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사이버성폭력집중강좌-역사부터 불법화 이후 과제까지> 2강 - 음란개념의 작동 _ J 님

한사성
2024-07-09
조회수 44


‘음란’하다는 것이 무엇인가? 뭐라고 딱히 설명하기가 어렵다. 사전을 찾아보니 ‘음탕하고 난잡함’이라는 동어반복적인 설명이 나온다. ‘음탕하다’는 것은 무엇이고, ‘난잡하다’는 건 또 무언가? 더 어려워진다. 이래서 강사는 ‘음란’에 대해 ‘시끄러운 개념’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나 보다. 느낌으로는 알 것 같지만 실제 잘 모르겠는 이 개념은 우리 사회에서 ‘성적’이거나 ‘비도덕적’인 이미지와 어우러져 그냥 두루뭉술하게 언급되어 온 듯하다. ‘음란한 도서, 음란한 사진, 음란한 물건...’ 근데 그건 생각하기 나름 아닌가?


우리 사회에서 ‘음란’은 ‘성풍속’과 관련한 것으로 여겨지고, 법적으로는 “일반 사회의 성도덕에 어긋나고 불필요하게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수치심을 해치는 행위”로 정의된다. 이런 ‘음란’ 개념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형법 체계는 특히 작금에 문제가 되고 있는 불법 촬영, 불법 동영상, 리벤지 영상, 딥페이크 등 디지털 성범죄를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다. 2008년에 대법원은 ‘음란물’의 범위를 “단순히 저속하다거나 문란한 느낌을 준다는 정도를 넘어...인격을 갖춘 존재인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방법에 의해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것”으로 의미를 확장하였으나, 여전히 ‘음란’은 그것이 보여주는 이미지나 영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에, 행위가 이루어지는 맥락이나 누군가의 몸이 착취되는 구조에 대해서는 눈을 감는다. 불법 촬영물이나 불법 동영상, 리벤지 영상, 딥페이크 등 사람의 인격권과 성적 자율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그저 가벼운 ‘음란물’이나 ‘야동’ ‘재밌는 짤’ 등으로 소비되고, 그나마도 누군가의 한때의 장난이나 재미, 복수를 위한 ‘일탈’로 간주되어 한없이 가볍게 다루어지는 현실은 ‘음란함’의 수위에 의해 범죄가 결정되는 전도된 상황을 만들어낸다. 이런 상황에서는 그런 행위가 이루어지는 근저에 흐르는 불평등한 권력 관계나 타인에 대한 통제와 차별, 혐오 등은 전혀 고민될 겨를이 없다. 더불어 ‘음란’의 책임도 피해자에게 전가되고, 피해자에게 함부로 내뱉어진 말들은 디지털 기술을 따라 평생을 따라다닌다.


성폭력이든 디지털 성폭력이든 타인의 ‘인격권’과 ‘성적 자율권’을 침해한 명백한 범죄행위로 판단하고, 법적으로 강력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 사회에서 최소한의 약속을 어긴 행위로... 그러기 위해서는 동등한 인격으로서 타인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사회 저변의 상식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점점 더 타인, 특히 여성에 대한 노골적인 성적 대상화와 소비, 상업화가 만연하고 있다. 기술이 발달하고, 외모든 행동이든 다른 이의 시각에서 이상화되고 조작된 여성의 ‘젠더적인’ 이미지가 극단적으로 추구될수록 여성의 존재론적 소외감은 더욱 커지고,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배제, 통제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하여 ‘합의된 방향’ 없이 기술이 발달하는 미래 세계는 여성에게 더욱 불온하게 다가온다. 이런 불편하고 부당한 현실에 침묵할 것인가? 언제나 세상의 전복은 피해를 깨달은 자들의 연대를 통해서만 가능했음을…. ‘음란’에 대한 문제 제기도 신선했고. 강의를 들으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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