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부터 활동을 시작하게 된 이연수 활동가입니다!
2023년 유튜브 채널을 통한 '벗방' 피해 고발을 기점으로, 이 문제에 대한 대응과 지원을 모색하는 벗방공동지원단이 꾸려졌었는데요. 고민을 이어가고자 하는 취지에서 올해는 스터디 모임을 하기로 했어요. 4월에는 <수희o> 이라는 웹툰으로 첫 모임을 가졌습니다 🙂
여러분은 인터넷 방송을 좋아하시나요? 인터넷 방송이라고 하면 주로 트위치(최근에 철수했다고 하죠), 아프리카TV, 유튜브 라이브가 있는데요, 제가 주로 많이 접했던건 게임 관련이었어요. 제가 게임을 직접 하는건 잘 못하지만, 남이 게임하는걸 보는건 좋아해서요. 게임 이외에도 bj들은 운동,요리,뷰티,동물,asmr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방송을 하고 있어요.
어떤 방송이든 성공을 하려면 경쟁력이 있어야 하는데 게임 bj는 게임을 엄청 잘하거나, 혹은 말을 재밌게 잘해야 사람들이 많이 보러와요. 다른 분야의 bj들도 각자 무언가 시청자들에게 매력을 확 끌만한 무언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구요.
이번에 제가 본 <수희o>은 수희라고 하는 20대 여성이 이 인터넷 방송계에 발을 들이게 되면서 겪는 이야기를 담은 웹툰이에요. 인터넷 방송과 20대 여성. 짐작하실 수 있겠지만 그렇게 밝은 이야기는 아니에요. 아빠와 두 동생과 함께 살고있는 수희는 다소 어려운 형편이지만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었는데요. 그러던 어느 날, 집에서 인터넷 방송을 하던 남동생의 캠 화면에 우연히 잡히게 되면서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고, 그게 계기가 되어 수희도 남동생처럼 방송을 하게 돼요. 평범한 자신을 열렬히 환호하는 남성시청자들을 보며 신기하기도 하고,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며 수희는 조금씩 인터넷 방송 업계에 적응해내가게 됩니다.
그러다 시청자가 늘어나 업계 회사와 계약을 맺게 되고, 수익이 늘어나면서 수희는 방송일에 더 집중하기 위해 원래 다니고 있던 직장을 그만두게 돼요. 거기에 더해 채훈이라고 하는 백만유튜버와 연애 프로그램을 같이 촬영하게 되면서 수희의 인지도는 더 올라가게 됩니다. 이렇게 계속 수희가 잘 나가는 와중에도 무언가 나쁜 일이 생길것처럼 불안하고 조마조마 했는데요. 아니나다를까, 채훈과의 방송으로 인해 수희에게 매우 난처한 일이 생겨버린 것이죠. 수희가 남자친구를 숨기고 연애 프로그램에 출연했다는 것이 폭로되면서 여론은 난리가 나게 되는데요. 수희를 응원하고 좋아하던 사람들도 이 폭로에 술렁이며 수희를 비난하게 되죠. ‘어떻게 남자친구가 있으면서 다른 남자와 연애 프로를 찍을 수 있느냐, 우리를 속였다’ 라면서 말이에요. 동료 방송인들의 모함 및 방관, 노동자를 보호해주지 않는 회사, 여성방송인을 연애·성적 대상으로만 취급하는 남자 시청자들, 수희의 입장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가족과 남자친구 등. 여러 상황 속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수희는 지쳐가고.. 이런 내용입니다.
