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4일, 반성매매인권행동이룸과 한사성의 <불처벌>간담회가 진행되었습니다!<불처벌: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사회에 던지는 페미니즘 선언>은 반성매매인권행동과 여러 패널들의 '성매매 여성 불처벌'을 주제로 한 스터디를 통해 작년에 출간된 도서인데요. 이번 간담회는 <불처벌> 발간 이후, 각 현장에서 '성매매 여성 불처벌'과 관련한 질문과 고민들, 성매매 여성 불처벌을 위한 전략이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반성매매운동과 반사이버성폭력운동의 맞닿음을 느끼며 서로의 고민들을 나누었던 <불처벌> 간담회 대화록을 발행합니다.
‘벗방’ ‘피해’지원과 연결되는 여성폭력 지원제도에 대한 고민
효린) ‘벗방’과 관련하여 호소하시는 내용들에 대해서 무엇이 ‘피해’로 인정받을 수 있고, 어떻게 ‘지원’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들었다.
연이) 지원체계가 한정되고 협소할 때 피해의 내용이 선별되는 것 같다. <불처벌>에서 성매매 ‘피해’ 여성이라는 범주의 협소함을 지적한 것처럼. 지원 체계의 제도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지만 삶의 조건과 맥락, 삶에 겹쳐지는 구조를 현재 국가 중심 지원제도에서는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고 본다. 2022년 한사성 상담통계에서는 성적 괴롭힘이나 기타 분류 상담의 비중이 크다. 이러한 경험들에 이름을 붙이기도 아직은 어렵고, 피해라고 명명하는 것이 적합한지도 고민이다. 디지털 공간에서 성적 실천을 하고, 이 과정에서 어려움과 위험을 경험하는 사례의 양이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당신이 피해자다”라는 말은 언제나 유용하고 유효한가.
혜진) 지원체계는 중요하지만 지원의 영역이 아닌 상황들이 있다고 느낌. 지원의 한계를 넘어서는 상황에 대한 개입, 문제라고 생각하는 현상에 대한 개입은 어떻게 가능한가에 대한 고민이 든다.
무엇에 대한 처벌인가 - 성매매여성에 대한 처벌, 성적 촬영물 촬영 및 유포에 대한 처벌
연이) 한사성 사례들에서, 성적 모험을 한 뒤 피해를 경험했을 때 ‘내 행실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는 식의 죄책감과 자책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가부장적 성규범이 내면에서 더욱 강화돼 스스로를 처벌하려 할 때 어떻게 상담을 나눠야 할지 무척 어렵다. 이런 맥락에서도 사이버성폭력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되 음란으로써 벌하는 것은 문제다. 여성이 음란함의 구성요소가 되는 것. 실상 처벌되고 이로써 통제되는 것은 여성의 섹슈얼리티 아닌가. <불처벌>에서 성매매여성에 대한 처벌이 사실상 음란에 대한 처벌이고 성적 통제임을 보면서 사이버성폭력 역시 정말 처벌되어야 할 것이 처벌되고 있는가 하는 고민이 든다.
혜진) 성매매 여성 처벌이 여전히 음란 처벌인 면이 있기 때문에 여자도 처벌하는 것이라고 생각. 동시에 뿌리깊은 자유주의, 공정주의가 팽배한 현실에서 여성불처벌이 어떻게 가능할까 막막하기도 함. 구조적 차별에 대한 인지가 법에 새겨져야 하는데 그것이 막막한 것.
유진) “정숙한 여성”이라는 관념이 법적으로도 사회문화적으로도 논란들이 발생한다는 생각이 든다. 자발/비자발의 문제도, 지원할 때 사실 자발과 비자발을 상관하지 않음. 그런데 여성의 자발/비자발을 점검하려드는 관점은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하는 정숙하지 못한 여성인지 아닌지를 끊임없이 검수하려는 시선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처벌>을 읽고 고민이 남았는데, 당장 내일 아침에 성매매가 사라질 수 있는게 아니고, 중요한 것은 관점을 여성을 재화하여 돈벌이로 이용하는 사람들로 시선을 돌리는 것일텐데, 이를 위해 당사자들의 경험이 굉장히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업형 성매매 유입 시 대출이 족쇄가 된다던지 결국은 구조적으로 여성을 빈곤하게 만드는 시스템인 것 같아서. 그런 경험들을 같이 이야기 하면서 계속 같이 운동을 해나가야 할 것 같다. 성매매가 피해와 가해인 것도 맞지만, 전략이 달라야 할 것 같은. 한사성에서도 우리를 찾아온 분들을 피해자, 유포한 사람을 가해자라고 명명하고 가해자의 처벌을 돕는 식으로 지원을 하고 이것이 사건의 해결이라고 믿었는데, 지나서 사유하면 피해를 회복하는데에 법적 처벌만이 최선이었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처벌은 필요하지만 처벌에만 집중하는 것은 달리 생각해봐야겠다는 고민들이 많이 남았다.
