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우리는 윤석열 탄핵 너머의 정의를 원한다

한사성
2024-12-14
조회수 32


우리는 윤석열 탄핵 너머의 정의를 원한다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2024년 12월 3일로부터 열하루가 흘렀다. 그동안 윤석열은 대통령의 자리에 그대로 눌러앉아 “끝까지 싸우겠다”는 무엄한 선포를 했고, 국민의힘은 그의 보위대가 되기를 포기하지 않으며 여전히 내란주범에게 복종하고 있다. 한편 그 열하루 동안, 저항으로 발광하는 응원봉이 춤추고 노래하며 이 반민주적 행태를 끝장내기 위해 광장에 결집했다. 더 나은 내일을 상상하는 페미니스트, 청소년 인권 활동가, 레즈비언, 게이, 트랜스젠더, 성노동자가 자신의 구호로써 민주주의를 요구하고, 노동조합과 사회단체와 시민 들이 들고 나온 수많은 깃발이 겹쳐 나부끼며 2차 탄핵 소추안 표결의 날을 앞당겼다.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일곱 글자로 성차별주의적 준동과 함께 권좌를 일군 윤석열은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신념을 성폭력 피해자 지원 예산과 디지털성범죄 대응 예산 삭감 등으로 구현하며 최소한의 국가적 책임조차 방기해왔다. 그사이에 딥페이크 성폭력 사태가 폭로됐다. 불과 서너 달 전의 이 장면들로부터 우리는 동료 여성을 공격하는 가장 손쉽고 효율적으로 방법으로 성적 이미지가 이용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목격했다. 딥페이크 성폭력 국면에서 발발한 분노가 겨냥하는 핵심은 같은 문제가 계속해서 되풀이된다는 사실이다. 이미 한국 사회는 불평등한 성의 관계가 매우 폭력적이고 위급한 지점에 다다랐다는 것을 보여주는 여러 사건을 거쳤으나, 이 문제들은 그 긴급함과 중요도에 걸맞은 국가 차원의 논의 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지 못한 채 급조된 법제로 면피되거나 민심 확보용 정책으로 소급됐다.

 

 일상적인 온라인 공간에서 여성의 신체가 ‘야짤’과 ‘국산야동’으로 파편화돼 소비되던 양상을 성폭력이라고 선언하고 안전할 권리를 요구한 것은 온전한 시민권에 대한 주장이자 생존에 관한 문제 제기였다. 이 젠더화된 폭력은 ‘n번 방 방지법’ 혹은 ‘딥페이크 방지법’ 등으로는 해소 불가한, 전방위의 논의를 요청하는 사회문제다. 성폭력이 만들어지는 조건과 방식을 조명해야 한다는 페미니스트들의 요구를 거부하고 반격하는 윤석열, 그리고 성폭력에 한해서라면 그와 같은 관점을 공유하는 이들은 결국 이 문제의 원인을 미성숙한 개인의 일탈로 치부해 피해와 가해가 영속되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지금 이 광장에 모인 이들은 반민주적 행태의 목격자로서 서로를 마주치고 있다. 방관자가 되지 않기로 선택한 사람들이 터트리는 목소리는 단지 윤석열 탄핵만이 아니라 그 너머의 정의를 묻는 데로 향하고 있다. 우리는 이 함성이 온라인 곳곳에서 발견되는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와 젠더 기반 폭력에 대한 항의로 연결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폭력을 일관되게 부인해온 그의 일관된 행보에 대한 투쟁 역시, 이곳의 핵심적 가치가 되기를 열망하며 광장에 나선다. 윤석열 탄핵 너머의 정의를 상상하며 더 멀리 나아가자.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2024년 12월 14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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