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온라인 성착취 카르텔은 끝나지 않았다 - 양진호 2심 판결에 부쳐

한사성
2024-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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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8.26. 여성신문에 보도된 특별기고문입니다. by 이태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


지난 7월 25일, 웹하드 카르텔 주범 양진호의 2심 선고가 진행되었다. 이날 양진호에게는 5년 형이 선고되었으며, 범죄 수익에 대한 몰수 및 추징은 없었다.

웹하드 카르텔은 웹하드 사이트 ‘위디스크’와 ‘파일노리’를 실소유하고 해당 웹하드를 필터링했던 업체 ‘뮤레카’까지 실소유한 양진호가 만든 온라인 성착취 산업 구조로서, 검찰의 기소 내용에 따르면, 2015년 1월경부터 2019년 9월 7일경까지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에 업로드된 ‘음란 동영상’의 개수는 무려 393만3402건이었고, 이를 통해 양진호는 웹하드로부터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였다. 해당 재판에서는 양진호에 대해 8개 회사를 실소유하며 필터링 업체 운영에 관여한 혐의, 그리고 지분을 소유한 다른 회사들의 자금을 횡령 및 배임한 혐의, 세금을 탈세한 혐의,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헤비업로더 보호시스템’을 운영하여 ‘음란 동영상’. 불법 촬영물과 비동의 유포 촬영물 등 영상 업로드를 방조하거나 유포하게 한 혐의도 포함돼 있다.


“음란 동영상” 393만건

지난 2023년 양진호의 1심 선고 날, 지난 양진호의 1심 공판 과정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온 한사성(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은 “웹하드 카르텔, 온라인 성착취 산업구조로 보지 않으면 근절 없다! - 양진호 1심 판결 기자회견”을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앞에서 진행했다. 당시 짚은 가장 큰 문제의식은 법정 내에서 웹하드 카르텔을 ‘온라인 성착취 산업구조’로 보는 관점이 부재하다는 점이었다. 양진호 측의 변호인단은 공판 과정에서 DNA 필터링(영상에서 고유한 특징점(dna)를 뽑아내어 필터링하는 기술)에 대해 긴 시간 설명하면서, 당시 웹하드에 ‘음란물’과 ‘피해 촬영물’이 올라간 것은 필터링 조치의 기술적 한계였다고 주장하고, 필터링 우회 지시나 헤비업로더 보호조치 등의 지시는 바지사장들이 시켰다 주장하며 꼬리 자르기를 시도하였다. 어느 공판에서는 ‘음란’의 개념을 설명하며, ‘음란’의 개념이란 시대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당시 올라온 게시물이 ‘음란물’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2019년 8월 2일 35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운동(이하 미투시민행동)이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제4차 페미 시국광장’을 열고 불법 촬영물을 유통하는
 ‘웹하드 카르텔’의 근절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여성신문 


1심의 판결 결과, 양진호는 검찰의 14년 구형에서 5년 형만을 받게 됐으며, 범죄수익의 몰수·추징은 이뤄지지 않았고, 당시 필터링 업체 ‘뮤레카’에 필터링 우회 조치를 지시했다는 혐의(전기통신사업법위반)는 웹하드에 게시된 영상 등에 관해 필터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양진호에게 기술적 문제를 파악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성명불상의 소스코드 개발 담당자에게 문제 있는 소스 코드를 제작하도록 지시다거나, 서로 의사 연락 하에 소스코드가 개발, 적용됐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판결 아래 무죄를 선고받게 되었다. 웹하드 카르텔을 구성하는 축이었던 ‘필터링 업체를 통한 웹하드 필터링 무효화 조치’가 무죄로 선고되면서, 웹하드 카르텔의 구조는 깨지고, 양진호는 웹하드 사이트 내 불법 정보의 유통 방지 위반의 책임(전기통신사업법)에서도 벗어나게 됐다.

양진호의 변호인단과 검사의 항소로 이뤄진 2심도 1심과 비슷한 흐름에서 진행됐다. 여전히 증거 사실로 제출된 영상이 ‘음란’한지 아닌지, 피해 촬영물로 보이는 영상이 실제 피해 촬영물인지 알 수 없다느니, 필터링 조치의 한계라느니 하는 주장들로 재판이 전개됐다. 2심 재판의 판결 결과 양진호는 1심과 동일하게 5년 형을 받게 되었으나, 1심에서 인정되었던 음란물 유포 공동정범(헤비업로더와의 공조, 유착)은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게 되었고, 일부 증거 영상에 대해 해당 영상들이 “음란물이라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되었다.


