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넷, 웰컴투비디오, 법원 판결문에 게재된 피해촬영물 ― 성착취 산업 범죄자들과 그들을 벌할 능력도, 의지도 없는 법원]

한사성
2022-01-13
조회수 477




화장실 불법촬영 공모, 성적 촬영물 비동의 유포, 지인능욕, 강간모의 따위의 온갖 성범죄로 배를 불렸던 웹사이트 소라넷 운영자 1인에게 징역 4년이 선고됐다. 이들이 저지른 성폭력·성착취를 고작 4년짜리 죄로 갈음한다는 것도 용납할 수 없지만, 더욱 분노를 참기 어려운 문제는 원심이 판결한 14억여 원의 추징금을 파기한 것이다.



대법원은 이렇게 말했다. “[1심이 추징한 돈의] 자금 원천과 소라넷 사이트의 관련성에 아무런 소명이 없고, 사이트 운영에 따른 불법수익금이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소명과 증거가 없다고 했는가? 없는 것은 추징금에 대한 소명과 증거가 아니라 성폭력·성착취를 엄벌하겠다는 대법원의 의지다. 성폭력물을 이용해 돈을 벌고자 작정한 자들에게 ‘돈’을 쏙 빼놓은 판결을 내린 것은, 사이버성폭력이 산업으로 치닫는 역학을 외면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솜털처럼 가벼운 1년 6개월짜리 징역형을 받은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도 마찬가지다. 소라넷 운영자들과 손정우는 성을 폭력적으로 착취해 산업의 형태를 만들었다는 공통의 죄가 있다. ‘돈’과 ‘산업’에 방점이 있는 이 범죄를 경제적으로 산산조각 내지 않는 판결들에서 추출되는 교훈은 오로지 가해자들만을 위로한다. 



소라넷 판결은 수많은 성착취 사이트 운영자들에게 빠져나갈 구멍은 많고 잡혀봤자 징역 4년이라는 교훈을 주었다. 처벌의 근본적 이유를 상실한, 진정 해악적인 판결이다.



소라넷은 서버를 해외에 두고 시시각각 도메인 주소를 바꿔가며 무려 16년을 인터넷 성범죄의 근거지로 작동해왔다. 운영자들이 소라넷을 유지하기 위해 갖은 애를 쓴 이유는 100만 명이라는 사이트 이용자들의 수로 산출되는 광고 수익 때문이었다. 그들은 이 엄청난 수를 유지하고 확장시키기 위해 온갖 성범죄물을 카테고리로 나누어 관리했다. “중년남과 애기들의 놀이터-파파러브 카페” “나의 남친 게시판” “근친 고백 게시판” 등에는 아동·청소년을 포르노그라피의 대상으로 삼은 655개의 성폭력물이 게시됐다. 특히 “근친 고백 게시판”은 소라넷 운영자가 지정한 우수카페였다. 이처럼 확연히 드러난 범죄조차 제대로 벌하지 못한 대법원의 판결은 규탄받아야 한다.



그러나 한편 법원의 이런 태도는 비극적이게도 놀랍지 않다. 지난 10월 28일, 의정부지방법원 형사1부가 레깅스를 입은 여성을 불법촬영한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해당 판결문에 피해자의 사진을 실은 것이 밝혀졌다. 판결문이 2차 피해를 일으키는 역할까지 하는 수준에서 도대체 사법부에 기대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지난 며칠간 쏟아진 사이버성폭력 뉴스들은 한국의 사법 기득권이 피해경험자의 삶으로부터 법을 집행하는 데 실패했음을 보여준다. 이 사건들과 판결들을 사회 문제로 일으킨 주체는 분노한 여성들이다. 우리는 과연 이들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얼마나 더 가르쳐야 하는가.



▶️ 기사 링크
▪ 디지털 성범죄 온상 ‘소라넷’ 운영자
징역 4년 확정 … 추징금은 0원
▪ “레깅스 불법촬영 무죄” 법원,
판결문에 피해 여성 사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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