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물 유포를 방조한 정부와 수사·사법기관은 국민 앞에 사과하라!]
2018년 8월 8일, 경찰은 외국에 거주하는 워마드 운영자의 신원을 특정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고 밝혔다. 워마드 사이트에서 이루어진 ‘음란물 유포’를 방조한 혐의였다. 이로써 국민들은 현재까지도 수많은 음란물을 유포하는 중인 웹하드카르텔이 국가의 적극적인 묵인과 보호 속에서 형성될 수 있었던 것임을 실감하게 되었다. 애초에 음란물 유포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해외 불법 포르노 사이트 문제 또한 해결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의지가 없어 하지 않은 것임을 더욱 분명히 알게 되었다.
작년까지만해도 경찰은 “웹하드 업체를 음란물 유포죄 방조범으로 처벌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하려면 경찰 수십 명이 한 업체 처리에만 달라붙어야 한다. 처벌 수위도 낮다. 현실적으로 수사가 힘들다.”라고 말했다. 국내 사이트는 “품이 많이 들고 실익이 적다”며 안 된다고 했고, 해외 사이트는 서버가 해외가 있어서 안 된다고 했다. 그리고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여성 커뮤니티 사이트 대상 음란물 유포 방조 혐의 수사가 너무나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는 모습을 목도한 지금, 우리는 분노를 담아 다시 묻고자 한다.
웹하드에서 피해촬영물을 유통하고 있는 가해자를 신고했을 때, 해외 불법 포르노 사이트에 올라간 피해자의 영상을 제출했을 때 왜 워마드를 수사하는 것처럼 노력하지 않았는지 다시 한번 제대로 대답해 보라. 음란물 유포 혐의를 인지하고도 플랫폼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지난 사건들을 해명하라. 한사성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도 삭제가 되지 않아 방심위에 넘겼던 1461건의 피해촬영물과 유통 플랫폼 처리는 왜 이토록 미진한 것인지 답변하라.
경찰 관계자는 ‘일베’의 경우 운영자가 수사에 잘 협조 하지만, 워마드 운영자는 협조 요청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수사가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건재한 포르노 사이트들이 대체 언제부터 피해촬영물 유포자 수사에 협조했길래 무사할 수 있는 것인지 알고 싶다. 심지어 웹하드 업체는 헤비 업로더의 신상정보를 조작해서 넘겨주는 등 음란물 유포죄 수사를 정면으로 방해한 사실까지 방송 되었는데도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언론의 관심 때문에 수사가 잘 될 수밖에 없었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사건이 이슈화되어야만 이와 같은 수사가 이루어진다는 것 자체가 옳지 않은 일임을 왜 깨닫지 못하는가. 모든 피해가 언론에 보도될 수는 없다. 특히 공론화되는 순간 잔인한 2차 가해를 감당해야 하는 사이버성폭력 피해 앞에서 관심이 집중되면 열심히 수사하고 그렇지 않으면 태도를 달리하겠다는 말을 부끄러움도 없이 꺼내서는 안 된다. 외부요인에 따라 과정과 결과가 달라진다면 이미 공정한 수사가 아니다.
수십 개의 웹하드에, 수백 개의 포르노 사이트에 사람들이 있었다. 워마드에 향했던 것과 동일한 대응이 있었다면 다른 삶을 살 수 있었던 한 명 한 명의 인간이 있었다. 그렇게 스러져도 될 사람들이 아니었다. 2014년 4월, 다른 대처가 있었다면 살릴 수 있었을지도 모를 사람들을 생각하며 눈물 흘렸던 시간을 기억하는가. 잘못을 진정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정부에게 국민들이 어떤 분노의 씨앗을 품었는지 기억하는가. 304명의 이름은 국민의 가슴에 박혀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를 돌아보게 만들고 정권을 뒤집는 힘이 되었다. 그리고 2018년 8월 8일, 이 나라는 다시 치 떨리는 아픔으로 국민의 가슴에 또 다른 이름들을 새긴 것이다. 모르기 때문에 불러볼 수조차 없는, ‘어차피 못 잡는다.’는 말과 함께 ‘야동’으로만 떠돌던 이름 있는 여자들을 깊이 새긴 것이다.
여자도 국민이다. 2014년 4월에 박근혜 탄핵을 상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지금 당장 위협을 느끼지 못할지라도 이미 변화는 시작되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많은 사이버성폭력 수사과정을 지원해 왔고, 국가 측에서 이것이 편파수사가 아니라고 면피하기 위해 무슨 변명을 꺼내든 구체적인 반례를 들어 반박할 수 있다. 변명하지 말고 사과하라. 여태까지 잘못해 왔다고,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용서를 구하라. 최소한의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대국민사과가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의 요구는 다음과 같다.
하나. 정부와 수사·사법기관은 가해자 성별에 따라 달라지는 편파수사를 사죄하라.
하나. 정부와 수사·사법기관은 음란물 유포를 국가적인 차원에서 방조해왔음을 인정하고 사죄하라.
하나. 웹하드는 국내법의 적용을 받으며, 2012년도 웹하드 등록제 시행 이후로 미래부에 등록된 웹하드만 합법 운영이 가능하다. 웹하드가 법망 안에서 피해촬영물과 음란물을 유통하고 처벌 받고 있지 않는 사안에 대해 국가도 책임이 크다. 웹하드 전반에 대한 수사를 실시하고 웹하드카르텔 특별수사단을 구성하라.
2018.08.09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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