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착취 피해 아동을 되려 2차 가해하는 아청법 개정 촉구에 관한 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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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문]
성명서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그 이후 우리는무엇을 변화시켜야 하는가?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돌입하며: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되어 있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즉각 통과시켜라.
최근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으로 디지털 성착취 범죄의 실상이 드러나며 온 국민이 공분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500만 명에 이르는 국민들이 서명을 통해 조주빈과 가담자들에 대한 처벌 강화를 촉구했고, 대통령이 ‘n번방’ 가입자 전원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가해자 엄벌을 주문했다. 여러 정당과 관련 부처도 각각 가해자 처벌 강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전국민의 공분에 직면하여 디지털 매체를 통한 성착취 범죄의 심각성을 이제야 인지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동분서주하고 있는 정부와 국회, 정치권의 변화를 만시지탄이지만 환영한다. 그러나 여전히 아동·청소년 성착취 피해자 보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의 개정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점에서 우리 ‘아청법’ 개정 공대위는 심히 우려를 표한다.
현재까지 경찰이 발표한 조주빈의 대화방 속 피해자는 아동·청소년만 26명 등 현재 100명을 넘어서고 있다. 그러나 그의 밝혀지지 않은 대화방이나, ‘갓갓’을 비롯한 동일 범죄 행위자들에 의한 성착취 피해자까지 합친다면 피해자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피해를 신고하거나 주변에 도움을 청하는 피해자는 거의 없었다. 그것은 자신이 피해를 알린다면 “무슨 생각으로 그런 것을 시작했느냐”, “왜 진작에 그만두지 못했냐”며 마치 피해자가 범죄의 빌미를 제공한 것처럼 비난받을 것이라는 점을 피해자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아청법’은 이러한 2차 가해로부터 아동·청소년 성착취 피해자를 보호하기는커녕 2차 가해와 동일한 시선으로 성착취의 피해 아동·청소년을 ‘대상 아동·청소년’과 ‘피해 아동·청소년’으로 나누고 ‘대상 아동·청소년’에게 보호처분을 부과할 수 있는 근거를 두고 있다. 이 때문에 피해 아동・청소년은 성범죄자나 알선자들로부터 “신고해봐, 너도 처벌 받아”라는 협박을 받으며 더 심각한 성착취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으며, 결코 자유롭게 신고할 수 없었다. 신고가 없으면 성범죄자도 드러나지 않는다. n번방이 그렇게 오랫동안 감춰지고 끔찍한 폭력이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아청법’의 피해자를 자발과 강제로 구별하는 규정 때문이다.
성착취 범죄의 피해아동·청소년에게 책임을 묻는 현행 ‘아청법’은 국제인권규범에 명백히 반하며, 아동인권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이 비준한 『유엔아동권리협약』 및 『아동의 매매‧성매매‧아동음란물에 대한 아동권리협약 선택의정서』는 18세 미만의 모든 아동에 대한 성매매는 곧 성착취이며 성매수 범죄 피해자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법률도 성착취에 유입된 동기와 상관없이 피해를 입은 모든 아동‧청소년을 ‘피해 아동‧청소년’으로 인정하여야 한다.
2019년 9월에 열린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의 대한민국 제5·6차 정부 이행사항 검토 심의에서도 위
원들은 현행 ‘아청법’의 ‘대상 아동·청소년’ 규정이 대한민국이 비준하여 국내법과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가지고 있는 『유엔아동권리협약』에 위배된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고, 최종견해를 통해 “성매매 및 성적학대에 연관한 모든 아동을 “피해자”로 명시하여 범죄자가 아닌 피해자로 처우할 것, 관련된 지원서비스 및 법적인 도움을 제공하고, 보상과 구제를 포함한 사법절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을 권고했다. 2017년 8월과 2019년 9월,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대상아동‧청소년’을 ‘피해아동‧청소년’으로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2차례나 권고한 바 있다.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국회 여성가족위원회가 ‘대상아동청소년’ 개념 삭제, ‘피해아동‧청소년’ 개념으로 통합, 보호처분 대신 피해자로서 전문적 치료와 교육을 제공, 성인과 다른 성장과정 중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 아동·청소년 대상 통합지원센터 설치, 장애아동·청소년 대상 성착취 범죄의 경우 가중처벌,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공소시효 폐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전부 신상공개의 내용으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이 2018년 2월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이 넘은 현재까지 이 개정안은 법무부의 반대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2소위에 계류되어 있어 안건으로 상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
n번방 사건을 통해 성착취 수법이 전면에 들어난 오늘에서도 법무부의 입장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도대체 법무부는 수많은 n번방 피해자들이 현실적으로 성착취 피해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가? 성착취 범죄 피해자들이 언제든지 안전하게 신고할 수 있는 법률적 조건이 마련되어 있었는데도 피해자들은 신고하지 않았을까? 2018년 2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아청법’이 통과되었을 때 현행 ‘아청법’이 개정되었다면 n번방 사건 피해자들 중 최소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결코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지만, n번방과 같은 성착취 범죄는 앞으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지금이라도 ‘아청법’을 개정하여 아동·청소년들이 어떠한 경우에도 두려워하지 않고 범죄자를 신고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법무부는 성평등과 성착취 없는 사회를 원하는 전국민의 염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폭력이 지속되고 성범죄자들이 안전한 사회는 더 이상 지속되면 안된다. 이에 우리 ‘아청법’ 개정 공대위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돌입한다. 우리 ‘공대위’는 2년 넘게 법사위에 계류되어 있는 ‘아청법’을 국민의 힘으로 20대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하겠다.
법무부는 현행 ‘아청법’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국제법적 기준을 준수하여 ‘아청법’의 본래 취지에 맞도록 개정에 앞장서라. 20대 국회는 회기가 종료되기 전에 ‘아청법’ 개정을 통해 성착취의 대상이 된 아동‧청소년을 범죄자가 아닌 온전한 피해자로서 지원할 수 있도록 마지막 소명을 다하라.
2020년 4월 3일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개정 공동대책위원회
성착취 피해 아동을 되려 2차 가해하는 아청법 개정 촉구에 관한 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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