아직 완결은 아니라 어떻게 끝날지는 모르겠지만, 지쳐가는 수희를 보면서 저도 가슴이 답답해지더라구요. 소위 말하는 여캠에 대해서 사람들은 돈을 쉽게 번다며 비난하지만, 수희의 경우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여캠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예쁜 외모만으로 되는게 아니라 방송 흐름을 살피고 시청자들의 수요를 파악할 수 있는 기민함과, 그 수요의 적당한 선을 줄타기 할 수 있는 눈치가 필요한 고도의 신경노동이기도 합니다. 수희 역시 처음엔 소통 없이 춤만 추다가 시청자들에게 재미없다는 면박을 듣기도 하고, 평소엔 있는 그대로의 수수한 모습이다가 섹슈얼하되 순결한 여성을 원하는 남성시청자들의 욕망을 읽어내고는 ‘벌칙’의 형태를 빌어 노출있는 옷을 입고서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여주곤 하지요. 수희가 어떤 여성성을 수행할 때마다 채팅창은 ‘ㅗㅜㅑ’ ‘눈나 나 죽어’ 등의 남초식 성희롱 용어로 도배가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희는 무언가 불쾌하면서도 이게 자신의 ‘일’ 이니까 누구에게도 불평할 수 없는, 시청자가 나를 기분 나쁘게 하지만 나에게 돈을 주니까 고마워해야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또한 연애문제가 구설수에 오르내리게 되면서 공/사 구분도 모호하게 되었는데요, 수희는 회사원 시절을 떠올리며 지금 이 방송일은 출·퇴근이 없는 것 같다는 고충을 느끼기도 하죠. 사람들은 수희와 같은 여성bj에 대해 항상 자신이 원하는 모습만 보길 원하니까요.
한 편 한 편 보다보면 느끼는게, 작가가 인터넷 방송의 생태계에 대한 이해도가 아주 높은 것 같아요. 굉장히 현실적인만큼 많이 암울하긴한데, 또 그만큼 인물묘사나 스토리 전개도 훌륭해서 재미도 있고 고민해볼만한 지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희 뿐만 아니라 수희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도 입체적으로 다루고 있어서 다양한 관점에서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된답니다.
인터넷 방송에서 여성을 어떻게 소비하는지, 여성방송인은 어떤 위치에 놓이고 어떤 노동을 하는지, 온라인 공간에서 여성의 섹슈얼리티 실천과 성폭력의 경계에 있는 경험들은 어떻게 해석을 해나가면 좋을지, 이 모든 구조적 문제의 해결을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 등등의 많은 고민거리를 던져주는 웹툰, <수희0>이었습니다.
이런 지점들을 어떻게 반사이버성폭력운동으로 풀어낼 수 있을지 앞으로 치열하게 고민해보도록 할게요. 그럼 다음 세미나 후기로 뵙겠습니다! ^_^
글쓴이: 이연수 활동가
작년 12월부터 활동을 시작하게 된 이연수 활동가입니다!
2023년 유튜브 채널을 통한 '벗방' 피해 고발을 기점으로, 이 문제에 대한 대응과 지원을 모색하는 벗방공동지원단이 꾸려졌었는데요. 고민을 이어가고자 하는 취지에서 올해는 스터디 모임을 하기로 했어요. 4월에는 <수희o> 이라는 웹툰으로 첫 모임을 가졌습니다 🙂
여러분은 인터넷 방송을 좋아하시나요? 인터넷 방송이라고 하면 주로 트위치(최근에 철수했다고 하죠), 아프리카TV, 유튜브 라이브가 있는데요, 제가 주로 많이 접했던건 게임 관련이었어요. 제가 게임을 직접 하는건 잘 못하지만, 남이 게임하는걸 보는건 좋아해서요. 게임 이외에도 bj들은 운동,요리,뷰티,동물,asmr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방송을 하고 있어요.
어떤 방송이든 성공을 하려면 경쟁력이 있어야 하는데 게임 bj는 게임을 엄청 잘하거나, 혹은 말을 재밌게 잘해야 사람들이 많이 보러와요. 다른 분야의 bj들도 각자 무언가 시청자들에게 매력을 확 끌만한 무언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구요.
이번에 제가 본 <수희o>은 수희라고 하는 20대 여성이 이 인터넷 방송계에 발을 들이게 되면서 겪는 이야기를 담은 웹툰이에요. 인터넷 방송과 20대 여성. 짐작하실 수 있겠지만 그렇게 밝은 이야기는 아니에요. 아빠와 두 동생과 함께 살고있는 수희는 다소 어려운 형편이지만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었는데요. 그러던 어느 날, 집에서 인터넷 방송을 하던 남동생의 캠 화면에 우연히 잡히게 되면서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고, 그게 계기가 되어 수희도 남동생처럼 방송을 하게 돼요. 평범한 자신을 열렬히 환호하는 남성시청자들을 보며 신기하기도 하고,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며 수희는 조금씩 인터넷 방송 업계에 적응해내가게 됩니다.
