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편파 수사 책임자, 민갑룡 경찰청장은 사직서를 제출하라!

한사성
2022-01-18
조회수 432


오늘 한사성은 [편파 수사 책임자, 민갑룡 경찰청장은 사직서를 제출하라!] 긴급 기자회견에 함께했습니다. 



경찰은 권력형 성범죄 사건의 증언자 윤지오 씨에게 여권 무효화와 인터폴 적색수배 요청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승리와 양현석에게는 하해와 같은 아량을 베풀었습니다. 오늘 기자회견에 참여한 한사성 활동가의 발언문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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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4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권력형 성범죄 사건의 증언자 윤지오 씨에게 여권 무효화 조치와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적색수배는 국제수배의 여덟 가지 단계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입니다. 보통 이것은 강력범죄, 혹은 5억 원이 넘는 큰 규모의 경제범죄를 저지른 자들, 그중에서도 외국으로 몸을 숨겨 행방이 묘연한 자를 찾아내기 위한 수단으로 쓰입니다.



몇 달 동안 경찰과 법원은 윤지오 씨를 상대로, 놀라울 만큼 기동성 높게 움직였습니다. 경찰은 7월 23일부터 8월 16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윤지오 씨에게 출석을 요구했습니다. 이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며 신청한 9월 자 체포영장이 반려되자, 10월 28일에 이것을 다시 신청했고, 법원은 그 이튿날인 29일, 즉각 체포영장을 발부했습니다. 그리고 30일, 경찰은 언론을 통해 윤지오 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으며 앞으로 그의 여권을 무효화하고, 인터폴에 적색수배 요청을 내리겠다고 공표했습니다.



그런데 윤지오 씨는 캐나다에 돌아간 뒤 자신을 숨긴 적이 없습니다. 그의 SNS 계정에는 하루 전에도, 나흘 전에도, 엿새 전에도, 10월 29일, 27일, 20일, 19일, 18일, 16일, 15일, 14일, 끊임없이 소식이 올라왔습니다. 윤지오 씨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뻔히 아는 상황에서 적색수배를 내린다는 것은, 사실상 국가권력이 시민에게 엄포를 놓고 압박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경찰이 이렇게 빨리 움직일 수 있다니, 마치 이 일을 하기 위해서 저희가 제기하는 사이버성범죄 문제를 수사하지 않았던 것인지 의아할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왜, 경찰은 체포영장 발부 소식을 가능한 한 공개적으로, 또한 과장이라고 느껴질 만큼 요란스레 퍼뜨린 것일까요? 경찰만큼 이 소식을 요란스럽게 받아들인 곳이 또 있습니다. 조선일보입니다. 최근 1년 동안, 조선일보는 “윤지오”를 언급하는 기사를 총 160여 건 내보냈습니다. 이삼일에 한 번 꼴이죠. 경찰의 체포영장 발부 소식이 나온 30일 이후부터는, 윤지오 씨와 관련된 고소·고발 사건들을 복기하며 다시 한번 여론을 들쑤시고 있습니다.



다시 질문해보겠습니다. 이들은 왜 윤지오 씨에게 이토록 열을 내며, 그가 “거짓말쟁이”고, “사기꾼”에다, 선량한 시민들의 선심을 “배신”했다고 적대하는 걸까요?



그것은 윤지오 씨의 증언이 장자연 배우의 사건을 바라보는 프레임을 바꾸려는 시도였기 때문입니다. 장자연 배우는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우리 사회는 이것을 내내 죽음을 앞둔 유서라고만 읽어왔죠. 그런데 윤지오 씨는 유서라고 알려진 이 글이 사실은 법정 투쟁을 준비하는 문서였을 수도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말은 생을 포기하겠다는 말이 아니라, 이 고통을 깨뜨릴 싸움을 시작하겠다는 말로 다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만약 이 같은 해석에 따라 수사가 진척되었다면, 상황은 지금과 무척 달랐을 겁니다. 그런데 경찰은 윤지오 씨가 이야기하는 진실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후원금 문제나 진실 공방 따위에 집중해 증언의 가치를 훼손하는 데 앞장섰습니다. 그로써 이 사건의 공소시효를 늘려 가해자들을 벌하는 데 실패하는 심각한 해악을 끼쳤죠.



장자연 배우는 권력형 성폭력 범죄의 피해자였습니다. 그리고 이를 증언한 윤지오 씨를 물어뜯는 지금 상황은 성폭력 피해자에게 부여하는 ‘피해자다움’이 어떻게 ‘증언자다움’으로 계승되었는지 보여줍니다.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의 일거수일투족을 쫓아 ‘피해자다움’에 어긋나는 것을 캐내려 애쓰고, 그것을 문제 삼아 성폭력이라고 말하지 않는 편협함은, 윤지오 씨에게 그대로 투영되었습니다. 이런 경찰이 승리와 양현석에게 더할 나위 없이 관대한 것은, 윤지오 씨 사건과 대조되는 사실이 아니라 나열되는 사실일 것입니다.



“힘없고 나약한 신인 배우”라고 호소했던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는 본분을 경찰이 지키고자 했다면, 여성 거래로 연대를 다지는 강간문화에 문제를 제기할 책임을 경찰이 지고자 했다면, 경찰은 윤지오 씨의 증언에서 드러난 진실에 복무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본분과 책임을 상기하기는커녕 증언자를 피의자로 끌어내리는 이 태도는, 완벽하지 않은 증언자에게는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협박처럼 읽힙니다.



우리는 성폭력 사건을 바라보는 새로운 프레임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민갑룡 경찰청장의 자리는 없습니다. 사퇴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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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링크
‘증인’ 윤지오 적색 인터폴 수배 내린 경찰 - 여성·시민단체 “경찰, 과잉대응·편파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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