‘온라인 성착취 산업구조’로 웹하드 카르텔을 바라봐야 

지난 2023년 1월 12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성남여성의전화, 반성매매인권행동‘이룸’ 주관으로
‘웹하드 카르텔 주범 양진호 회장 1심 섬고에 대한 기자회견 -
웹하드 카르텔, 온라인 성착취 산업구조로 보지 않으면 근절 없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여성신문


1심에서 웹하드의 불법 정보 필터링 무효화 조치가 무죄 판결을 받은 것에 이어, 2심에서는 헤비업로더와의 유착관계혐의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로 인해 ‘헤비업로더와의 유착 - 웹하드를 통한 피해 촬영물/불법 촬영물의 유포 - 필터링 업체를 통한 웹하드사 필터링 무효화 조치 - 디지털 장의업체 운영을 통한 수익 창출’ 로 구성된 웹하드 카르텔의 구조가 사라지고 양진호는 운이 없게 자신의 소유 웹하드에 대량의 불법 촬영물이 유포된 인터넷 사업자가 됐다. (비록 공소장에 유포된 불법 파일은 어쩔 수 없이, 운이 없게 유통된 수준이 아니었지만 말이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웹하드 카르텔을 ‘온라인 성착취 산업구조’로 바라보는 관점이 부재했기 때문에, 웹하드 카르텔의 구조는 삭제된 채, 각각의 행위만이 분절적으로 다뤄졌다. 양진호의 죄목은 ‘웹하드 카르텔’을 설계하고 운영한 죄가 아니라 음란물 유포를 ‘방조’한 죄가 됐고, 막대한 이윤을 얻기 위해 여성의 몸을 재화화하여 조직적으로 운영된 이 ‘온라인 성착취 산업구조’를 만들고 운영한 책임은 그 누구도 지지 않게 됐다.


‘음란’ 기준이 여전히 문제다

‘전기통신망 이용촉진 등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여전히 ‘불법 정보’를 판단하는 기준 중 하나를 ‘음란성’에 두고 있다. ‘음란’ 개념은 이미 여러 여성단체가 지속적으로 지적해 온 문제 중 하나다. ‘음란’ 개념이 문제인 이유 중 하나는 이 영상/문헌 등이 음란물인지 아닌지 판단될 때, 그 안에 있는 당사자의 몸, 여성의 몸이 ‘음란한 몸’과 ‘아닌’ 몸으로 구분 되는, 전통적인 ‘성풍속’의 관점으로 몸을 구분 짓고 통제하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음란’에 대해 판단할 때 보여지는 이미지나 영상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행위가 이뤄지는 맥락이나 누군가의 몸이 착취되는 구조를 감춰버리기 때문이다. 수많은 ‘음란물’이 음란하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 아니라 이 거대한 유통 구조가 바로 여성의 몸을 성 상품화하며 수익을 올렸다는 맥락으로 읽혀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사성은 지난 1심부터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음란성’을 기준으로 판단되었을 때, 어떤 영상은 그렇게까지 ‘음란하지 않아서’, 어떤 영상은 ‘음란해서’ 증거로서 채택되거나 채택되지 않았다. 결국 이 모든 영상이 의미하는 바는 여성의 몸을 성 상품화하여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젠더와 자본 문제인데도 말이다.


