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명] 〈너의 연애〉 출연자에 대한 집단적 공격을 중단하라
지난 며칠 동안 온라인 커뮤니티와 트위터를 비롯한 공간에서 〈너의 연애〉 출연자를 겨냥한 집단적 공격이 격화되고 있다. 한 사람을 표적해 떼로 몰려들어 온갖 모욕과 비난을 가하는 것은 온라인 폭력의 한 종류인 사이버 몹(cyber mob)이다. 무엇보다 압도적인 분량의 비난이 한꺼번에 난발되며 공격의 효과가 발생하고, 편향된 의견이 힘을 얻으면서 당사자를 위축시킨다. 이 모든 폭력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출연자가 ‘벗방’ BJ였다는 경력이 이용되고 있다. ‘벗방’을 했다는 경력 때문에 그의 정체성과 사랑은 의심스러운 것으로, 그의 존재는 여성에게 위협적인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그의 삶과 현재는 오로지 ‘벗방’으로 판단된다. 심지어 ‘벗방’을 했으므로, 다시 말해 성을 판매했으므로 지금의 폭력을 스스로 자초한 것이나 다름 없다는 주장은 폭력으로부터 방어돼야 할 인격을 갖추지 못한 존재라는 말과 같다. 지금 그에게 쏟아지는, ‘음지’에서 숨죽여 살라는 요구는 성 산업과 관계된 여성들을 사회에서 배제하라는 차별 선동이다.
‘벗방’의 무엇을 문제 삼아야 하는가? ‘벗방’은 남성중심적인 쾌락을 상품화한 여성혐오적 산업이다. 시청자들은 실시간 후원금과 채팅으로 BJ에게 원하는 이미지를 주문하고 평가하면서 ‘벗방’을 만들어간다. 이런 맥락에서 ‘벗방’은 ‘벗는 방송’이라기보다 ‘벗기는 방송’이라는 의미에 더 가깝다. ‘벗방’을 생계 삼으려는 여성은 ‘벗방’을 학습하며 자신을 ‘벗방’ BJ로서 연출하는데, 이 과정에서 남성중심성에 관한 문제 제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집단적으로 움직이는 시청자들은 마음에 들지 않는 BJ를 언제든 퇴출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그의 신상정보를 이곳저곳에 박제하고 끌어올려 괴롭힘과 공격을 계속할 수 있다. 이 공격은 BJ로서의 경력만을 끝장내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처럼, 그의 삶 자체를 위협할 가능성을 갖는다.
‘벗방’ BJ는 ‘벗방’이라는 산업에 속하는 노동자다. 시청자와 BJ 사이에는 강력한 위계가 존재하고, 노동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장치는 찾기 어렵다. 그의 입장문을 비롯해 BJ를 경험한 이들의 말하기를 경청해야 한다. 최근의 ‘벗방’ 산업은 이 일이 여성의 오롯한 자유 의지로 선택됐다는 것을 계약서 등으로 증명해 자신의 무결함을 주장한다. 이로써 이후에 벌어지는 모든 일은 여성의 몫이 된다. 이것은 그가 ‘벗방’ BJ를 했으므로, 그의 방송 영상을 공유하고 돌려보는 행위는 아무 문제도 없다는 지금의 무감각과 맞닿는다. 그러나 타인에 의해 촬영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촬영했다고 하더라도, 동의 없이 유포하는 행위는 명백한 폭력이다. 성적 촬영물 유포는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도구화하고, 그것이 여성의 본질이라는 통념을 강화하는 여성혐오 범죄다. 성을 판매하는 여성은 가치 없으므로 차별해 마땅하다는 주장은 여성에게 ‘급’이 있고, 그 ‘급’이 성으로 결정된다고 말한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그의 영상을 유포하고 증거로 채택하는 것 역시 여성혐오, 더욱 구체적으로는 성매매 여성에 대한 낙인을 강화하는 폭력이다.
‘벗방’을 한 여성이 아니라 ‘벗방’이 흥행하는 사회적 환경과 조건을 문제 삼아야 한다. 성적 촬영물 자체의 소멸이 아니라 성을 기준으로 여성을 구분하고 배제하는 여성혐오의 소멸을 바라야 한다. 여성의 위계를 증명하는 자료로써 성적 촬영물을 이용해 그를 공격하는 행위를 규탄한다. 이것은 성매매 여성에 대한 처벌이다. ‘여성인권’은 자신이 선량한 정상 시민이라고 믿는 자들만이 독점하는 권리가 아니다. ‘벗방’ 산업의 문제를 인식하는 당장의 실천은 ‘벗방’ BJ에 대한 사이버 몹에 대항하는 것이다.
성소수자 혐오의 만연함 속에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 이들의 용기에 뜨거운 연대를 보낸다. 한국 사회의 ‘여성인권’ 전진은 이런 용기에 빚지고 있다.