성매매, 디지털성폭력 문제제기와 온/오프라인 성산업 축소 전략
여파) <불처벌>을 읽으며 시장에 관한 책임을 누구에게 어떻게 물으며 산업을 축소해나갈 수 있을 것인가 고민이 들었다. 구매자 뿐만이 아니라 성매매산업을 향하는 타격이 필요하다는 <불처벌>의 문제의식을 한사성 현장에 적용해보면 개인 유포자와 시청자만이 아니라 웹하드 등 플랫폼 운영자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고민과 연결됨. 성매매와 사이버성폭력 모두 산업을 짚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 이 시장의 운영 책임을 누구에게 물으면서 축소할 수 있을까? 성매매 현장에서는 어떤 의제를 고민하고 있는지? 한사성 현장에서는 개별 헤비업로드만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업로드 공간을 만들고 유통 문화를 만들고 적극적으로 독려하기도 하는 플랫폼 운영자의 책임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 책임을 어떻게 물을 것인가 고민됨. 현재 웹하드는 동의되지 않은 촬영물은 유통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사성에서 최초 고발 목표는 음란물이 없어야 한다거나 불법촬영물만 없으면 된다는 것이 아니었음. 불법촬영물에 대한 고발 이후 상품 전략을 AV, 기획물, ‘벗방’ 유통으로 맞춤. 그렇게 상품화해도 되는 여성들을 유통하는 방식으로. 양진호 1심은 음란물유포방조죄로 처벌받음. 양진호가 처벌 받았으면 좋겠는데, 이게 ‘음란물을 많이 유통했기 때문’에 처벌받는 것이 별로이고 굉장히 고민스럽다. 디지털성폭력에 대한 문제의식이 이 산업의 상품화 전략을 어디로 이동시켯는가. 인터넷 방송이나 웹하드 제재를 위해, 협박 당한 ‘진짜 피해자’ 혹은 ‘음란 규제’로서 접근 하는 지금의 규제의 틀을 더 활용하는 것이 괜찮은가? 술값의 상한을 둔다던가, 유흥업소에서 법인카드 결제를 금지하는 등의 <불처벌>의 아이디어를 온라인에 적용해본다면 어떤 것이 가능할까?
혜진) 디지털 성폭력 촬영물을 활용하지 못하게 된 플랫폼의 출구전략이 타국 여성들의 영상 및 AV 활성화였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이에 문제제기 하는 것은 반성매매 운동과도 연결되고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여성들에게는 성매매가 생계고, 온리팬즈나 벗방 등의 업태에서는 생계와 인정 등 관계적 맥락이 공존하기도 할 것 같기도 하고. 이룸이 고민 중인 질문. 산업을 타격하기 위한 접근 방법은 무엇일까. 아직 의제 구체화하지 못함. 각 여성들이 산업 안에서 실현하고 있는 것들의 맥락이 다양한데, 이를 무시하거나 일원화시키지 않으면서 산업축소를 페미니즘적으로 얘기한다는 게 무엇일까 고민.
효린) 반포르노 운동과 굉장히 밀접하지만, 포르노에 반대하는가, 포르노 금지를 하고 싶은가하면 아니다. 그렇다기보다 무엇이 포르노고, 포르노는 무엇으로 구성되는가, 왜 불법촬영물이 포르노가 됐는가 질문을 해나가고 싶은 것. 이것이 앞으로 다루고 싶은 쟁점. 자발/비자발 논리는 예전부터 있어왔던 주제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중요한 과제. 여기에서 ‘벗방’과 같은 산업의 형태로까지 확대되면서, 자발/비자발 논리가 계속 중요한 과제가 되는 것 같다. 또 고민스러운 것은, 지금까지 있어왔던 성매매와 온라인 공간에서 다양한 양상으로 등장하는 성매매가 똑같다고 보기가 어려운 것 같다. 기저도 다를 것 같고. 현 사회가 여성의 성적 실천을 어떻게 왜곡하고 활용하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자발/비자발이라는 논리를 촘촘하게 보고 싶다. 무엇이 자발이고 무엇이 비자발이고, 자발과 비자발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가. <불처벌>에서 얘기하는 성산업 수요 차단 전략을 한사성 차원에서는 온라인 사업자 책무 강화라는 전략을 써온 것 같다. 이 또한 이룸 현장의 성매매 사업자 규제와는 상당히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이버 공간에서도 구매자가 있다. 피해촬영물 소비자, ‘벗방’ 시청자, ‘일탈계’ 댓글다는 사람 등 다양한 구매자들이 있을 텐데 이를 입법의 영역으로 가해자 처벌로 전략 사용해옴. 그리고 시청, 소지죄 제정을 통해 수요 차단의 효과를 기대하면서 “봐서도 안된다”는 사회적 합의에 이르게 된 맥락이 있음. 이는 개개인들의 행위 규제 효과라면 산업 규제는 온라인 사업자 규제일 것. 온라인 사업자도 너무 많고 다양하다. 온라인 사업자들 모두 포주라고 생각했었는데 사실 온라인 성매매라고 부를 수 있는 것들이 일어나는 공간 또한 역할을 한다. 사업자 뿐 아니라 장소의 역할을 하는 플랫폼도 문제인 것. 여기에는 어떻게 책임을 묻는 것이 적절하고 가능한가 고민. 예를 들어 인스타그램 라방으로 ‘벗방’이 이루어진다면 인스타그램을 없애야 하는 것인가. 인스타그램에게 어떤 책임을 물을 것인가. 물론 인스타그램에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음. 포르노사이트, 웹하드, 해외 기업의 플랫폼들, 각각 실제로 얼만큼의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수 있을까 고민이 들었다. 사업자들의 논리는 ‘우리는 애초에 그런 목적으로 만든 사이트가 아닌데 사람들이 그렇게 쓰는 것 뿐인데 우리보고 어쩌라고’일 때, 그게 설득력 있는 말로 들리기도 함. 그랬을 때 구체적으로 어떤 책임을 지는지를 이야기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 어쨌든 너희가 돈을 벌고 있잖아, 어떤 정도의 노력을 해야한다는 식의. 이를 입법과제로 만들어야 하지않을까 생각하기도 하고. 그런 고민들을 하면서 성매매와 사이버 공간의 성매매를 비교하며 흥미롭고 어렵다.
