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사성은 내년 10주년을 준비하며, 지금까지의 활동을 돌아보고 비전을 세워나갈 토대를 닦아보려 합니다. 특히 법과 정책을 중심으로 평가와 진단, 앞으로의 과제를 발굴하기 위해 연속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어요.
지난 4월 27일에 <한국 정부가 디지털성범죄에 대응하는 법>이란 제목으로 첫번째 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처음으로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대책을 발표한 것이 2017년 9월입니다. 이때의 정책을 중심으로 당시 한국 사회는 디지털 성폭력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살펴봤습니다.
2017년 9월, 문재인 정부는 "디지털 성범죄 Zero, 국민 안심사회 구현"이라는 목표로 「디지털 성범죄(몰래카메라 등)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변형카메라 판매·촬영부터 피해자 지원, 예방·교육에 이르기까지 총 6단계 22개 과제를 담은 범정부 대책이었습니다.

주요 내용을 단계별로 살펴보면, 판매·촬영 단계에서는 변형카메라 수입·판매업 등록제 도입, 무음 카메라 앱 이용 제한, IP카메라 보안 강화를 계획했습니다. 유포·신고 단계에서는 당시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현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의 삭제·차단 패스트 트랙을 마련하고, AI를 활용한 불법영상 탐지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단속·수사 단계에서는 다중이용시설 탐지장비 확충, 디지털 성범죄 수사 전담팀 운영을 계획했습니다. 가해자 처벌 단계에서는 영리목적 유포와 보복성 영상물 유포에 징역형만을 부과하고 경제적 이득 몰수 계획을 발표했으며, 공무원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겠다고 했습니다. 피해자 지원 단계에서는 여성긴급전화 1366을 통한 원스톱 종합서비스와 삭제비용을 가해자에게 부과하는 안을 발표하고, 예방·교육 단계에서는 민관협의체 운영과 국민 인식 개선 캠페인, 청소년 대상 교육 확대를 담았습니다.
범정부 대책이었던 만큼 여러 층위의 정책 과제가 발표되었고, 이후 지금까지 시행되고 있는 정책도 일부 있지만 폐기되거나 실질적 효용이 없었던 과제도 있었습니다. 정책의 의미와 아쉬움을 평가하며 크게 세 가지의 한계점을 짚었습니다.
가장 먼저 젠더 관점의 부재가 근본적인 문제라고 평가했습니다. 2017년 대책은 디지털 성범죄의 발생 원인을 스마트폰 보급과 카메라 소형화, 즉 기술의 문제로 진단했습니다. "누구나 찍을 수 있고, 누구나 찍힐 수 있다"는 인식 속에서 이 폭력이 왜 압도적으로 여성을 향하는지, 왜 지속적으로 생산되고 소비되는지에 대한 구조적 질문은 빠져 있었습니다. 즉 기술 발전의 폐해처럼 접근하며 모니터링과 삭제 및 차단 등 기술적 대응에만 치중했습니다.
두 번째는 촬영물을 이용한 성폭력 중심 대책의 한계입니다. 2017년 대책은 사실상 공중화장실 ‘몰카’ 문제에 대한 개입에 가까웠습니다. 몰래 찍고 몰래 유포하는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변형 카메라 유통에 개입하는 등 단속과 탐지에 집중했습니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피해 양상, 이미지를 이용하지 않는 온라인 젠더 기반 폭력을 다루기엔 협소했습니다.
세 번째는 피해자 지원의 막연함입니다. '원스톱 종합서비스'라는 이름에도 불구하고 젠더 기반 폭력의 피해지원 체계 간 칸막이가 존재합니다. 온·오프라인을 중첩해서 겪는 피해, 가정폭력이나 성매매 상황에서 벌어지는 디지털 성폭력의 경우 어디에서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실질적으로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기 어려워 지금까지도 실행된 사례가 없습니다.
