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사이버성폭력집중강좌-역사부터 불법화 이후 과제까지> 2강 - 음란개념의 작동 _ 여파 활동가

한사성
2024-07-09
조회수 30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사이버성폭력을 규율할 때에 ‘음란성’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법과 인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음란’해서 문제인 것이 아닌데 피해자는 자꾸만 법의 판단에서 미끄러지고, 논쟁은 엉뚱하게 ‘우리 사회가 이렇게 음란해서 되겠냐’, 혹은 ‘더 음란해도 된다’로 가기 때문이죠. 성표현물을 국가에서 ‘음란성’을 기준으로 어떻게 관리해왔는지, 그것이 디지털성폭력과 어떻게 관계맺어 왔는지에 대해 연구해오신 김소라님의 강의를 들었습니다. 


음란(obscenity)은 늘 시끄러운 개념이었고,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검열에 반대했던 이들과 청소년 보호 및 성 윤리 수호를 명목으로 규제를 지지했던 이들을 중심으로 논의가 양분되는 가운데에 여성의 성적 대상화에 반대하면서도 여성의 성적 쾌락과 주체성 확립을 추구하고자 했던 페미니스트들의 논의는 주변화 되었다고 합니다. 서구 사회에서도 포르노그래피를 둘러싸고 자유주의와 보수주의가 대립한 가운데에 페미니즘 운동은 포르노그라피에 재현된 성차별과 여성에 대한 착취를 문제삼았는데요. 


김소라님은 한국 사회에서 1990년대 ‘음란’에 관한 인식과 담론의 변화가 있었던 시기 이후에 ‘음란’을 다시 사회적 논의의 장으로 끌어들인 것은 디지털성범죄라고 설명합니다. 한국사회에서 ‘음란’이 특정 성표현물에 대한 사회적, 도덕적 판단의 근거이자 중요한 잣대로 쓰이는 문제가 있는 가운데에 ‘음란’은 판단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자의적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김소라는 음란성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법의 언어에서 디지털성범죄를 성적 자율권과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바꾸기 위해 문제는 성적 대상화라는 것을 다시금 짚습니다. 영국의 미술비평가 존 버거는 유럽적 전통에서 ‘벌거벗음(nakedness)’과 ‘누드(nude)’의 다른 점으로 전자는 옷을 입지 않은 채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고, 후자는 타인에게 보이기 위한 특별한 목적에서 전시된 것이라고 하며, 유럽의 누드화 전통에서 그림 속의 여성은 그림 밖의 남성 관객을 의삭하고 있는 ‘대상화’ 된 존재라고 합니다. 미디어에서의 여성 재현에 대한 고전적 연구를 한 로라 멀비도 영화 속 여성에 대한 묘사가 ‘남성’으로 상정된 영화 밖 관객의 시선에게 ‘보이기’ 위해 재현되기 때문에 여성 관객 역시 남자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합니다.


한국 사회가 게임, 인공지능의 발전 등 산업과 기술, 미디어가 변화하는 가운데에 디지털성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음란’ 개념의 지속’으로 ‘표현의 자유’와 불필요한 대립이 계속 되는 문제를 고찰해야한다고 제시합니다. 


올해 초 동료들과 정책 토론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미지의 내용이 아니라 권력관계를 기준으로 판단하도록 법의 구성요건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강의 이후 김소라님과도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라는 문구를 어떻게 개정하면 좋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용어는 바꿀 수 있겠지만 실제 규율의 내용을 어떻게 바꿀까가 핵심이 아닐까 하는 읖조림으로 대화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음란물 유포죄로 판결 받은 웹하드카르텔의 주범의 판결문을 보며 ‘이렇게 성풍속에 해악을 끼쳤다니, 큰 죄를 저질렀다’는 기조가 담긴 판결을 굉장히 씁쓸한 마음으로 읽은 기억이 납니다. 고민이 될 때는 다시 역사를 보죠. ‘문제는 성적 대상화’라는 문장을 곱씹으며 어떻게 변화를 일으켜나갈지 다시 상상을 펼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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