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7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9주기 추모행동 <우리는 지금보다 더 강하게!>

한사성
2025-05-30
조회수 81

한사성은 지난 5월 17일,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9주기 추모행동 <우리는 지금보다 더 강하게!> 에 참여했습니다. 그저 여성이라는 이유로 한 사람이 죽임을 당한지 9년이 지난 지금. 매년 같은 자리에서 여성폭력 근절을 외칠 때마다, 또다시 지나간 한 해는 어땠는지 새삼 돌이켜보곤 합니다.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폭력, 반민주적 행태에 저항하는 여대생들에 대한 온라인테러, 혐오장사를 하며 마이크를 쥔 사이버레커, 일일이 명명조차 어려운 교제폭력과 스토킹 살해 사건 등.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폭력과 차별을 겪고 있습니다. 


‘나일 수도 있었다’

‘나도 오늘 우연히 살아남은 한 여성이다’


9년 전 많은 여성들이 분노하고 절규했던 이 목소리가 9년이 지난 지금-여기에도 다시 울려 퍼졌습니다.  

현장의 200여명이 함께한 다이인(DIE-IN). 길 위에 누워 죽은 이들, 살아갈 이들과 살아남은 이들로서 연결되어 봤습니다.



동시에 되새겼습니다. 여성들은 멈추지 않고 투쟁해왔습니다. 수많은 ‘그녀들’의 희생과 용기 덕분에 ‘우리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일상의 공간과 광장에서, 페미니즘과 민주주의를 외치고 행동해왔습니다. 

빛의 혁명으로 쟁취한 2025년 오뉴월의 대선 국면. 지금 우리는 혁명의 주역이던 여성과 소수자가 또다시 주변부로 밀려나는 것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존엄한 인격을, 동료시민의 위치를, 주권자의 자리를 공고히 외칩니다.  

그렇게 2016년 강남역과 2025년 광장의 시공간이 겹쳐있음을 재확인했습니다. 빗물 고인 콘크리트 바닥은 차가웠지만, 시공을 가로지른 우리의 연대와 투쟁은 뜨거웠습니다. 앞으로도 이 연결을 감각하고, 환기하고, 가시화할 것을 더욱 굳건히 다짐해봅니다.



마지막으로 당일 현장에서 발언한 태희 활동가의 발언문을 공유하며 후기를 마칠게요. 



안녕하세요.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이태희 입니다. 

어쩌다 타이밍 좋게 최근 <거리에 선 페미니즘>을 읽게 되었습니다. 강남역 여성혐오살인사건 직후, 한국여성민우회에서 진행한 신촌 필리버스터에서의 발언들을 기록한 책입니다.여성들이 자신의 폭력 경험을 고발하며 너의 죽음과 나의 죽음이 연결되어있다는 발언 속 외침들을 다시 읽으며 당시에 느꼈던 어떤 떨림, 울림 등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오늘 발언을 준비하면서는 작년에 죽은 저희의 트랜스젠더 동료가 많이 생각났습니다. 작년 강남역 8주기 집회에 그 동료와 함께 했기 때문일까요, 그 동료의 죽기 전 마지막 행선지가 이 자리에서 진행된 딥페이크 규탄 집회여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9주기를 마주하면서 그 동료의 죽음도 강남역에서의 죽음과 강하게 연결되어있음을 다시 감각하게 되었습니다.

강남역 이후, 여성들은 거리에서,sns에서, 자신이 존재하는 모든 곳에서 자신이 삶에서 겪은 구조적 차별의 경험들, 폭력의 경험들을 폭발하듯이 증언하였습니다. 그리고 당시 증언의 나의 경험이 강남역과 연결되어있음을. 너의 죽음이 나의 죽음이라는 말로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리고 2025년 여전히 우리는 강남역과 연결되어있습니다. 

여전히 성을 기준으로 여성을 구분하고 배제하는 여성혐오의 공고함 속에서 젠더 이분법에 부합하지 않는 여성, 성녀가 아닌 ’창녀‘인 여성, 스스로 음란해지기를 택하거나 성적실천을 행한 여성들을 향한 혐오와 낙인 역시 버젓이 살아 숨쉽니다.

그렇기에 사이버성폭력 피해경험자에게 향하는, 딥페이크 성폭력의 대상이 된 여성들에게 향하는, 저희의 트랜스젠더 동료에게 향하는, <너의 연애> 출연자에게 향하는 수많은 공격과 폭력은 그 결을 같이 합니다.

여전히 강남역의 죽음은, 너의 죽음은 나와 연결되어 있고, 너의 고통은 나와 연결되어 있다는 말의 유효성을 느낍니다.

그리고 강남역에서의 죽음 이후 폭발하듯이 쏟아져나온 여성들의 증언이, 페미니스트들의 움직임들이, 차별과 배제의 대상이 된 존재들이 지금까지의 세상을 바꿔왔고, 바꿔갈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차별과 혐오와 배제를 부수고 성평등 세상으로 함께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작년 강남역 8주기 집회 후기를 그 동료가 작성하였는데요. 허락을 받지 않고 들고 와 봤습니다. 공개된 글이기도 하고 공익 목적이니 봐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태어났을 때 남성으로 지정받았지만 현재는 여성으로 살아가고 있는 트랜스젠더 여성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성의 삶을 잘 안다고 할 수 있고,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항상 고민하며 살고 있습니다. 성별이라는건 각자가 가지는 고유한 정체성이고, 어떤 정체성을 갖고있든 우리 모두는 안전하고 존엄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습니다.”

“강남역 추모집회가 돌아올 때마다, 2016년 그 날에 비해 무엇이 달라졌는가, 무엇이 나아졌는가 물어보게 됩니다. 살아남은 페미니스트들이 꿋꿋하게 싸워오고 있는 만큼 더디지만 그래도 조금씩 달라지고 나아지고 있다고 믿습니다. 여성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죽지 않아도 되는 사회, 더 나아가 여성이 여성이기에 더 당당하고 빛날 수 있는 사회를 위해 앞으로도 우리 모두 같이 싸워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여성해방을 위하여,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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