연이) 상황은 어렵고 모호하다. 그런데 이 복잡함의 맥락을 반영하기보다 말끔하게 가르려고 할 때 ‘우리’와 함께할 사람을 선별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현재의 모호함을 선명하게 반영하는 입장이 <불처벌>이라고 생각했다.
성매매산업 해체와 빈곤 해체
여파) <불처벌>에서 여성의 몸을 활용해 돈을 벌며 살아온 성매매산업 주변인들은 어떻게 다르게 살 수 있을까에 대한 논의 인상 깊었다. 온라인 플랫폼에도 이 질문을 연결시킬 수 있을까. 여러 현장 간 다른 특성들이 보이기도 하는 것 같다. 성매매하면서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과 운동이 같이 가고자 하는 취지로 이 고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음. 한사성에 현장에서는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조건이기도 하고, 다른 일을 직업으로 하고 있기도 한데, 성적 실천으로서, 네트워크가 필요해서, 인플루언서가 되고자하는 욕망들이 있기도 하다. 경제적인 것만으로 설명이 다 될 수 없는 영역이 있는데 그렇다면 우린 어디까지 얘기하고 어디까지 규제하고 어디까지 개입하고 싶은가.
연이) 네이트판에 올라온 ‘왜 아이돌은 되고 BJ는 안 되나’라는 글은 아이돌 노동과 BJ 노동의 유사점을 설명한다. 여성들의 각종 노동이 어떤 면에서는 성애화라는 공통점을 가진다는 면에서 공감하며 읽기도 했다. <불처벌> 논리가 당사자들에게 성매매 근절 논리와 얼마나 다르게 느껴질지 고민. ‘벗방’이나 여캠으로 일하는 이들에게 성애화된 노동이니 하지 말라고 할 수 있는가. 무엇을 얼마나 규제할 것인가. 쉽게 실천적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생계로서의 노동임을 인정하면서도 성산업에 문제를 제기하고자 하는 운동은 어떤 전략을 짤 수 있을까.
혜진) 성매매산업 근절을 지향한다면 일하는 여성들 입장에서 결론적으로 생계를 잃게 된다는 것은 불화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성매매산업 근절을 지향하는 것은 여성들의 생계를 빼앗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들이 성매매산업에 종사하게 되는 맥락과, 성매매산업이 허용되는 사회에 문제제기 하고 싶은 것. 그렇다면 이 사회가 성매매 하지 않고 충분히 괜찮을 수 있어야 한다는 빈곤에 대한 질문과 운동을 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 그러나 쉬운 것이 아님.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일단은 생계 보장해야 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항상 어렵다. 차이점이 중요하게 생기는 지점은, 성매매라는 산업과 현상에 대해 용인하고 싶지 않고 문제제기하고 싶다는 점이라고 생각. 물론 모든 여성의 실천에서 성애화된 ‘판매’와 ‘거래’의 영역이 있다. 여성들의 성애화된 노동과 성매매가 구조적 연결점도 있지만 구분점이 분명히 있다고도 생각. 구분점도 연속성도 있기에 하나를 소거할 수는 없으니 그 선을 잘 잡으면서 하는 게 어떤 방식일지 계속 고민하게 된다.
효린) 저에게는 <불처벌> 주제가 왜 중요하게 들리냐면, 온/오프라인 공간의 성매매 류의 일과 현상들에 대해 같이 문제제기 하기 위한 전략으로서 유효하고 유의미하다는 생각이 든다. 온라인 공간에서도 돈을 벌기 위해 성을 활용하는 여성들이 있는데 ‘만약에 여기서 수요가 모두 차단되면 여성들은 어디에 가게될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됨. 그 여성들은 법테두리 안에서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까. 가해자가 될까, 피해자가 될까, 성풍속을 해친 자가 될까. 무슨 존재로 가야 할지. 일단 처벌하지 않아야 한다에 공감이 가고, 처벌하지 않으면서 무엇을 타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됨. 그래서 불처벌이라는 방향이 제게는 사이버공간의 성산업에서도 유효하다고 이해되기도 한다.
유진) 결국 여성혐오와 맞닿아있다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이룸에서 여성 처벌 중단과 산업구조에 대한 접근을 한다고 했을 때, 일단은 그것이 지금 한국에서는 최선의 전략이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사회 성매매산업 구조가 너무 공고하기 때문에. 일단은 산업구조를 해체하면서 여성을 불처벌하는 쪽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오늘 나온 다양한 고민들도 의미있다고 생각하고 같이 풀어가야 하지 않을까.
