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성을 안전하고 다채롭게 즐기기를 돕는 기구를 환영한다.
지난 6월, 대법원은 “리얼돌이 인간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거나 왜곡했다고 볼 정도는 아니”며 “개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 국가가 개입하는 건 최소화”해야 한다는 요지로 리얼돌 수입을 허용한다고 판결내렸다. 이어 7월 8일부터 한 달 동안 진행된 리얼돌 수입 반대 국민청원에는 총 26만 3792명이 서명했다.
온라인 게시판에 아는 여성의 사진을 올려 그 위에 정액을 뿌리는 ‘지인 능욕’을 요청하거나, 여성 연예인의 얼굴을 합성한 딥페이크(Deepfake) 영상을 만들어 유포하는 범죄와 ‘리얼돌 커스터마이징’은 매우 긴밀한 관계로 보인다. 또 실제 여성과 유사하다는 점을 마케팅 전략으로 내세우는 점은 불법촬영물이 ‘리얼하다’며 인기리에 유통되는 것과 닮았다.
만약 성욕이 핵심이라면 성기구가 인간의 형태일 필요는 없다. 그런데 여기에 ‘리얼’한 인간으로 오해 가능한 장치를 더하는 것은, 리얼돌로 채우고자 하는 진짜 욕망이 과연 성욕인지를 의심하게 한다. 만약 누군가의 성욕이 지배 욕구 혹은 훼손 욕구를 경유해야만 충족된다면, 이것은 사회 병리 현상에 가깝다.
리얼돌 찬성론자들은 여자들이 리얼돌을 “질투”한다고 말한다. 이들은 한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서 “보.지.값”이 떨어져 여자들의 “상품 가치”가 낮아지면 결국 리얼돌과의 “경쟁”에서 밀릴 것이기 때문에 “생존 본능”에 따라 리얼돌에 반대한다고 말한다. 인형과 여성을 동등한 지위에 놓아야만 성립되는 이런 주장은 리얼돌이 어떤 사람들에 의해 소비되는지 보여준다.
리얼돌로 시작된 이 논의에서 문제되는 것은 ‘리얼돌’만이 아니다. 여성의 성기만을 떼내 확장시킨 기구, 눈이 있어야 하는 자리에 가슴을 달아놓은 기구, 절단된 발목과 손목에 여성 성기를 달아놓은 기구 등 모두 문제다. 이 사진들을 보고 느끼는 불쾌감은 어떤 것이 더 심하거나 약하다고 우열을 가릴 수 없다.
우리는 성을 안전하고 다채롭게 즐기기를 돕는 기구를 환영한다. 성욕 해소를 원한다면 아무도 모욕하거나 위협하지 않는 형태의 기구가 지향되어야 한다. 남성용 자위 기구 중에서도 이런 기구를 찾을 수 있다. 원통 형태의 자위 기구 ‘텐가’는 멀리서 보면 텀블러로 알 만큼 인간과 닮은 구석이 별로 없고 #값도_싸다.
리얼돌을 진짜 구매하느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진짜 지인의 얼굴처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상용 가능성이 있냐 없냐도 핵심이 아니다. 대법원의 리얼돌 수입 허가 판결은 여성을 ‘오나홀’로 보아도 된다는 혹은 ‘리얼돌’로 보아도 된다는 ‘승낙’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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