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산업을 타격하는 디지털 성범죄 대응 정책, 흔들림 없이 나아가야 한다 - 불법사이트 통합 대응 방안 발표에 부쳐

한사성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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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0일, 성평등가족부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경찰청으로 구성된 ‘범정부 디지털성범죄 대응 협의체’(협의체)는 ‘불법사이트 통합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통합 대응 방안에서는 ‘불법사이트 무력화를 통한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목표로 두고, ‘처벌·수사 강화하여 불법 생태계 근절’, ‘불법사이트 무력화를 위한 전방위 제재 강화’, ‘불법사이트 신속 탐지 및 차단 실효성 제고’, ‘디지털성범죄 예방 및 통합 거버넌스 구축’을 정책과제로 제시하였다.  


한사성은 디지털 성폭력을 산업화 된 폭력으로 보고, 디지털성폭력 피해 이미지가 유통되는 산업 구조에 개입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국 정부의 디지털성폭력 대응은 가해 행위를 개별적으로 범죄화하고, 삭제지원 체계 운영에 집중되어 있었다. 2019년 웹하드카르텔 방지 대책, 2020년 디지털성범죄 근절대책, 2024년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방안에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이 발표되었지만, 불법 사이트는 법·제도의 공백에서 기세가 꺾이지 않고 운영됐다. 


경찰은 대다수의 불법사이트 운영자를 검거하지 못했고, 검거했어도 처벌은 약했다. 2018년 한사성이 126개 불법 사이트를 경찰에 고발한 결과 운영자는 2건 검거되었고, 실형은 단 한 건에 1년 6월 선고되었다.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를 비롯한 삭제지원 기관들이 불법 사이트에 보낸 삭제 요청은 무시되기 십상이었다.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의 접속 차단 또한 IP 우회와 새로운 도메인으로 너무나 쉽게 뚫을 수 있는 장치일 뿐이었다. 이마저도 방미심위의 심의 위원이 임명되지 않아 몇 개월간 디지털 성범죄 심의가 방치되곤 했다. 이 지난한 과정은 불법 사이트 소라넷의 성폭력 실태를 고발하며 대중적 문제 제기가 시작된 이후 십여 년간 반복되었다.


그리고 2026년 8월, 늦었지만 <불법사이트 통합 대응 방안>이 발표되었다. 특히 이번 통합 대응 방안은 정부가 처음으로 불법 사이트 운영 생태계를 분석했다는 의미가 있다. 34,628개의 URL과 2021년부터 2026년 7월 15일까지 27건의 수사 자료를 토대로 불법사이트의 규모와 이에 따른 피해 규모, 운영자가 동일한 그룹, 성매매/도박 광고와 연결된 범죄 수익의 규모와 구조 등을 밝혔다. 


또한 불법사이트 운영 생태계 분석을 바탕으로 기존의 불법사이트 문제에 접근하는 다각적인 대응 방안을 수립했다. 정책 과제에는 한사성이 주장했던 사이트 개설·운영 행위의 독립 범죄화에서 나아가 불법 사이트 운영자만이 아니라 광고 게재에 대한 제재, 호스팅-CDN-ISP에 이르는 유통 단계별 사업자 책임 강화 방안 검토가 포함되어 있다. 유통 구조에 속해있는 이들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점에서 기존의 대책보다 진전된 안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나아가 중장기적으로 디지털성범죄 대응 전담 대응체계 마련과「디지털성범죄 대응 특별법(가칭)」제정 추진을 검토하는 것은 인상적인 변화다. 물론 개별법 입법이 젠더기반폭력이 분절적으로 다루어지며 대응의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디지털 성범죄 대응을 다각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며 중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한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정부의 디지털 성범죄 대응 정책이 온라인에서 성적 이미지를 제거하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져있다는 한계는 여전하다. 국내 사업자는 기술적, 관리적 조치를 잘하고 있다는 평가는 디지털성범죄를 이미지 이용 성폭력에 한정하여 여기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따라서 향후 「디지털성범죄 대응 특별법(가칭)」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이루어져야할 것은 ‘디지털 성범죄’라는 개념에 관한 숙고다. 


한국 사회에서 디지털성범죄는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의사에 반하여 생성(촬영, 합성, 편집, 가공)하고, 유포(반포, 판매, 임대, 제공, 전시, 상영)하고 이를 소지, 구입, 저장, 시청하는 행위’로 개념화되었다. 앞으로도 음란성을 중심으로 성폭력 여부를 판단하는 개념을 채택할 것인지, 행위 태양을 열거하는 문제를 반복할 것인지, 나아가 위의 개념에서 탈락되는 온라인 공간과 디지털 기술을 경유한 젠더 기반 폭력은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한 심도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온라인 젠더 기반 폭력에 대응하고 있는 시민사회의 의견을 반드시 청취해야 할 것이다. 


2026년 8월 30일 이재명 대통령은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을 지명했다.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임명된 지 불과 1년여 만의 개각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불법사이트 통합 대응 방안의 추진이 성평등가족부 개각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문서로만 남는 계획이 아니라 성평등한 온/오프라인으로의 실질적인 변화다.  



2026년 9월 1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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