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벗방' 피해자 공동지원단 2차 세미나

한사성
2024-07-31
조회수 265


남자들은 왜 여캠을 볼까요? 왜 여캠에 그렇게 환호하는걸까요? 도대체 무엇을 보고자 하는 것인지, 무엇에 환호하는 것인지를 이번 세미나에서 한번 들여다보았습니다. 이번에 살펴본 논문은 아프리카TV에 주목하고 있었는데요. 아프리카TV는 누구나 자유롭게 1인 방송을 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 국내에선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지요. 아프리카TV의 시청자들은 유료결제 아이템인 별풍선을 BJ한테 보냅니다. 흥미로운 점은, 별풍선을 쏘는 행위가 ‘선물’이나 ‘후원’의 형태로 인식된다는 것이었어요.

 

“우리가 가진 돈을 별풍선으로 환전할 때에는 “구매”라는 용어가 쓰인다. 즉, 회사와의 관계에서 별풍선은 매매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논의의 초점은 이른바 ‘아프리카TV 참여자/현지인’으로 칭해온 BJ와 시청자간 관계이며, 이 교환에서는 “선물”이라는 용어가 적극 등장한다. 참여자간 실제 발화에서도 시청자가 별풍선을 BJ에게 ‘지불한다’거나 BJ의 서비스를 ‘구매한다’는 식의 말 대신, 별풍선을 ‘선물·후원한다/쏜다’는 표현이 통용된다. 별풍선 증여는 오직 생방송에서만 공개적으로 이뤄짐에도 불구하고, BJ는 이를 “시청자가 주신 선물”임을 빌어 굳이 돈으로 환산해 언급하길 꺼려한다.”

 이런식으로 자본주의적 거래관계를 가리려는건, 시청자들은 여캠을 통해 관계성을 원하는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보았어요. 남성시청자들이 많은 여성BJ들 중에서는 매력적인 외모 뿐만이 아닌, 시청자들과 소위 ‘티키타카’를 잘하는, 시청자들이 놀릴 수 있는 빈틈과 놀렸을 때 재밌게 받아쳐주는 재치까지 보유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에요.

 

한편 중국의 상황이 담긴 논문도 살펴보았는데요. 중국에서는 ‘쇼장방송’ 이라는, 뛰어난 외모의 여성 BJ가 노래와 춤으로 시청자와 소통하는 방송이 있다고 해요.

 

“실제로 쇼장방송은 여성을 하나의 상품으로서 전시하는 공간이자, 남성 시청자가 돈으로 여성의 섹슈얼리티 상품을 구매하고 게임을 진행하는 놀이터이기도 하다. 방에서 큰돈을 선물하는 시청자는 ‘따거(大哥)’라고 불린다. 선물을 통해 방 안의 남성들 사이에는 경쟁이 벌어지고, 따거와 나머지들로 서열이 위계화되지만, 동시에 쾌락의 공유라는 남성 간의 연대감이 만들어진다”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방송 콘텐츠로서 상품화하고, 거기에 돈을 지불하는 남성들간의 위계와 연대가 생긴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여캠방송과 굉장히 유사하다고 느껴졌어요. 물론 이 지점에서는 논문에도 나오는것처럼 여성들의 욕망도 같이 살펴봐야 하는데요.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기 (특히 여성들이 더)어려운 취업시장 속에서 비교적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이 업계로 몰리는 것이라고 해요. 이 역시도 한국의 상황과 아주 닮아있는 것 같아요.

 

여캠이나 혹은 벗방 같은 업종은 섹슈얼리티를 상품화한다는 측면에서 성매매와 맞닿는 지점이 있다고 느껴졌어요. 실제로 많은 여성 BJ들이 성매매 여성에 대한 혐오와 낙인으로부터 자기검열에 시달리고 있고요. 여성의 성을 통제하고 착취하려는 남성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이 산업도 바뀔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이버 공간의 이 구조에 대해 조금씩 더 알아가는 느낌이지만 아직도 갈 길이 많이 남았습니다. 어떻게 이러한 온라인문화와 산업구조를 좀 더 성평등하게 바꿔갈 수 있을지 앞으로도 부지런히 공부하고 배우겠습니다. 그럼 다음 회차 후기에서 만나요!


글쓴이: 이연수 활동가





0 0

한사자레터 구독하기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뉴스레터 발송을 위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합니다. 수집된 정보는 발송 외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으며, 서비스가 종료되거나 구독을 해지할 경우 즉시 파기됩니다.

광고성 정보 수신

제휴 콘텐츠, 프로모션, 이벤트 정보 등의 광고성 정보를 수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