태희) 성산업을 축소와 개입을 어떻게 풀 수 있을까. 불처벌은 그것으로 가는 과정 중 하나일텐데, 그 이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했을 때 한사성 현장과 맞닿아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를 법 안에서 풀어내려니까 너무 어렵다. 무언가를 입법하는 방식으로 갈 때, 성산업 규제의 방향성은 무엇일지. 온라인 사업자 책무 규정하면 이들은 자꾸 틈새로 빠져나가는데 어떻게 법의 용어로 정리할 수 있지, 동시에 법에서 할 수 있는 것인가 이런 생각도 든다.
여성의 성이 거래되는 사회
봄눈별) ‘2차’ 법적 성매매 외의 ‘1차’ 유흥을 돋구는 일은 처벌받지 않는다고 봄. ‘벗방’, ‘여캠’ 등 남성의 흥을 돋우기 위해 여성의 접대와 신체가 활용되는 일도 성매매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성문화에서 여성이 남성의 유흥에 활용되는 것이 너무 자연스러운데 거기서 오는 사회적 문제, 이것이 왜 자연스러운 것인가에 대한 구조적 문제, 여성이 술을 따라야 하는 것, 여성들이 남성의 기분을 맞춰주는 유흥업소의 존재에 대해 성매매에 대한 문제의식과 관련하여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할까 고민이 들었다. ‘여캠’도 ‘벗방’이라고 봐도 되는 것일까, ‘벗지 않으면 벗방이 아니다’ 이렇게 정의해도 되는 것일까, 이런 모호성이 어려웠다. 여성이 이렇게 활용되는 것이 괜찮다는 동의가 있을 때 이 사회구조를 어떻게 타파할 수 있을까 고민되어, ‘1차’에 대해서는 어떤 시각을 가져야 할지, 가지고 계신지 궁금했다.
윤달) 성역할 규범이 문제라고 생각. 여성의 성역할 규범에 따라 섹슈얼리티 파는 것이 문제. 여성이라면 응당 섹슈얼리티를 팔아야 되는 사회. 섹슈얼리티를 팔지 않아도 응당 살 수 있는 세상을 이룸이 지향한다고 생각.
혜진) ‘1차’ 또한 큰 틀에서의 성매매 산업으로 본다. 같은 구조적인 연속선 상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전략을 어떻게 해야하는가는 고민. <불처벌> 에서도 얘기하듯, ‘1차’를 용인하고 활용하며 ‘2차’를 금지한 ‘1차’와 ‘2차’ 분리는 한국사회 역사적 맥락에서 기인한 모순적인 특수성. 일제 해방 이후 공창제는 폐지했는데 기생관광 미군.유엔군 위안부 등은 필요했던 국가의 이해관계에 따른. 많은 사람들이 성매매는 불법이고 불법행위를 하는 남녀 모두 문제라고 손쉽게 얘기하지만, 현실인식이 잘못되었다고 생각. 불법과 합법의 혼재. ‘1차’도 ‘2차’와 마찬가지로 불법화하는 것이 답인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됨. 그래서 여성을 불처벌하고 산업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게된다.
기용) 반성매매의 입장을 엄숙주의, 도덕주의와 만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오해들이 많음. 한켠 성노동자 권리운동도 있어서 첨예한 문제. 어쨋든 반성매매를 얘기하면 규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되는 것. 좀 짜증난다. 우리도 뭔가 페미니스트로써 해방 이런거 하고 싶은데. 그런게 싫다. ‘모든 것을 처벌하지 말라’고 하는 자유주의는 쉬운데 그럴 수는 없고. 규제, 반대 얘기하는 것에 지치는 기분이 들 때도 있음. 누가 적이냐, 어디까지가 적이냐, 뭘 어떻게 하고 싶은건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됨. 한사성도 그 고민이 있을 것 같음.
혜진) 제도에 대한 어려움과도 연결되는 것 같다. 규제와 처벌이 답인가 사실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내가, 이룸이 지향하는 세계가 제도가 없는 세계인가, 그건 아님. 아무튼 성매매 산업 지양되어야한다는 것이 주요한 방점. 규제/제도적 기입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양가적 마음이 드는 것. 그러다보니 사안마다, 현재 상황에 따라 다르게 생각이 드는 것 같다.
유진) 성매매에서 팔리는 것이 성교행위 자체 보다는 여성성이라고 생각. 처음 그런 생각을 한 게, 후기 사이트 모니터링하면서였는데, 흥미로웠던 것이 이 여성이 나에게 애교를 잘 부렸고, 눈웃음을 잘 쳤고, 호의적이었고, 성교행위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이런 것 위주로 써있음. 한사성 와서 생각한 것은 ‘벗방’도 그러한 것. 노출 여부보다는 시청자들에 대한 태도로 수익이 달라짐. 여성 BJ가 시청자들의 비위를 여자답게 잘 맞춰주는 것이 관건. 결국 팔리는 것은 여성성. 이를 구매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기 때문에 문제가 계속되는 것 아닐까.
