성 역시 강조했습니다.


토론 2: 최선혜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최선혜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아내 강간’을 중심으로 한국 사법 과제를 풀어주었습니다. 수사 및 사법기관에서 확인되는  ‘부부관계 내 성폭력’에 대한 낮은 인식 수준을 지적하며 동의 여부로의 강간죄 구성요건, 배우자 간의 성폭력 명문화, 친밀한 관계 내 성적 폭력 가시화, ‘동거 의무’가 ‘성관계 의무’가 아님을 명시하는 민법 개정 등이 필요하며, 성폭력을 포함하여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법을 전면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습니다. 


토론 3: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관

허민숙 입법조사연구관은 미라벨로 검사의 발제를 듣고, 법을 개정하는 것만큼 실질적인 현장을 설계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피해자의 침묵, 비저항, 지연신고, 사건 후의 연락이나 관계 지속을 곧바로 동의나 허위 진술의 근거로 보아서는 안되지만, 또 동시에 그렇다고 하여 침묵이나 비저항만으로 비동의와 행위자의 고의가 자동으로 증명되는 것도 아니므로 결국에는 피해자 보호와 무죄추정 원칙을 함께 지킬 수 있도록 수사기관과 법원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토론 4: 송지은 성평등가족부 성폭력방지과 과장

송지은 성평등가족부 성폭력방지과 과장은 프랑스, 영국, 일본, 독일, 스웨덴 등 여러 나라들이 동의 여부를 기준으로 강간을 판가름 하는 법 개정에 앞서고 있는 현황을 얘기하며, 비동의 강간죄 도입을 위해 사회 구성원의 성숙한 인식과 가치관을 형성하기 위한 교육, 보편적 관점에서 동의 여부에 대한 인식 확산 노력에 힘쓰겠다고 말했습니다.  


토론 5: 전지혜 경찰청 안전기획과 여성폭력정책계장

전지혜 여성폭력정책계장은 법률과 현실의 간극이 피해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며, 이 간극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2차 피해가 자주 발생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법 개정만으로는 수사현장에서 자연스럽게 변화가 일어나기 어렵고, 2차피해를 줄이려면 결국은 경찰의 수사 프로토콜에 변화가 동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후 실제 프랑스 현장에서 조사 기법과 모델이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수사기관 내 구성원들 교육에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무엇이었는지, 수사기록 접근권에 대한 실질적인 원칙은 어떻게 되는지, 프랑스에서 수사 프로토콜 구축 과정에서의 애로사항은 무엇이었는지 등, 현실적인 고민을 주고 받았습니다.


사전질문과 현장질문 모두 답하기에 시간이 촉박해서 질의응답을 다 진행하지 못할 만큼 열띤 시간이었습니다. 사이버성폭력의 현장에 있는 한사성은 언제나 ‘동의’ 개념을 사이버성폭력에서는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지 고민이 깊었는데요. 오늘의 토론회를 함께 잘 소화하며 나아가보려고 합니다.

(<법정책세미나:디지털성범죄 영역에서 ‘동의’ 담론의 한계>라는 후기에서 한사성 활동가들의 고민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강간문화에서 평등문화로, 패러다임 전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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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활동가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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