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대 누드 크로키 수업 불법촬영 사건에 부쳐

5월 1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누드 크로키 수업 중 남성 모델을 불법촬영한 사진이 유포되었다. 불법촬영 사진 유출 피해를 입은 누드모델은 지인의 연락을 받기도 하는 등의 2차 피해에 시달렸고, “이 땅을 떠나고 싶다”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피해자의 고통에 깊이 통감하며, 촬영물을 이용한 사이버성폭력 때문에 실제로 이 땅을 떠나버린 분들을 다시 가슴에 새긴다. 단 한 명의 피해자도 더 잃을 수 없다. 떠나야 할 사람은 가해자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들은 불법 촬영한 피해촬영물을 유포하고, 소비하는 모든 가해자를 이 땅에서 몰아내기 위해 싸운다. #불법촬영_피해자와_연대합니다 다행히도 이번 사건의 피해자는 여태까지 본 단체가 지원한 어떤 피해자도 받지 못했던 전국적인 지지와 제도의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 경찰은 사건발생 9일만에 최초 유포자를 검거했다.
한사성은 이 사건에서 우리 사회의 가능성을 본다. 우리는 지금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히 있었다.
첫 번째로, 수사기관의 적절한 대처에 감사드리고 싶다. 일사천리로 수사를 진행하는 유능함뿐만 아니라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세심함 또한 인상 깊었다. 피해자의 자살을 염려하는 모습도 새로웠지만, 2차 가해 증거를 직접 수집했다는 점이 특히 고무적이다. 드디어 경찰 차원에서 2차 가해까지 신경 쓰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그동안 직접 채증을 해야 했던 피해자들과 수사 과정에서부터 수많은 2차가해를 당하고 수사관에게 골칫거리 취급받았던 피해자들에게 큰 진보로 다가올 것으로 생각된다.
두 번째로, 가해자에게 비난의 화살을 집중하는 대중의 분위기를 환영한다.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사람들이 무엇이 옳고 그른지 알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 피해자의 잘못은 없다. 그가 문란해서, 옷을 벗고 누워 있었기 때문에 이런 피해를 겪게 된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든, 누구도 사람의 몸을 동의 없이 촬영하고 유포해서는 안 된다. 유포된 피해촬영물을 소비해서도 안 된다. 지금 이 문단에 고개를 끄덕이는 모두가 앞으로도 일관된 견지를 유지하기를 바란다. 자신에게도, 타자에게도 같은 잣대를 들이대길 바란다.
덧붙여, 한사성은 피해자의 성별에 따라 같은 사건도 달라진다는 현실 인식이 사건의 본질을 흐린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음을 밝힌다. 피해자의 성별은 위에 언급한 두가지 현상을 성립시킨 근본적인 성질 중 하나다. 남성 피해사례와 여성 피해사례의 다름을 이야기 하는 것은 남성 피해자에 대한 공격이나 사소화가 아니며, 어째서 이제야 이렇게 이례적인 일 처리와 피해자 보호가 이루어졌는지는 현장 단체로서 반드시 질문을 던져야 할 지점이다. 홍대 누드크로키 수업 사건의 가해 집단이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하는 동안 우리가 지원하는 여성 피해자가 포르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는 현실 속에서, 이 차이에 대해 고민하지 않은 채 넘어가는 것이야말로 직무유기가 될 것이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이 성명서를 통해 수사기관을 포함한 사회 전체의 태도 변화를 환영하는 동시에 지난 300여명의 여성 피해자 지원 과정에서의 지난함을 떠올리며 이 격차를 상향 평준화 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자 한다.
*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가 지원한 피해자의 피해촬영물이 발견된 포르노 사이트 숫자만 275개. 웹하드, SNS 등을 포함하지 않은 숫자이다. 2018년 5월 11일 현재 (수사법률 지원과 심리치료 지원을 제외한) 삭제 지원 진행 중인 피해자만 42명. 한사성의 존재를 알지 못하고 혼자 사건을 진행하거나 신고를 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여성의 수는 훨씬 많으며, 피해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여성의 수는 집계할 수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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