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한사성 활동회원 A의 투고]

한사성
2022-01-12
조회수 414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자의 영상을 보고 싶어 하며 이곳에 싣기도 어려울 만큼 더러운 발언을 하고 있지만, 세상은 분명 천천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든 것을 ‘원래대로’ 돌릴 것입니다. 여러분이 하고 싶은 말을 댓글로 적어주세요. 아래 글처럼요. 



[익명의 한사성 활동회원 A의 투고]



 나는 당신과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고 죽어갔는지 바로 옆에서 지켜본 경험이 있습니다. 당신의 기사를 읽다가 갑자기 울음이 터졌어요.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당신이 들었다던 협박 내용을 보았습니다. 사회인으로서, 여성으로서 끝장난다는 공포는 우리 곁에 너무 생생합니다. 어쩌면 당신은 훨씬 더 가까이 느꼈을지도 몰라요. 직업상 얼굴이 더 많이 알려져 있고, 또 직업 때문에 주변에서 보고들은 일도 많았을 것이고요.



 그래서 당신은 잘못하지 않은 것까지 모두 당신 잘못으로 돌려야 했던 것 아닌가요. 맞는 중에 저항한 것뿐이지만, 아무 잘못도 없지만 ‘제 잘못을 안다’고, 그런 식으로 말했던 게 아닌가요.



 하고 싶은 말이 있어 한사성 페이지의 공간을 빌렸습니다. 딱히 새롭고 대단한 위로는 아니고, 그저 '당연한 말'입니다. 진부하고 뻔한 말마디를 또 얹을 때는 늘 조금 민망한 기분을 느낍니다. 그러나 당연한 말일수록 듣기 어려운 사회임을, 당연한 말은 거듭해 말할 수록 힘을 얻게 되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한 번 더 말하겠습니다. 당신에게는 아무 잘못도 없습니다.



 가해자가 당신에게 연락한 것, 당신에게 찾아온 것, 당신의 공간에 들어온 것, 동영상을 찍은 것, 협박한 것 전부, 원래대로라면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당신이 고민할 일이 아닙니다. 원래대로라면, 그 모든 일은 오히려 즉각적인 신고가 이루어져야 마땅할 일입니다. 당신은 갈등을 빚은 것이 아니라 피해를 본 것이니까요.



 그런데도 그럴 수 없게 만든건, 그가 들고 있다던 영상이 풀리면 득달같이 달려들 게 너무 뻔한 자들과, 피해자인 당신을 매도할 게 너무 뻔한 사회와, 그걸 잘 알고 있던 가해자 때문이겠죠. 그 영상은 원래 당신에게 아무런 의미도 되지 못했어야 합니다. 영상은 당신이 아니라 가해자에게, 그가 범죄자라는 낙인을 찍는 증거가 되었어야 합니다. 원래대로라면요. 그 영상이 당신을 해치는 의미를 가지도록 만드는 사회에 나 역시 속해있어 참담함과 미안함을 느낍니다.



  다만 믿어주세요. 우리는 모든 것을 ‘원래대로’ 돌릴 것입니다. 우리는 당신과 똑같은 피해를 당한 사람, 비슷한 피해를 당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매일매일 봅니다. 아마 당신의 상상보다도 생각보다도 훨씬 많은 숫자일 거예요. 그래요, 여자들 대다수입니다. 믿어주세요. 여기 있는 사람들은 전부 당신 편입니다.



우리는 전부 당신의 잘못이 하나도 없는 걸 알고 있는 사람들이고, 당신을 향한 헛소리에 화를 낼 것입니다. 가해자가 어떻게 사는지 지켜보고 그가 적절한 죗값을 치르게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당신이 필요로 할 때마다 기꺼이, 몇 번이고 당연한 말을 해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부디 알아주세요.



 눈물을 최소한으로 흘릴 수 있길, 너무 아픈 밤들이 아니길 바랍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는데 몸건강 유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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