2025년 5월 2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성명] 〈너의 연애〉 출연자에 대한 집단적 공격을 중단하라
지난 며칠 동안 온라인 커뮤니티와 트위터를 비롯한 공간에서 〈너의 연애〉 출연자를 겨냥한 집단적 공격이 격화되고 있다. 한 사람을 표적해 떼로 몰려들어 온갖 모욕과 비난을 가하는 것은 온라인 폭력의 한 종류인 사이버 몹(cyber mob)이다. 무엇보다 압도적인 분량의 비난이 한꺼번에 난발되며 공격의 효과가 발생하고, 편향된 의견이 힘을 얻으면서 당사자를 위축시킨다. 이 모든 폭력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출연자가 ‘벗방’ BJ였다는 경력이 이용되고 있다. ‘벗방’을 했다는 경력 때문에 그의 정체성과 사랑은 의심스러운 것으로, 그의 존재는 여성에게 위협적인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그의 삶과 현재는 오로지 ‘벗방’으로 판단된다. 심지어 ‘벗방’을 했으므로, 다시 말해 성을 판매했으므로 지금의 폭력을 스스로 자초한 것이나 다름 없다는 주장은 폭력으로부터 방어돼야 할 인격을 갖추지 못한 존재라는 말과 같다. 지금 그에게 쏟아지는, ‘음지’에서 숨죽여 살라는 요구는 성 산업과 관계된 여성들을 사회에서 배제하라는 차별 선동이다.
‘벗방’의 무엇을 문제 삼아야 하는가? ‘벗방’은 남성중심적인 쾌락을 상품화한 여성혐오적 산업이다. 시청자들은 실시간 후원금과 채팅으로 BJ에게 원하는 이미지를 주문하고 평가하면서 ‘벗방’을 만들어간다. 이런 맥락에서 ‘벗방’은 ‘벗는 방송’이라기보다 ‘벗기는 방송’이라는 의미에 더 가깝다. ‘벗방’을 생계 삼으려는 여성은 ‘벗방’을 학습하며 자신을 ‘벗방’ BJ로서 연출하는데, 이 과정에서 남성중심성에 관한 문제 제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집단적으로 움직이는 시청자들은 마음에 들지 않는 BJ를 언제든 퇴출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그의 신상정보를 이곳저곳에 박제하고 끌어올려 괴롭힘과 공격을 계속할 수 있다. 이 공격은 BJ로서의 경력만을 끝장내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처럼, 그의 삶 자체를 위협할 가능성을 갖는다.
‘벗방’ BJ는 ‘벗방’이라는 산업에 속하는 노동자다. 시청자와 BJ 사이에는 강력한 위계가 존재하고, 노동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장치는 찾기 어렵다. 그의 입장문을 비롯해 BJ를 경험한 이들의 말하기를 경청해야 한다. 최근의 ‘벗방’ 산업은 이 일이 여성의 오롯한 자유 의지로 선택됐다는 것을 계약서 등으로 증명해 자신의 무결함을 주장한다. 이로써 이후에 벌어지는 모든 일은 여성의 몫이 된다. 이것은 그가 ‘벗방’ BJ를 했으므로, 그의 방송 영상을 공유하고 돌려보는 행위는 아무 문제도 없다는 지금의 무감각과 맞닿는다. 그러나 타인에 의해 촬영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촬영했다고 하더라도, 동의 없이 유포하는 행위는 명백한 폭력이다. 성적 촬영물 유포는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도구화하고, 그것이 여성의 본질이라는 통념을 강화하는 여성혐오 범죄다. 성을 판매하는 여성은 가치 없으므로 차별해 마땅하다는 주장은 여성에게 ‘급’이 있고, 그 ‘급’이 성으로 결정된다고 말한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그의 영상을 유포하고 증거로 채택하는 것 역시 여성혐오, 더욱 구체적으로는 성매매 여성에 대한 낙인을 강화하는 폭력이다.
‘벗방’을 한 여성이 아니라 ‘벗방’이 흥행하는 사회적 환경과 조건을 문제 삼아야 한다. 성적 촬영물 자체의 소멸이 아니라 성을 기준으로 여성을 구분하고 배제하는 여성혐오의 소멸을 바라야 한다. 여성의 위계를 증명하는 자료로써 성적 촬영물을 이용해 그를 공격하는 행위를 규탄한다. 이것은 성매매 여성에 대한 처벌이다. ‘여성인권’은 자신이 선량한 정상 시민이라고 믿는 자들만이 독점하는 권리가 아니다. ‘벗방’ 산업의 문제를 인식하는 당장의 실천은 ‘벗방’ BJ에 대한 사이버 몹에 대항하는 것이다.
성소수자 혐오의 만연함 속에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 이들의 용기에 뜨거운 연대를 보낸다. 한국 사회의 ‘여성인권’ 전진은 이런 용기에 빚지고 있다.
2025년 5월 2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