혜진) 피해/가해 등의 언어로 여성운동이 나아왔는데, 시점 상 그 다음 단계를 고민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 한사성에서 이 고민을 하는 것도, 성매매도 이 고민을 안 할 수 없고. 지금까지의 방식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들에 개입하기 위한 언어와 전략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
지난 8월 4일, 반성매매인권행동이룸과 한사성의 <불처벌>간담회가 진행되었습니다!<불처벌: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사회에 던지는 페미니즘 선언>은 반성매매인권행동과 여러 패널들의 '성매매 여성 불처벌'을 주제로 한 스터디를 통해 작년에 출간된 도서인데요. 이번 간담회는 <불처벌> 발간 이후, 각 현장에서 '성매매 여성 불처벌'과 관련한 질문과 고민들, 성매매 여성 불처벌을 위한 전략이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반성매매운동과 반사이버성폭력운동의 맞닿음을 느끼며 서로의 고민들을 나누었던 <불처벌> 간담회 대화록을 발행합니다.
‘벗방’ ‘피해’지원과 연결되는 여성폭력 지원제도에 대한 고민
효린) ‘벗방’과 관련하여 호소하시는 내용들에 대해서 무엇이 ‘피해’로 인정받을 수 있고, 어떻게 ‘지원’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들었다.
연이) 지원체계가 한정되고 협소할 때 피해의 내용이 선별되는 것 같다. <불처벌>에서 성매매 ‘피해’ 여성이라는 범주의 협소함을 지적한 것처럼. 지원 체계의 제도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지만 삶의 조건과 맥락, 삶에 겹쳐지는 구조를 현재 국가 중심 지원제도에서는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고 본다. 2022년 한사성 상담통계에서는 성적 괴롭힘이나 기타 분류 상담의 비중이 크다. 이러한 경험들에 이름을 붙이기도 아직은 어렵고, 피해라고 명명하는 것이 적합한지도 고민이다. 디지털 공간에서 성적 실천을 하고, 이 과정에서 어려움과 위험을 경험하는 사례의 양이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당신이 피해자다”라는 말은 언제나 유용하고 유효한가.
혜진) 지원체계는 중요하지만 지원의 영역이 아닌 상황들이 있다고 느낌. 지원의 한계를 넘어서는 상황에 대한 개입, 문제라고 생각하는 현상에 대한 개입은 어떻게 가능한가에 대한 고민이 든다.
무엇에 대한 처벌인가 - 성매매여성에 대한 처벌, 성적 촬영물 촬영 및 유포에 대한 처벌
연이) 한사성 사례들에서, 성적 모험을 한 뒤 피해를 경험했을 때 ‘내 행실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는 식의 죄책감과 자책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가부장적 성규범이 내면에서 더욱 강화돼 스스로를 처벌하려 할 때 어떻게 상담을 나눠야 할지 무척 어렵다. 이런 맥락에서도 사이버성폭력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되 음란으로써 벌하는 것은 문제다. 여성이 음란함의 구성요소가 되는 것. 실상 처벌되고 이로써 통제되는 것은 여성의 섹슈얼리티 아닌가. <불처벌>에서 성매매여성에 대한 처벌이 사실상 음란에 대한 처벌이고 성적 통제임을 보면서 사이버성폭력 역시 정말 처벌되어야 할 것이 처벌되고 있는가 하는 고민이 든다.
혜진) 성매매 여성 처벌이 여전히 음란 처벌인 면이 있기 때문에 여자도 처벌하는 것이라고 생각. 동시에 뿌리깊은 자유주의, 공정주의가 팽배한 현실에서 여성불처벌이 어떻게 가능할까 막막하기도 함. 구조적 차별에 대한 인지가 법에 새겨져야 하는데 그것이 막막한 것.
유진) “정숙한 여성”이라는 관념이 법적으로도 사회문화적으로도 논란들이 발생한다는 생각이 든다. 자발/비자발의 문제도, 지원할 때 사실 자발과 비자발을 상관하지 않음. 그런데 여성의 자발/비자발을 점검하려드는 관점은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하는 정숙하지 못한 여성인지 아닌지를 끊임없이 검수하려는 시선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처벌>을 읽고 고민이 남았는데, 당장 내일 아침에 성매매가 사라질 수 있는게 아니고, 중요한 것은 관점을 여성을 재화하여 돈벌이로 이용하는 사람들로 시선을 돌리는 것일텐데, 이를 위해 당사자들의 경험이 굉장히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업형 성매매 유입 시 대출이 족쇄가 된다던지 결국은 구조적으로 여성을 빈곤하게 만드는 시스템인 것 같아서. 그런 경험들을 같이 이야기 하면서 계속 같이 운동을 해나가야 할 것 같다. 성매매가 피해와 가해인 것도 맞지만, 전략이 달라야 할 것 같은. 한사성에서도 우리를 찾아온 분들을 피해자, 유포한 사람을 가해자라고 명명하고 가해자의 처벌을 돕는 식으로 지원을 하고 이것이 사건의 해결이라고 믿었는데, 지나서 사유하면 피해를 회복하는데에 법적 처벌만이 최선이었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처벌은 필요하지만 처벌에만 집중하는 것은 달리 생각해봐야겠다는 고민들이 많이 남았다.
