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오늘, 2016년 5월 17일.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이 있었습니다.

한사성
2022-01-13
조회수 306


2년 전 오늘, 2016년 5월 17일.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이 있었습니다. 여성이기만 하면 누구나 그 곳에서 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많은 여성들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우리는 강남역에 뛰쳐나와 목소리를 냈습니다. 우리 일상에 스며든 여성폭력을 보라고, 우리는 언제나 이것을 마주하고 있다고. 이제는 그만 안전하고 싶고, 자유로워지고 싶다고 외쳤습니다.






  2018년 지금, 그 목소리는 어떤 응답을 받았습니까?






 음식점에서 점원 대신 기계가 주문받는 시대입니다. 2018년 입니다. 그러나 여성들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여성들은 아직도 어느날 갑자기 랜덤으로 살해당하지 않기를 기도해야 합니다. 그 살해의 형태는 더 다양해졌습니다. 오프라인에서도, 온라인에서도, 여성이기만 하면 누구나 죽을 수 있는 공간은 더욱 확장되고 있습니다.






 여자 아이들은 여성폭력적으로 구성된 세상에 순종하는 법을 배우며 자랍니다. 몸가짐을 조신하게, 마인드를 개념있게. 사이버성폭력을 포함한 여성 폭력을 당하지 않으려면 알아서 조심해야 한다고 배웁니다. 조심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계속 깨닫게 되지만, 조심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은 배우지 못하니까요. 






 우리는 조심하고, 조심합니다. 피해를 당해도 경찰에게 믿고 맡기기 어려우니까, 애초에 당하지않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작년 여성의 전화에서 경찰에 의한 2차 가해 사례를 모아 #경찰이라니_가해자인줄 책을 만들었습니다. 읽어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평생 경찰서 갈 일 없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더군요. 그러나 조심해도 소용 없다는 것을 끊임없이 확인받을 때, 이런 세상에선 경찰에 찾아가야 하는 여성이 끊임없이 생겨난다는 것을 인식했을 때. 여자는 드디어 조심하는 일을 멈추고 이렇게 사람들 앞에 나서서 말하게 됩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부딪히게 됩니다.






 2년 전, 경찰과 검찰은 강남역 살인사건이 여성혐오 범죄가 아니라고 발표했습니다. 살인범이 여성과 교제를 한 적이 있고 여성을 성적대상화한 포르노를 본적이 있기 때문에 여성혐오 범죄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2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그랬던 사회가 대학내 누드 크로키 모델 불법촬영 범죄자에게 남성혐오가 목적이냐고 질문하는 모습을 봅니다. 이것이 무슨 의미입니까. 



 이런 세상에 우리의 삶을 기대야 한다는 것이 여성들에게 어떤 절망이 되는지, 알고 계십니까?






 당신들은 여성들의 마음 속에 어떤 불씨가 자리잡았는지 모르고 있습니다.






 대학내 누드 크로키 모델 불법촬영 사건 수사가 편파적이지 않다는 경찰의 발표 잘 들었습니다. 하지만 왜 이 불길을 잠재울 수 없는 걸까요? 여성들의 외침은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고요. 내가 피해자였을 때와 분명 달랐다고요. 






 경찰은 다시 한 번 응답하십시오. 여성들의 목소리를 똑바로 듣고 대답하십시오. 이들의 목소리를 피해망상이나 예민한 사람들의 불만으로 치부하지 마십시오. 여성들의 공포와 불안을 들여다보십시오. 지금 변화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을 것입니다. 






2018.05.17 



일관성 있는 수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 中. 



리아와 서랑이 쓰고 승진이 읽다.




0 0

한사자레터 구독하기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뉴스레터 발송을 위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합니다. 수집된 정보는 발송 외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으며, 서비스가 종료되거나 구독을 해지할 경우 즉시 파기됩니다.

광고성 정보 수신

제휴 콘텐츠, 프로모션, 이벤트 정보 등의 광고성 정보를 수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