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후기]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8주기 추모행동 <지금 우리가 반격의 시작이 될 것이다!> 참가 후기

한사성
2024-06-04
조회수 346

한사성은 지난 5월 17일,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8주기 추모행동 <지금 우리가 반격의 시작이 될 것이다!> 에 참여하였습니다. 당일 현장 참가한 한사성 이연수 활동가의 활동 후기를 공유드립니다. 


2016년은 대한민국 페미니즘 운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사건이 일어난 해였습니다. 바로 강남역 여성혐오살인사건인데요. 남성이었던 범인은 강남역 인근 상가 공중화장실에서 남자들이 모두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가 여자를 표적으로 삼아서 죽였고, 실제로도 범행 동기를 ‘여자들이 나를 무시해서’라고 진술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여성들은 ‘여자라서 죽었다’라는 구호를 내걸고 온·오프라인에서 강하게 결집하기 시작했고 이는 페미니즘 리부트의 계기가 되었어요. 그런 의미가 있는 날인만큼 해마다 추모집회가 있었는데요, 2024년인 올해 8주기 추모행동에는 한사성도 참가하고 왔습니다. 퇴보와 백래시가 범람하는 엄혹한 현실에 저항하고자 많은 단체들이 참가하여 투쟁발언을 해주었는데요, 한사성에서는 여파 활동가가 사이버성폭력 피해지원 현장에서 느낀 문제점과, 젠더폭력에 대한 정부의 몰이해에 대해 비판하는 요지의 발언으로 집회에 열기를 더했습니다.

제가 강남역 살인사건을 비롯한 여성혐오 사건을 접할때마다 드는 의문이 있습니다. 대체 가부장제에서 허락한 여성은 무엇이냐는 거에요. 여성성을 수행하는 여성은 시도때도 없이 성적대상화가 되어 성폭력을 경험하고, 여성성을 수행하지 않는 여성은 무가치한 존재로 여겨져 멸시의 대상이 되거나 폭행을 당하기도 하고요. 성적 실천을 하는 여성은 창녀,걸레가 되고, (남)성에 관심이 없으면 없는대로 모욕과 비난을 당하죠. 전통적인 가부장제가 여성을 경쟁해서 쟁취해야 하는 트로피로 여겼다면 요즘의 한국식 가부장제는 여성이 마치 보급품처럼 자신들에게 조달되어야 한다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은 여성으로서 어떻게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살아갈 수 있기는 한걸까 하는 절망적인 생각까지 듭니다.

저는 태어났을 때 남성으로 지정받았지만 현재는 여성으로 살아가고 있는 트랜스젠더 여성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성의 삶을 잘 안다고 할 수 있고,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항상 고민하며 살고 있습니다. 성별이라는건 각자가 가지는 고유한 정체성이고, 어떤 정체성을 갖고있든 우리 모두는 안전하고 존엄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습니다. 여성과 남성의 삶이 이렇게 달라서는 안 됩니다. 남성이 인간이듯 여성도 인간이고, 여성 또한 모든 면에서 남성과 같은 권리를 가져야 합니다. 강남역 추모집회가 돌아올 때마다, 2016년 그 날에 비해 무엇이 달라졌는가, 무엇이 나아졌는가 물어보게 됩니다. 살아남은 페미니스트들이 꿋꿋하게 싸워오고 있는 만큼 더디지만 그래도 조금씩 달라지고 나아지고 있다고 믿습니다. 여성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죽지 않아도 되는 사회, 더 나아가 여성이 여성이기에 더 당당하고 빛날 수 있는 사회를 위해 앞으로도 우리 모두 같이 싸워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여성해방을 위하여,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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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현장에서 발언한 여파 활동가의 발언문을 함께 공유합니다. 


“정부의 보도자료를 보면, 한국의 여성폭력은 곧 근절될 것 같습니다. ’가해자 처벌 강화했다‘, ’법 보완했다‘, ’피해자지원 충분히 이루어졌다‘, ’예방교육‘ 했다는 식입니다.

우리는 거짓말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상담창구로 찾아오시는 피해경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요.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젠더폭력 보도들을 들어보면요.여전히 경찰서에서는 ’법이 없다, 해외 서버라 못 잡는다‘고 하고, 꽃뱀논리는 여전히 판결의 근거로 쓰입니다. 어떤 기관에서는 ’일상사진은 법에 해당 안 되어 삭제지원 안 된다‘, 어떤 기관에서는 피해자가 역고소 당해서 피의자 신분이 되니 ’심리상담지원 중단하겠다‘고 합니다. 그럼 보도자료와 현실의 괴리 속에 피해경험자들은 ’왜 내 사건은 수사가 안되지‘, ’잊고 살면 되는 일인데 호들갑을 떠는건가‘ 생각이 드는 것이죠.

이건 여성폭력을 젠더폭력이 아니라 보수적으로 해석한 ’범죄‘에 해당하는지로 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여성폭력이 발생하는 이유가 켜켜이 쌓인 성차별과 성적 대상화 때문이 아니라 악랄한 범죄자 몇몇의 일로 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정부가 여성폭력에서 자기 책임을 지우고 성평등을 퇴행시키고 있어 그렇습니다.
그러니 강남역, 신당역, 공원, 편의점, 집 안과 밖, 온라인 커뮤니티, 텔레그램, 인스타그램, 유튜브에서 물리적/비물리적 젠더 폭력은 계속될 수 밖에 없습니다.
어디서도 안전하지 못하므로, 우리는 모든 곳에 성평등이 필요하다고 외칩니다. 그래서 희망은 다시 강남역에 있습니다. 절망스럽기 쉬운 시대에 성평등을 외치는 마음들이 어떠신가요? 반격하는 사람들 보고 싶어 왔습니다. 끝까지 투쟁입니다!”


글쓴이: 이연수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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