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정의롭지 않은 불의를 수호하지 마십시오.

한사성
2022-01-13
조회수 624


이제 곧 새로운 검찰총장이 임명됩니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다음 주 월요일(7월 8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지금, 우리는 윤석열 후보자에게 검찰 성적폐 청산을 최우선 과제로 요구합니다.



윤석열 후보자는 ‘고 장자연 씨 사건 전면 재수사 및 김학의 성범죄 혐의 철저한 보강 수사’를 국민 앞에 약속하십시오. ‘법 위에 군림했던’ 성범죄 가해자들과 검찰 조직 내에 존재하는 그들의 공범을 처벌하십시오. 



정의롭고 신뢰 가능한 검찰, 
우리는 너무 오래 기다려왔습니다



[한사성 발언문]



“저는 나약하고 힘없는 신인 배우입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고 장자연 씨가 10년 전에 남긴 말입니다. 장자연 씨는 세상을 떠나며 성접대 피해 사실과 가해자들의 이름을 낱낱이 밝힌 문건을 우리에게 남겼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죽음으로써 한국 사회에 알린 이 사건은 10년째 제자리에 서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뒷걸음질을 쳤다는 표현이 더 어울립니다.



장자연 씨가 목숨을 끊고 일주일 뒤, 경찰은 장자연 씨의 집을 압수수색했지만 들어간 지 57분 만에 중요한 모든 증거들을 그대로 남겨두고 나왔습니다. 가방 안에 들었던 명함 여러 장, 장자연 씨가 손수 쓴 기록들은 장자연 씨가 처했던 상황을 구체적으로 그려내는 것을 돕는 중요한 증거들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이 사건을 경찰로부터 넘겨받은 검찰은 방용훈 코리아나 호텔 사장이 장자연 씨와 만났다는 진술을 확보했으면서도 방 사장을 조사하지 않았고,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가 장자연 씨에게 술 접대를 받았다는 사실도 확인했지만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그사이 조선일보는 수사에 압력을 행사하고 이 사실을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최선을 다해 수사를 훼방 놓았고, 검찰은 이를 막기는커녕 아무 일도 하지 않음으로써 결국 조선일보를 도왔습니다. 검찰과 경찰의 부실 수사 때문에 골든타임을 놓친 이 사건은 결국 주요 증거들이 몽땅 빠진 채 종결되고 말았습니다. 



지난 5월, 법무부 과거사위는 이처럼 부실했던 수사의 전말을 확인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사건을 의도적으로 허술하게 수사하고, 가해 추정자들을 모두 무혐의 처분하고, 증거를 누락시켜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한 정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이 무책임한 결과를 지켜보는 우리는 계속해서 되물을 수밖에 없습니다. 장자연 씨가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지난 지금, 무엇이 바뀌었습니까? 문건에서 지목된 가해자들뿐만 아니라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했던 검찰, 수사를 압박한 조선일보까지, 그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검찰이 권력형 성폭력 사건에 면죄부를 준 일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김학의 전 차관 사건에서도 검찰은 일관된 태도를 보였습니다. 검찰은 ‘김학의 동영상’에 등장하는 남성이 김학의 전 차관이 맞다는 스스로의 결론과, 버젓이 존재하는 피해자의 상세한 증언에도 ‘근거 없음’과 ‘공소 시효 만료’를 이유로 특수강간 혐의를 뺀 채 김학의를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만 축소해 기소했습니다. 



2013년에 김학의가 특수강간 혐의를 받고 직위에서 물러났을 때도, 2014년에 피해자가 특수강간 혐의로 그를 다시 고소했을 때도, 그리고 2019년, 김학의에 분노하는 여론이 다시 달궈졌을 때도 검찰은 거듭해 무혐의 처분을 내리며 최선을 다해 김학의를 보호했습니다. 



장자연 리스트에 대한 부실 수사와 김학의 사건에 연달아 내린 무혐의 처분은 우리 사회에 권력형 성범죄가 얼마나 뿌리깊이 자리 잡았는지 대표하는 사례들입니다. 가해자들은 법망을 유유히 빠져나갔고, 수사가 진전되지 않았던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었습니다. 그동안 검찰의 태도는 권력을 쥔 이들이 자행하는 성착취와 성폭력을 정당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과연 검찰이 보호하는 것은 김학의 한 명뿐입니까?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과거 국정감사에서 했던 말을 기억합니다.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이 말처럼 과거, 현재,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어떤 권력형 성폭력 사건에도 ‘사람에게 충성해’ 면죄부가 주어져서는 안 됩니다. 검찰은 가해자의 공범을 더 이상 자처하지 마십시오. 피해자의 증언을 다시 듣고, 피해자의 인권에 충성하십시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자신의 말대로 초심을 잃지 않고 사회 정의에 헌신하는 총장임을 증명하는 첫 번째 길은 고 장자연 씨 사건을 전면 재수사하고, 김학의의 성범죄 혐의를 철저히 수사해 엄벌할 것을 국민 앞에 약속하는 것입니다. 



진실이 밝혀지는 것이 두려운 자들은 누구입니까? 검찰은 정의를 밝혀야 하는 집단입니다. 더 이상 정의롭지 않은 불의를 수호하지 마십시오. 새로운 검찰총장은 성적폐 청산으로 더 나은 민주주의 사회를 약속하십시오. 우리는 진실을 감추려는 자들을 끝까지 직시하고, 발목을 붙들 것입니다. 



2019.07.05 



녹색당,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정의연대,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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