성매매, 디지털성폭력 문제제기와 온/오프라인 성산업 축소 전략
여파) <불처벌>을 읽으며 시장에 관한 책임을 누구에게 어떻게 물으며 산업을 축소해나갈 수 있을 것인가 고민이 들었다. 구매자 뿐만이 아니라 성매매산업을 향하는 타격이 필요하다는 <불처벌>의 문제의식을 한사성 현장에 적용해보면 개인 유포자와 시청자만이 아니라 웹하드 등 플랫폼 운영자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고민과 연결됨. 성매매와 사이버성폭력 모두 산업을 짚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 이 시장의 운영 책임을 누구에게 물으면서 축소할 수 있을까? 성매매 현장에서는 어떤 의제를 고민하고 있는지? 한사성 현장에서는 개별 헤비업로드만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업로드 공간을 만들고 유통 문화를 만들고 적극적으로 독려하기도 하는 플랫폼 운영자의 책임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 책임을 어떻게 물을 것인가 고민됨. 현재 웹하드는 동의되지 않은 촬영물은 유통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사성에서 최초 고발 목표는 음란물이 없어야 한다거나 불법촬영물만 없으면 된다는 것이 아니었음. 불법촬영물에 대한 고발 이후 상품 전략을 AV, 기획물, ‘벗방’ 유통으로 맞춤. 그렇게 상품화해도 되는 여성들을 유통하는 방식으로. 양진호 1심은 음란물유포방조죄로 처벌받음. 양진호가 처벌 받았으면 좋겠는데, 이게 ‘음란물을 많이 유통했기 때문’에 처벌받는 것이 별로이고 굉장히 고민스럽다. 디지털성폭력에 대한 문제의식이 이 산업의 상품화 전략을 어디로 이동시켯는가. 인터넷 방송이나 웹하드 제재를 위해, 협박 당한 ‘진짜 피해자’ 혹은 ‘음란 규제’로서 접근 하는 지금의 규제의 틀을 더 활용하는 것이 괜찮은가? 술값의 상한을 둔다던가, 유흥업소에서 법인카드 결제를 금지하는 등의 <불처벌>의 아이디어를 온라인에 적용해본다면 어떤 것이 가능할까?
혜진) 디지털 성폭력 촬영물을 활용하지 못하게 된 플랫폼의 출구전략이 타국 여성들의 영상 및 AV 활성화였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이에 문제제기 하는 것은 반성매매 운동과도 연결되고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여성들에게는 성매매가 생계고, 온리팬즈나 벗방 등의 업태에서는 생계와 인정 등 관계적 맥락이 공존하기도 할 것 같기도 하고. 이룸이 고민 중인 질문. 산업을 타격하기 위한 접근 방법은 무엇일까. 아직 의제 구체화하지 못함. 각 여성들이 산업 안에서 실현하고 있는 것들의 맥락이 다양한데, 이를 무시하거나 일원화시키지 않으면서 산업축소를 페미니즘적으로 얘기한다는 게 무엇일까 고민.
효린) 반포르노 운동과 굉장히 밀접하지만, 포르노에 반대하는가, 포르노 금지를 하고 싶은가하면 아니다. 그렇다기보다 무엇이 포르노고, 포르노는 무엇으로 구성되는가, 왜 불법촬영물이 포르노가 됐는가 질문을 해나가고 싶은 것. 이것이 앞으로 다루고 싶은 쟁점. 자발/비자발 논리는 예전부터 있어왔던 주제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중요한 과제. 여기에서 ‘벗방’과 같은 산업의 형태로까지 확대되면서, 자발/비자발 논리가 계속 중요한 과제가 되는 것 같다. 또 고민스러운 것은, 지금까지 있어왔던 성매매와 온라인 공간에서 다양한 양상으로 등장하는 성매매가 똑같다고 보기가 어려운 것 같다. 기저도 다를 것 같고. 현 사회가 여성의 성적 실천을 어떻게 왜곡하고 활용하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자발/비자발이라는 논리를 촘촘하게 보고 싶다. 무엇이 자발이고 무엇이 비자발이고, 자발과 비자발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가. <불처벌>에서 얘기하는 성산업 수요 차단 전략을 한사성 차원에서는 온라인 사업자 책무 강화라는 전략을 써온 것 같다. 이 또한 이룸 현장의 성매매 사업자 규제와는 상당히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이버 공간에서도 구매자가 있다. 피해촬영물 소비자, ‘벗방’ 시청자, ‘일탈계’ 댓글다는 사람 등 다양한 구매자들이 있을 텐데 이를 입법의 영역으로 가해자 처벌로 전략 사용해옴. 그리고 시청, 소지죄 제정을 통해 수요 차단의 효과를 기대하면서 “봐서도 안된다”는 사회적 합의에 이르게 된 맥락이 있음. 이는 개개인들의 행위 규제 효과라면 산업 규제는 온라인 사업자 규제일 것. 온라인 사업자도 너무 많고 다양하다. 온라인 사업자들 모두 포주라고 생각했었는데 사실 온라인 성매매라고 부를 수 있는 것들이 일어나는 공간 또한 역할을 한다. 사업자 뿐 아니라 장소의 역할을 하는 플랫폼도 문제인 것. 여기에는 어떻게 책임을 묻는 것이 적절하고 가능한가 고민. 예를 들어 인스타그램 라방으로 ‘벗방’이 이루어진다면 인스타그램을 없애야 하는 것인가. 인스타그램에게 어떤 책임을 물을 것인가. 물론 인스타그램에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음. 포르노사이트, 웹하드, 해외 기업의 플랫폼들, 각각 실제로 얼만큼의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수 있을까 고민이 들었다. 사업자들의 논리는 ‘우리는 애초에 그런 목적으로 만든 사이트가 아닌데 사람들이 그렇게 쓰는 것 뿐인데 우리보고 어쩌라고’일 때, 그게 설득력 있는 말로 들리기도 함. 그랬을 때 구체적으로 어떤 책임을 지는지를 이야기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 어쨌든 너희가 돈을 벌고 있잖아, 어떤 정도의 노력을 해야한다는 식의. 이를 입법과제로 만들어야 하지않을까 생각하기도 하고. 그런 고민들을 하면서 성매매와 사이버 공간의 성매매를 비교하며 흥미롭고 어렵다.
