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사이버렉카 네트워크의 폭력 산업, 여성혐오가 핵심이다.

한사성
2024-07-18
조회수 137

 


 지난 며칠간 사이버렉카들이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한 여성 크리에이터의 피해 경험이 그의 의사와 무관하게 폭로되고, 화제성 높은 주목 상품으로 변환돼 온라인 공간에 유통되고 있다. 비단 사이버렉카뿐 아니라 많은 언론들이 뉴스 이미지를 제작할 때 그의 얼굴, 방송 장면, 피해 내용을 강조하며 주목경쟁에 뛰어들어 사이버렉카식 보도는 계속해서 확장되는 중이다.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의 7월 10일 방송 이후부터 지금까지 전개된 모든 장면들에서 사이버렉카의 폭력적 생리가 선명히 드러난다. 피해경험자의 동의 없는 일방적 폭로, 이로써 생산되는 ‘논란’과 공방, 떠오르는 화제에 빌붙어 주목을 나눠 먹으려는 파생 상품들의 등장까지, 사이버렉카들은 인간의 존엄함을 추월해 질주하며 피해경험자의 삶을 훼손시키는 돈벌이에 열을 올렸다. 피해 경험을 일방적으로 폭로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폭력적이고, 이를 정의로움으로 포장해 정당성을 획득하려는 시도는 문제를 가중시킨다. 피해경험자를 구석으로 몰아붙여 끝내 입을 열게끔 종용하는 것은 정의가 아니라 중단되어야 할 폭력이다. 그러나 이것이 시청자-소비자들에게 ‘사이다’ 혹은 ‘참교육’의 의미로 수용되는 맥락에서 이 사건은 사이버렉카만의 문제로 한정되지 않는다.


 사이버렉카들의 공방 속에서 여성 크리에이터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본 축적의 대상으로서 존재했다. 이미 한국 사회는 웹하드 카르텔로 피해촬영물의 산업화 양상을, 텔레그램 n번 방 사건으로 성적 촬영물을 유포하겠다는 협박이 착취 구조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목도했다. 이를 통해 디지털화된 여성의 신체를 사고파는 일부 행위가 법체계에서 ‘불법화’됐지만, 성적 촬영물의 존재가 여성의 ‘행실’을 비난하는 증거가 되고 나아가 시민권 추락으로 이어지는 근본적인 문제가 강고할 때 사이버렉카들이 운운하는 여성의 “과거”는 큰돈을 만드는 자원이 된다. 성적인 것이 여성의 취약함을 구성하고 그 취약함을 이용하는 여성혐오, 여성에 대한 대상화가 이 폭력 산업의 핵심이다.   


 온라인 공간에서의 피해 경험은 특정한 시점에서 종결되지 않고 거듭 구성된다. 그의 경험이 원치 않는 방식으로 온라인 공간에 폭로됐다는 것은 이 공간의 모두가 그의 경험 구성에 연루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소식을 보고, 듣고, 소셜미디어에 공유하고, 커뮤니티에 글과 댓글을 남기고,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거나 취소하고, 블로그와 나무위키에 그의 사건을 ‘박제’하는 다양한 온라인 행동이 관여된다. 이 모든 실천에 앞서 사이버성폭력을 경험한 많은 이들이 존엄한 생존자로서 삶을 지속하고 있다는 사실이 기억돼야 한다. 사이버렉카 산업에서 무력한 대상으로 폄훼된 것과 달리 이들은 살아내기 위해 스스로 움직이는, 그야말로 생생히 존재하는 인간이다. 이 사실의 인식과 실천이 사이버렉카 네트워크의 폭력 산업에 대항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덧붙여, 이 폭력 산업으로 가장 큰 경제적 수혜를 입은 유튜브의 책임은 세 채널에 대한 수익 정지 조치 정도로 면제될 수 없다. 이 사건을 일방적으로 폭로한 가로세로연구소 역시 수익 정지 채널이라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크리에이터 정책에서 준엄하게 선언된 “다양성”과 “안전한 커뮤니티”를 조성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가장 날카롭게 물어야 할 의무가 있다.


 이 사건은 사이버렉카 네트워크가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공격을 상품화하고, 이것이 산업으로 안착한 국면에서 발생한 사회문제다. 이미 남성 중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지속적인 괴롭힘에 노출된 여성들을 공격의 타겟으로 삼아 오기도 했다는 면에서 사이버렉카는 여성혐오에 근거한 온라인 폭력의 또 다른 양태를 보여주는 현상이기도 하다. 이 사건이 가십으로 소진되지 않기 위해서는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배제, 이를 토대로 하는 폭력의 산업화에 관한 문제 제기가 이뤄져야 한다. 이 노력이 모두의 자리에서, 모두의 온라인 거점에서 일어나야 한다.



2024. 7. 18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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