평가와 더불어, 그렇다면 한국정부는 왜 이런 대책을 만들었는지 논의를 이어갔습니다. ‘젠더 관점이 없는’ 정책은 어떤 배경과 목적에서 만들어지고, 어떤 맥락들이 작용하는지 함께 살펴야 앞으로를 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소라넷 폐쇄 이후 뜨겁게 이어진 사회적 관심과 당시 문재인 정부 아래 서울시에서도 젠더폭력 의제를 협조적으로 다룰 수 있는 조건이 맞물리며 대책이 나온 맥락을 짚었습니다. 동시에 이 대책이 기업 규제나 정부의 핵심 사업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설계되었다는 점, 즉 단속·검거·인식개선 중심으로 짜여 성과를 내기 용이하지만, 실질적인 구조 변화는 없는 대책이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이후로도 디지털 성폭력 관련 정부 대책은 때마다 발표되었지만, 특히 17년 대책에만 포함되었던 '변형카메라 판매·촬영' 규제의 경우, 초소형 카메라를 규제하며 오프라인 공간 단속에 얼마나 집중되어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지점이기도 했습니다.
디지털 성범죄 양상의 변화도 논의되었습니다. 초소형 카메라와 공중화장실이 디저털 성폭력 문제의 표상이었던 때부터, 딥페이크 성폭력을 중심으로 사회적 주목이 이동한 지금의 상황을 비교하는 이야기가 이어졌는데요.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무작위적 촬영에서 관계를 기반으로 특정인의 구체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폭력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는지, 그렇다고 판단할 수 있는지 고민과 과제가 이어졌습니다.
첫 세미나는 오래 전 문서를 함께 들여다보며 과거를 복기하는 자리이기도 했지만, 여전한 문제의식과 또 앞으로의 단서를 찾는 시간이기도 헀습니다. 다음 세미나에서는 <법제는 무엇을 처벌하게 되었나>란 주제로 처벌법을 다룰 예정입니다. 이어질 이야기도 계속 기대해주세요!

한사성은 내년 10주년을 준비하며, 지금까지의 활동을 돌아보고 비전을 세워나갈 토대를 닦아보려 합니다. 특히 법과 정책을 중심으로 평가와 진단, 앞으로의 과제를 발굴하기 위해 연속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어요.
지난 4월 27일에 <한국 정부가 디지털성범죄에 대응하는 법>이란 제목으로 첫번째 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처음으로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대책을 발표한 것이 2017년 9월입니다. 이때의 정책을 중심으로 당시 한국 사회는 디지털 성폭력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살펴봤습니다.
2017년 정부 종합대책, 무엇을 담고 있었나
2017년 9월, 문재인 정부는 "디지털 성범죄 Zero, 국민 안심사회 구현"이라는 목표로 「디지털 성범죄(몰래카메라 등)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변형카메라 판매·촬영부터 피해자 지원, 예방·교육에 이르기까지 총 6단계 22개 과제를 담은 범정부 대책이었습니다.
주요 내용을 단계별로 살펴보면, 판매·촬영 단계에서는 변형카메라 수입·판매업 등록제 도입, 무음 카메라 앱 이용 제한, IP카메라 보안 강화를 계획했습니다. 유포·신고 단계에서는 당시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현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의 삭제·차단 패스트 트랙을 마련하고, AI를 활용한 불법영상 탐지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단속·수사 단계에서는 다중이용시설 탐지장비 확충, 디지털 성범죄 수사 전담팀 운영을 계획했습니다. 가해자 처벌 단계에서는 영리목적 유포와 보복성 영상물 유포에 징역형만을 부과하고 경제적 이득 몰수 계획을 발표했으며, 공무원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겠다고 했습니다. 피해자 지원 단계에서는 여성긴급전화 1366을 통한 원스톱 종합서비스와 삭제비용을 가해자에게 부과하는 안을 발표하고, 예방·교육 단계에서는 민관협의체 운영과 국민 인식 개선 캠페인, 청소년 대상 교육 확대를 담았습니다.