플랫폼 사업자는 어떤 책임지나?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는 젠더 편향적인, 여성혐오적인 온라인 공간을 구성해 온, 
용인해 온, 방관해 온 책임을 져야 한다. ⓒ여성신문


재판 과정에서 양진호 측 변호인단은 지속적으로 “온라인 사업자에게 규범적으로 부과되는 불법 파일의 업로드를 차단하기 위한 조처를 어느 정도로 해야 하는가”를 주장하였다. 필터링 조치를 성실히 이행하고, 부과되는 조치를 이행하였음에도 헤비업로더나 이용자에 의해 ‘음란물’과 피해 촬영물이 대량으로 업로드 됐을 시, 그 모든 것을 사업자의 책임으로 귀결시킬 수 없단 주장이었다. 웹하드 카르텔은 양진호에 의해 의도적으로 설계된 산업 구조지만, 사용자에 의해 발생한 일이기에 플랫폼 사업자가 개입하는 것에 한계가 있고, 전부 규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위반되며, 이 모든 것을 사업자의 책임으로 물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말은 여러 플랫폼 사업자들을 통해 들어온 주장일 것이다. 이는 온라인 공간의 성착취 구조를 외면하거나, 적극적으로 방조하거나, 그 구조 자체를 만들어낸 기업들의 고전적인 변명이다.

이미 젠더화된 기술문화 속에서, 여성의 몸이 성상품화되고 그것이 재화로서 거래되는 온라인 공간에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책무는 무엇인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제시하는 조치들을 성실히 취하는 것으로 그 책임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는 젠더 편향적인, 여성혐오적인 온라인 공간을 구성해 온, 용인해 온, 방관해 온 책임을 져야 한다. ‘표현의 자유’는 온라인 공간에서 모두에게 주어지지 않는다. 편향된 자유와 편향된 피해가 온라인 공간에서 지속되고 있으며, 온라인 성착취 피해 경험자와 소수자가 ‘표현의 자유’에 대한 대가를 지게 된다. 이 온라인 공간을 운영하고 그로 인해 이윤을 창출하는 플랫폼 사업자들은 이 공간을 성평등하고 안전하게 만들 책임이 있다.


온라인 성착취 카르텔은 여전하다

2022년 9월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진보당 당원들이 '제2 n번방' 사건과 관련
경찰의 신속한 대응과 성착취물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 강화,
성착취물 소지자 처벌 등을 촉구하는 정당연설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정부는 웹하드 카르텔 방지 대책을 발표했고 전기통신사업법의 개정이 이뤄졌다.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 발표한 2023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보고서를 살펴보면 ‘플랫폼별 삭제지원 건수’에 웹하드는 0건으로 잡히고, 이에 대해 ‘ 처벌 규정 신설과 웹하드 등록제 시행 이후 꾸준한 정부의 규제로 웹하드 사업자들이 청소년 유해 정보 방지 등을 위한 기술적 조치 의무 이행에 따른 결과’로 해석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매년 주요 인터넷 사업자와 웹하드 사업자들의 ‘불법 촬영물 등의 처리에 관한 투명성 보고서’를 공개한다. 그러면 이제는 웹하드 ‘카르텔’이 끝났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가?

아직도 온라인 공간에선 수많은 디지털 성폭력이 발생하고 있고, 여성의 몸을 성상품화 하여 수익을 올리는 산업구조도 건재하다. 많은 여성들은 자유로운 온라인 공간을 향유하다가도, 순식간에 피해를 경험하게 된다. 웹하드에는 올라오지 않았지만, 적어도 213,602건의 피해 촬영물이 성인사이트, 검색엔진, 소셜미디어, 커뮤니티 등을 통해 온라인 공간에서 유포된다. (2023년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보고서) 웹하드 내 카르텔 구조는 종결되었을지언정, 애초에 웹하드 카르텔이 가능했던 구조인 ‘온라인 공간 내 성착취 구조’는 건재한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여성혐오적인 온라인 공간의 문화를 바꿔내야 한다. 편향적으로 구성된 온라인 공간을 탐색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배제, 여성의 몸이 상품화되어 재화로서 수익을 창출하게 되는 산업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물론 이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와 국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는 ‘성적 욕망과 수치심’, ‘음란성’을 기준으로 삼고 있는 성폭력처벌법과 정보통신망법, 전기통신사업법의 기준을 바꿔내야 할 것이며,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는 젠더화되고 편향된, 온라인 공간 내 성착취를 가능하게 한 구조들을 만들어내고 용인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양진호 측과 검사 측이 쌍방 상고장을 제출해 ‘웹하드 카르텔’은 대법원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대법원까지 가게 된 웹하드 카르텔의 끝을 잘 따라가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이와 더불어 ‘웹하드 카르텔’이 하나의 사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온라인 공간에 대한 고민과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의 책임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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