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정준영 그리고 남성연대]

한사성
2022-01-12
조회수 209


2018년 12월, 버닝썬 클럽 폭행 사건이 공론화된 지 벌써 3개월이 되었다. 어제부터는 가수 정준영의 불법촬영 및 유포 사건이 논란이 되고 있다. 우리는 이 새로운 사건들을 따라가며 익숙함을 느낀다. 이 새로울 것이 없는 새로운 사건들은 한국사회의 남성연대가 어떻게 여성을 도구화하고 재화로 활용하며 작동하는지 보여준다.



1. 단톡방 내 불법촬영물 유포



정준영 카톡방 불법촬영 및 유포 사건에서 알 수 있듯, 불법촬영물 유포는 온라인 공간에 공공연히 게시하는 것뿐만 아니라 개인 간 메신저로 공유하는 방식으로도 이루어진다. 불법 포르노사이트에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모여 피해촬영물을 소비하는 문화는 오프라인 남성집단에서 더욱더 끈끈한 형태로 적용된다. 남성들만의 공간에서, 여성은 인격체가 아닌 물성을 가진 신체로만 존재한다. 



우리는 여성이 남성문화에서 ‘남성성’을 인정받는 도구로 사용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정준영 사건이 크게 논란이 된 것은 그가 전에 없던 극악무도한 자이기 때문이 아니다. 이 사회 곳곳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여성과의 성관계 경험을 과시하는 수많은 ‘정준영’들이 존재한다. 그가 공인이 아니었다면, 이 사건은 한사성에 상시 접수되는 다른 사건들처럼 주목받지 못한 채 지나갔을 것이다. 여성을 전리품으로 삼아 착취하는 남성문화는 여전히 공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2. 클럽이라는 성착취카르텔



클럽 버닝썬은 강간을 파는 공간이었다. 강간을 산업화하는 일은 그에 협조하고 묵인하는 남성연대 속에서 가능했다. 클럽 MD 들은 ‘싱싱한 골뱅이’가 준비되어 있다며 약에 취해 기절한 여성들의 나체를 유포하는 호객행위를 했다. 여성들이 그 거래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거래를 원하는 남성들과 그 거래를 위한 돈이 준비되어 있다는 것만으로도 계약이 성립되었다. 



 지역 경찰은 단돈 230만 원에 이와 같은 여성폭력의 현장을 눈감아주는 형태로 남성연대를 공고히 했다. 대단치도 않은 돈을 받고 여성폭력 현장을 눈감을 수 있었던 이유는 여성의 안전과 인권이 그들에겐 230만 원보다 저렴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클럽 측은 돈벌이를 위해 필요한 물 좋은 여자 게스트, 일명 ‘물게’들은 무료로 입장시키고 술을 서비스로 제공했다. 강간당하고 불법촬영 당할 소비재를 공급하기 위해 클럽의 ‘삐끼’들은 지나가는 여성들의 손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성매매 산업을 통해 더 편리하게 여성을 공급하기도 했다. 클럽 버닝썬의 단톡방에는 재력가를 접대하면서 ‘잘 대주는 여성’ ‘창녀’를 준비하라는 발언이 나왔다. 승리는 현재 성매매 알선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상태이다. 



클럽 버닝썬 사태는 우리에게 몇 가지 키워드를 남겼다.
“강간 약물 산업 - 클럽 MD - 여성 무료입장 - 지역 경찰과의 유착 - 성매매 - 약물 강간 - 비즈니스를 위한 성접대”
 이와 같은 키워드가 여성들이 ‘놀기 위해’ 드나들던 공간에서 나온다는 것은 거대한 남성연대, 성착취카르텔이 얼마나 우리의 일상에 밀착되어 있는 것인지를 다시 한번 보여준다. 웹하드 카르텔처럼, 아직 선명하게 밝혀지지 않은 수많은 유사 카르텔이 사회 곳곳에 포진되어 있다. 



3. 남초커뮤니티의 반응



불법촬영물은 오랜 시간 남성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와 메신저 속에서 일종의 놀이 문화로 소비되어 왔다. 남성들은 자신이 존재하는 온, 오프라인의 모든 공간에서 해당 행위를 익숙하게 경험해 왔기 때문에 불법촬영과 유포가 범죄인 것을 알면서도 습관적으로 그를 묵인하고, 동조하기 쉬웠을 것이다.



직접 촬영과 유포를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방관과 동조를 통해 기꺼이 공범자가 되어주었던 남성들은 ‘잘못 걸린’ 가해자에게 공감과 측은함을 드러내는 한편, 피해자 여성의 신상을 추적하고 영상의 행방을 수소문한다.  매 사건마다 피해경험자를 추적하는 검색어가 인기 순위에 오르는 일관된 반응 속에서, 언론은 피해자의 신상을 드러내는 기사를 [단독]으로 보도한다. 



자신 또한 알지 못하는 사이에 불법촬영 및 유포를 경험했을까봐 불안해지는 대신 ‘그래서 그 여자는 누구래?’라고 유쾌하게 질문할 수 있다면, 그 질문을 가능케 하는 권력은 어디서 온 것인지 돌아보아야 한다. 피해자에게 향하는 화살을 성폭력 피해를 상품화해 재소비하는 남성연대에게 쏘아야 한다.



촬영물을 이용한 사이버성폭력이 더 이상 ‘남성문화’의 일부가 되지 않으려면 비동의 촬영과 유포를 하지 않는 것을 넘어서 유포된 영상을 공유하거나 시청하는 것도 옳지 않다는 목소리가 남성사회 내부에서 나와야 한다. 영상을 시청하는 사람과 영상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하나의 사이버성폭력 사건이 완성된다. 새롭지 않은 새로운 사건들을 기억하며, 이와 같은 성폭력을 함께 파훼하는 연대자가 되어 달라. 지금의 분노가 불법촬영물 유통 및 소지 처벌을 제도화하는 힘으로 모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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