범정부 대책이었던 만큼 여러 층위의 정책 과제가 발표되었고, 이후 지금까지 시행되고 있는 정책도 일부 있지만 폐기되거나 실질적 효용이 없었던 과제도 있었습니다. 정책의 의미와 아쉬움을 평가하며 크게 세 가지의 한계점을 짚었습니다.
가장 먼저 젠더 관점의 부재가 근본적인 문제라고 평가했습니다. 2017년 대책은 디지털 성범죄의 발생 원인을 스마트폰 보급과 카메라 소형화, 즉 기술의 문제로 진단했습니다. "누구나 찍을 수 있고, 누구나 찍힐 수 있다"는 인식 속에서 이 폭력이 왜 압도적으로 여성을 향하는지, 왜 지속적으로 생산되고 소비되는지에 대한 구조적 질문은 빠져 있었습니다. 즉 기술 발전의 폐해처럼 접근하며 모니터링과 삭제 및 차단 등 기술적 대응에만 치중했습니다.
두 번째는 촬영물을 이용한 성폭력 중심 대책의 한계입니다. 2017년 대책은 사실상 공중화장실 ‘몰카’ 문제에 대한 개입에 가까웠습니다. 몰래 찍고 몰래 유포하는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변형 카메라 유통에 개입하는 등 단속과 탐지에 집중했습니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피해 양상, 이미지를 이용하지 않는 온라인 젠더 기반 폭력을 다루기엔 협소했습니다.
세 번째는 피해자 지원의 막연함입니다. '원스톱 종합서비스'라는 이름에도 불구하고 젠더 기반 폭력의 피해지원 체계 간 칸막이가 존재합니다. 온·오프라인을 중첩해서 겪는 피해, 가정폭력이나 성매매 상황에서 벌어지는 디지털 성폭력의 경우 어디에서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실질적으로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기 어려워 지금까지도 실행된 사례가 없습니다.
한국 정부는 왜 이런 대책을 만들었는가
평가와 더불어, 그렇다면 한국정부는 왜 이런 대책을 만들었는지 논의를 이어갔습니다. ‘젠더 관점이 없는’ 정책은 어떤 배경과 목적에서 만들어지고, 어떤 맥락들이 작용하는지 함께 살펴야 앞으로를 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소라넷 폐쇄 이후 뜨겁게 이어진 사회적 관심과 당시 문재인 정부 아래 서울시에서도 젠더폭력 의제를 협조적으로 다룰 수 있는 조건이 맞물리며 대책이 나온 맥락을 짚었습니다. 동시에 이 대책이 기업 규제나 정부의 핵심 사업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설계되었다는 점, 즉 단속·검거·인식개선 중심으로 짜여 성과를 내기 용이하지만, 실질적인 구조 변화는 없는 대책이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이후로도 디지털 성폭력 관련 정부 대책은 때마다 발표되었지만, 특히 17년 대책에만 포함되었던 '변형카메라 판매·촬영' 규제의 경우, 초소형 카메라를 규제하며 오프라인 공간 단속에 얼마나 집중되어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지점이기도 했습니다.
디지털 성범죄 양상의 변화도 논의되었습니다. 초소형 카메라와 공중화장실이 디저털 성폭력 문제의 표상이었던 때부터, 딥페이크 성폭력을 중심으로 사회적 주목이 이동한 지금의 상황을 비교하는 이야기가 이어졌는데요.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무작위적 촬영에서 관계를 기반으로 특정인의 구체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폭력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는지, 그렇다고 판단할 수 있는지 고민과 과제가 이어졌습니다.
첫 세미나는 오래 전 문서를 함께 들여다보며 과거를 복기하는 자리이기도 했지만, 여전한 문제의식과 또 앞으로의 단서를 찾는 시간이기도 헀습니다. 다음 세미나에서는 <법제는 무엇을 처벌하게 되었나>란 주제로 처벌법을 다룰 예정입니다. 이어질 이야기도 계속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