그러다 시청자가 늘어나 업계 회사와 계약을 맺게 되고, 수익이 늘어나면서 수희는 방송일에 더 집중하기 위해 원래 다니고 있던 직장을 그만두게 돼요. 거기에 더해 채훈이라고 하는 백만유튜버와 연애 프로그램을 같이 촬영하게 되면서 수희의 인지도는 더 올라가게 됩니다. 이렇게 계속 수희가 잘 나가는 와중에도 무언가 나쁜 일이 생길것처럼 불안하고 조마조마 했는데요. 아니나다를까, 채훈과의 방송으로 인해 수희에게 매우 난처한 일이 생겨버린 것이죠. 수희가 남자친구를 숨기고 연애 프로그램에 출연했다는 것이 폭로되면서 여론은 난리가 나게 되는데요. 수희를 응원하고 좋아하던 사람들도 이 폭로에 술렁이며 수희를 비난하게 되죠. ‘어떻게 남자친구가 있으면서 다른 남자와 연애 프로를 찍을 수 있느냐, 우리를 속였다’ 라면서 말이에요. 동료 방송인들의 모함 및 방관, 노동자를 보호해주지 않는 회사, 여성방송인을 연애·성적 대상으로만 취급하는 남자 시청자들, 수희의 입장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가족과 남자친구 등. 여러 상황 속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수희는 지쳐가고.. 이런 내용입니다.
아직 완결은 아니라 어떻게 끝날지는 모르겠지만, 지쳐가는 수희를 보면서 저도 가슴이 답답해지더라구요. 소위 말하는 여캠에 대해서 사람들은 돈을 쉽게 번다며 비난하지만, 수희의 경우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여캠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예쁜 외모만으로 되는게 아니라 방송 흐름을 살피고 시청자들의 수요를 파악할 수 있는 기민함과, 그 수요의 적당한 선을 줄타기 할 수 있는 눈치가 필요한 고도의 신경노동이기도 합니다. 수희 역시 처음엔 소통 없이 춤만 추다가 시청자들에게 재미없다는 면박을 듣기도 하고, 평소엔 있는 그대로의 수수한 모습이다가 섹슈얼하되 순결한 여성을 원하는 남성시청자들의 욕망을 읽어내고는 ‘벌칙’의 형태를 빌어 노출있는 옷을 입고서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여주곤 하지요. 수희가 어떤 여성성을 수행할 때마다 채팅창은 ‘ㅗㅜㅑ’ ‘눈나 나 죽어’ 등의 남초식 성희롱 용어로 도배가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희는 무언가 불쾌하면서도 이게 자신의 ‘일’ 이니까 누구에게도 불평할 수 없는, 시청자가 나를 기분 나쁘게 하지만 나에게 돈을 주니까 고마워해야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또한 연애문제가 구설수에 오르내리게 되면서 공/사 구분도 모호하게 되었는데요, 수희는 회사원 시절을 떠올리며 지금 이 방송일은 출·퇴근이 없는 것 같다는 고충을 느끼기도 하죠. 사람들은 수희와 같은 여성bj에 대해 항상 자신이 원하는 모습만 보길 원하니까요.
한 편 한 편 보다보면 느끼는게, 작가가 인터넷 방송의 생태계에 대한 이해도가 아주 높은 것 같아요. 굉장히 현실적인만큼 많이 암울하긴한데, 또 그만큼 인물묘사나 스토리 전개도 훌륭해서 재미도 있고 고민해볼만한 지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희 뿐만 아니라 수희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도 입체적으로 다루고 있어서 다양한 관점에서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된답니다.
인터넷 방송에서 여성을 어떻게 소비하는지, 여성방송인은 어떤 위치에 놓이고 어떤 노동을 하는지, 온라인 공간에서 여성의 섹슈얼리티 실천과 성폭력의 경계에 있는 경험들은 어떻게 해석을 해나가면 좋을지, 이 모든 구조적 문제의 해결을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 등등의 많은 고민거리를 던져주는 웹툰, <수희0>이었습니다.
이런 지점들을 어떻게 반사이버성폭력운동으로 풀어낼 수 있을지 앞으로 치열하게 고민해보도록 할게요. 그럼 다음 세미나 후기로 뵙겠습니다! ^_^
글쓴이: 이연수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