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존엄한 광장의 정치 by 명금 활동가

한사성
2025-12-17
조회수 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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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 벌써 계엄으로부터 1년이 지났습니다. 민주주의는 여전히 위태롭습니다.


가자, 평등으로! 12.10. 민중의 행진 집회를 맞아 한사성 동료들과 함께 보신각을 찾았습니다. 이미 많은 깃발이 서 있었고 찬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바닥에 앉아 있는 시민들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누구는 깃발을 들고, 누구는 자리에 앉아 여러 발언을 소중히 들었습니다.


많은 곳에서 발언하러 나오셨습니다. 자유발언 강다영님이 청년이 전세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내몰리는 것을 이야기하고, 한전KPS비정규직지회 김영훈님은 청년이 소모품으로 대해지지 않기를 바라고,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구중서님은 수요 없는 공항을 지으며 철새도래지와 서해안이 파괴되는 것을 막기를 바라는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그 이야기들에는 글로는 다 담을 수 없는 간절함과 용기가 배어 있었습니다. 기후정의, 살림이 순환하는 경제, 안전한 주거, 차별 없는 교육, 공공성이 든든한 세상, 작은 광장들의 연대, 존엄한 노동. 우리가 바라는 것은 이런 것입니다.



그리고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이 발언하는 사이 정당하게 노동권을 주장하던 쿠팡 노동자들이 연행되었다는 소식이 들어와, 모든 시민이 쿠팡 아웃을 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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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공연을 맡아주신 화경님은 휴일 없는 투쟁을 위해 모여 있는 우리를 위한 캐롤, ‘메리 투쟁 크리스마스’를 만들어 오셨습니다. 송전탑에서 이동권, 노조와 차별금지법까지 여러 농성과 투쟁 현장이 담겨 있고 그 바람을 위해 그만두지 않는 노력을 위한 노래였습니다.


이후 한국레즈비언상담소 루니님, 이주노동자차별철폐위원회 이춘기님, 홈리스 행동 박용수님의 자유발언을 듣고 일어나 우리는 행진 전 결의를 다지며 함께 일어나 선언문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보신각에서 세종호텔까지 행진을 시작했습니다. 많은 깃발과 구호와 응원이 뒤섞인 뜨거운 걸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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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진을 하며,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엄 당시 2030 여성들의 불빛과, 남태령, 민구페퀴(민주주의 구하는 페미-퀴어-네트워크), 퀴어문화축제에 함께한 많은 연대, 그리고 점점 더 커지는 이 연대는 무엇일까? 우리는 왜 거리로 나올까? 이번 행진으로 저는 ‘우리’의 힘을 깊이 느꼈습니다. 여러 의제가 모여 결국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민주주의로 모인, 그런 걸음. 우리는 깃발 사이사이로 유대감을 느끼며 차별금지법 제정, 노동3권 보장, 기후정의 실현, 사회 공공성 확대, 주거권 보장 등의 바람을 외쳤습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목소리를 보탤 수 있다는 것은 눈물이 날 것 같은 힘이자 나에 대한 응원이기도 했습니다. 서로에게 응하며 외롭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더 맹렬히 외칠 수 있게 되어 기뻤습니다.


어렸을 적, 광화문 교보문고에 갈 적이면 늘 텐트를 치고 농성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들의 외침을 잘 듣지 못했고, 다른 사람들도 잘 듣지 못했으며, 참으로 외로운 싸움으로 보였습니다. 도로를 막고 시위를 할라치면 행인들의 불평이 쏟아졌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두 번의 탄핵, 그리고 마지막 탄핵으로부터 1년이 흐른 지금, 진정한 민주주의는 아직 실현되지 않았을지언정 과거 보았던 시민들의 매서운 눈초리는 이날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사회학자 앙리 르페브르는 1968년 자본이 지배하는 도시를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을 위한 도시로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거의 60여 년 전의 생각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이 도시권은 광장의 정치로 연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노조, 학생운동, 여성, 노인,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기후 등 많은 것들이 광장의 정치의 주체가 될 수 있습니다. 행사 자유발언에서 한국레즈비언상담소 루니는 ‘여성과 성소수자를 분리하는 것은 정치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했지만 우리는 그것들을 광장의 정치의 주체로 자리하게끔 끊임없이 거리로 나오는 것입니다. 공간의 지배와 통제에 맞서 주체가 등장할 때 정치가 이루어진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박용수님은 홈리스가 광장에 머물지 못하게 하며 우리의 광장이 점점 축소되고 있다고 했는데, 그 광장과 이 광장은 다르면서도 또 같습니다. 우리는 광장에서 언제고, 우리가 바라는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그날까지 외칠 수 있습니다. 서로에게 기대면서요. 서로를 응원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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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오랜 시간 고공농성 중인 고진수 지부장 동지에게. 두 팔을 흔들고 함성을 보내던 그 많은 사람이 당신의 투쟁을 지지하고 함께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고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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