연이) 상황은 어렵고 모호하다. 그런데 이 복잡함의 맥락을 반영하기보다 말끔하게 가르려고 할 때 ‘우리’와 함께할 사람을 선별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현재의 모호함을 선명하게 반영하는 입장이 <불처벌>이라고 생각했다.
성매매산업 해체와 빈곤 해체
여파) <불처벌>에서 여성의 몸을 활용해 돈을 벌며 살아온 성매매산업 주변인들은 어떻게 다르게 살 수 있을까에 대한 논의 인상 깊었다. 온라인 플랫폼에도 이 질문을 연결시킬 수 있을까. 여러 현장 간 다른 특성들이 보이기도 하는 것 같다. 성매매하면서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과 운동이 같이 가고자 하는 취지로 이 고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음. 한사성에 현장에서는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조건이기도 하고, 다른 일을 직업으로 하고 있기도 한데, 성적 실천으로서, 네트워크가 필요해서, 인플루언서가 되고자하는 욕망들이 있기도 하다. 경제적인 것만으로 설명이 다 될 수 없는 영역이 있는데 그렇다면 우린 어디까지 얘기하고 어디까지 규제하고 어디까지 개입하고 싶은가.
연이) 네이트판에 올라온 ‘왜 아이돌은 되고 BJ는 안 되나’라는 글은 아이돌 노동과 BJ 노동의 유사점을 설명한다. 여성들의 각종 노동이 어떤 면에서는 성애화라는 공통점을 가진다는 면에서 공감하며 읽기도 했다. <불처벌> 논리가 당사자들에게 성매매 근절 논리와 얼마나 다르게 느껴질지 고민. ‘벗방’이나 여캠으로 일하는 이들에게 성애화된 노동이니 하지 말라고 할 수 있는가. 무엇을 얼마나 규제할 것인가. 쉽게 실천적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생계로서의 노동임을 인정하면서도 성산업에 문제를 제기하고자 하는 운동은 어떤 전략을 짤 수 있을까.
혜진) 성매매산업 근절을 지향한다면 일하는 여성들 입장에서 결론적으로 생계를 잃게 된다는 것은 불화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성매매산업 근절을 지향하는 것은 여성들의 생계를 빼앗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들이 성매매산업에 종사하게 되는 맥락과, 성매매산업이 허용되는 사회에 문제제기 하고 싶은 것. 그렇다면 이 사회가 성매매 하지 않고 충분히 괜찮을 수 있어야 한다는 빈곤에 대한 질문과 운동을 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 그러나 쉬운 것이 아님.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일단은 생계 보장해야 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항상 어렵다. 차이점이 중요하게 생기는 지점은, 성매매라는 산업과 현상에 대해 용인하고 싶지 않고 문제제기하고 싶다는 점이라고 생각. 물론 모든 여성의 실천에서 성애화된 ‘판매’와 ‘거래’의 영역이 있다. 여성들의 성애화된 노동과 성매매가 구조적 연결점도 있지만 구분점이 분명히 있다고도 생각. 구분점도 연속성도 있기에 하나를 소거할 수는 없으니 그 선을 잘 잡으면서 하는 게 어떤 방식일지 계속 고민하게 된다.
효린) 저에게는 <불처벌> 주제가 왜 중요하게 들리냐면, 온/오프라인 공간의 성매매 류의 일과 현상들에 대해 같이 문제제기 하기 위한 전략으로서 유효하고 유의미하다는 생각이 든다. 온라인 공간에서도 돈을 벌기 위해 성을 활용하는 여성들이 있는데 ‘만약에 여기서 수요가 모두 차단되면 여성들은 어디에 가게될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됨. 그 여성들은 법테두리 안에서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까. 가해자가 될까, 피해자가 될까, 성풍속을 해친 자가 될까. 무슨 존재로 가야 할지. 일단 처벌하지 않아야 한다에 공감이 가고, 처벌하지 않으면서 무엇을 타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됨. 그래서 불처벌이라는 방향이 제게는 사이버공간의 성산업에서도 유효하다고 이해되기도 한다.
유진) 결국 여성혐오와 맞닿아있다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이룸에서 여성 처벌 중단과 산업구조에 대한 접근을 한다고 했을 때, 일단은 그것이 지금 한국에서는 최선의 전략이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사회 성매매산업 구조가 너무 공고하기 때문에. 일단은 산업구조를 해체하면서 여성을 불처벌하는 쪽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오늘 나온 다양한 고민들도 의미있다고 생각하고 같이 풀어가야 하지 않을까.
