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범 판결 소식에 부쳐]

한사성
2022-01-13
조회수 229


우리는 녹음된 목소리의 유포보다, 영상 유포의 처벌이 더 약한 세상에 살고 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 처벌을 내린다. 그런데 카메라등이용촬영죄(성폭력처벌법 14조)는 5년 이하의 징역과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구형한다.



여성 대상 범죄는 언제나 대수롭지 않은 사안으로 취급되고 판결된다. 우리는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말에 익숙하고, 여성의 문제는 ‘제대로 처벌되지 않는다’는 감각을 늘 공유한다.



최종범은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무죄 판결도 받았다. 그가 ‘불법 촬영’ 혐의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는 소식에 우리는 분노했다. 우리가 직관적으로 인지한 사건의 본질과 실제 판결은 전혀 합치하지 않는다. 이렇게 된 1차적 원인은 우리가 아는 ‘그’ 폭력이 법에 제대로 담기지 않았다는 데 있다. 



국회 대부분을 차지한 남성들은 이것이 얼마나 중차대하고 위급한 문제인지 모르고, 따라서 법이 얼마나 시급히 바뀌어야 하는 상황인지도 인지하지 못한다. 
재판부 대부분을 차지한 남성들 역시 여성 피해자의 피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최종범이 유죄 판결을 받은 협박, 강요, 폭행의 형량은 겨우 집행유예다. 



여성 대상 범죄에 대한 판결은 반드시 제대로 이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법을 바꿔야 한다면 당장이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 한, 우리는 녹음된 목소리의 유포보다 영상 유포의 죗값이 더 낮은 세상에 살 수밖에 없다.



어쨌든 가해자의 가해 행위는 인정되었다. 아쉬움이 남지만 이 또한 피해자가 애쓰고 힘낸 결과다. 이미 항소를 예고한 피해자가 계속 승리해나가리라 믿으며 오늘, 그 승리의 시작에 축하를 보낸다. ‘가해자가 가해한 만큼’ 처벌받을 때까지, 우리는 당신을 계속해서 응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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