태희) 성산업을 축소와 개입을 어떻게 풀 수 있을까. 불처벌은 그것으로 가는 과정 중 하나일텐데, 그 이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했을 때 한사성 현장과 맞닿아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를 법 안에서 풀어내려니까 너무 어렵다. 무언가를 입법하는 방식으로 갈 때, 성산업 규제의 방향성은 무엇일지. 온라인 사업자 책무 규정하면 이들은 자꾸 틈새로 빠져나가는데 어떻게 법의 용어로 정리할 수 있지, 동시에 법에서 할 수 있는 것인가 이런 생각도 든다.
여성의 성이 거래되는 사회
봄눈별) ‘2차’ 법적 성매매 외의 ‘1차’ 유흥을 돋구는 일은 처벌받지 않는다고 봄. ‘벗방’, ‘여캠’ 등 남성의 흥을 돋우기 위해 여성의 접대와 신체가 활용되는 일도 성매매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성문화에서 여성이 남성의 유흥에 활용되는 것이 너무 자연스러운데 거기서 오는 사회적 문제, 이것이 왜 자연스러운 것인가에 대한 구조적 문제, 여성이 술을 따라야 하는 것, 여성들이 남성의 기분을 맞춰주는 유흥업소의 존재에 대해 성매매에 대한 문제의식과 관련하여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할까 고민이 들었다. ‘여캠’도 ‘벗방’이라고 봐도 되는 것일까, ‘벗지 않으면 벗방이 아니다’ 이렇게 정의해도 되는 것일까, 이런 모호성이 어려웠다. 여성이 이렇게 활용되는 것이 괜찮다는 동의가 있을 때 이 사회구조를 어떻게 타파할 수 있을까 고민되어, ‘1차’에 대해서는 어떤 시각을 가져야 할지, 가지고 계신지 궁금했다.
윤달) 성역할 규범이 문제라고 생각. 여성의 성역할 규범에 따라 섹슈얼리티 파는 것이 문제. 여성이라면 응당 섹슈얼리티를 팔아야 되는 사회. 섹슈얼리티를 팔지 않아도 응당 살 수 있는 세상을 이룸이 지향한다고 생각.
혜진) ‘1차’ 또한 큰 틀에서의 성매매 산업으로 본다. 같은 구조적인 연속선 상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전략을 어떻게 해야하는가는 고민. <불처벌> 에서도 얘기하듯, ‘1차’를 용인하고 활용하며 ‘2차’를 금지한 ‘1차’와 ‘2차’ 분리는 한국사회 역사적 맥락에서 기인한 모순적인 특수성. 일제 해방 이후 공창제는 폐지했는데 기생관광 미군.유엔군 위안부 등은 필요했던 국가의 이해관계에 따른. 많은 사람들이 성매매는 불법이고 불법행위를 하는 남녀 모두 문제라고 손쉽게 얘기하지만, 현실인식이 잘못되었다고 생각. 불법과 합법의 혼재. ‘1차’도 ‘2차’와 마찬가지로 불법화하는 것이 답인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됨. 그래서 여성을 불처벌하고 산업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게된다.
기용) 반성매매의 입장을 엄숙주의, 도덕주의와 만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오해들이 많음. 한켠 성노동자 권리운동도 있어서 첨예한 문제. 어쨋든 반성매매를 얘기하면 규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되는 것. 좀 짜증난다. 우리도 뭔가 페미니스트로써 해방 이런거 하고 싶은데. 그런게 싫다. ‘모든 것을 처벌하지 말라’고 하는 자유주의는 쉬운데 그럴 수는 없고. 규제, 반대 얘기하는 것에 지치는 기분이 들 때도 있음. 누가 적이냐, 어디까지가 적이냐, 뭘 어떻게 하고 싶은건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됨. 한사성도 그 고민이 있을 것 같음.
혜진) 제도에 대한 어려움과도 연결되는 것 같다. 규제와 처벌이 답인가 사실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내가, 이룸이 지향하는 세계가 제도가 없는 세계인가, 그건 아님. 아무튼 성매매 산업 지양되어야한다는 것이 주요한 방점. 규제/제도적 기입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양가적 마음이 드는 것. 그러다보니 사안마다, 현재 상황에 따라 다르게 생각이 드는 것 같다.
유진) 성매매에서 팔리는 것이 성교행위 자체 보다는 여성성이라고 생각. 처음 그런 생각을 한 게, 후기 사이트 모니터링하면서였는데, 흥미로웠던 것이 이 여성이 나에게 애교를 잘 부렸고, 눈웃음을 잘 쳤고, 호의적이었고, 성교행위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이런 것 위주로 써있음. 한사성 와서 생각한 것은 ‘벗방’도 그러한 것. 노출 여부보다는 시청자들에 대한 태도로 수익이 달라짐. 여성 BJ가 시청자들의 비위를 여자답게 잘 맞춰주는 것이 관건. 결국 팔리는 것은 여성성. 이를 구매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기 때문에 문제가 계속되는 것 아닐까.
혜진) 피해/가해 등의 언어로 여성운동이 나아왔는데, 시점 상 그 다음 단계를 고민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 한사성에서 이 고민을 하는 것도, 성매매도 이 고민을 안 할 수 없고. 지금까지의 방식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들에 개입하기 위한 언어와 전략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