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그게 아닙니다

한사성
2021-11-14
조회수 298


여성혐오 성향의 페북 페이지 유머 저장소에서 최근 한사성이 올린 피해촬영물 후기 게시글이  ‘중국 야동’ 이라며, 저격 글을 올리겠다는 댓글을 남겼습니다. 



해당 영상의 촬영지가 중국이라는 접근은 한국사회에 사이버성폭력 문화가 만연하다는 사실에 대한 반박이 될 수 없습니다. 한사성은 해당 후기 글의 원본 영상이 중국에서 촬영되었음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촬영이 중국에서 이루어졌어도, 그 촬영물을 이용한 사이버성폭력이 발생한 곳은 한국이라는 것이 본 단체가 고발하고자 하는 지점입니다. 해당 후기 글을 쓰고 웃으며 즐기는 등의 사이버성폭력을 저지른 사람은 모두 한국인이고, 의식이 없는 여성을 강간하는 범죄 상황이 ‘골뱅이’라는 은어로 불리며 하나의 포르노 장르처럼 정착된 곳 또한 한국입니다. 후기 내용의 ‘국산 앵글’과 같은 언급, 여성이 죽은 것 같다고 느끼면서도 사람에 대한 걱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위를 잘 마치고 자신의 정액을 닦으며 찝찝해하는 태도, 그리고 이에 대해 아무런 문제의식을 보이지 않고 영상 속 여성을 물화하는 일에 동참하는 수많은 가해자들의 잔인함은 분명 한국 사회의 문제로 돌려야 할 몫입니다. 



이것이 주작이라며 웃는 분들에게는 조금 놀랐습니다. 웃을 일과 아닌 일을 잘 구별하지 못하고 있으신 것 같습니다. 해당 영상은 실재하는 영상입니다. 저희 게시글이 불편했던 와중에 어떻게든 트집을 잡았다는 것이 너무 기쁜 나머지 사이버성폭력 피해자에게 다시 한번 상처를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당신의 비웃음은 저희의 진지한 고발과는 달리 세상 그 어떤 피해자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애초에 이 영상이 어느 나라 것인지, 스너프 필름인지 무엇인지는 상관없다는 점 또한 짚어 드립니다. 이 영상이 보여주는 기호들의 기의는 명백한 피해촬영물이고, 영상 속 여성이 그런 폭력의 현장에 있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이와 같은 영상을 ‘야동’, 즉 야한 동영상이라고 불러서는 안 될 것입니다.  



  사이버성폭력은 디지털 성범죄가 사이버 공간에 닿으며 발생하는 폭력입니다. 불법촬영까지는 디지털 성범죄지만, 이것이 사이버 공간에 유포되는 순간 다양한 형태의 사이버성폭력이 발생하게 됩니다. 따라서 촬영 범죄가 일어나도 누군가 그것을 유포하지 않고, 소비하지만 않는다면 피해자의 고통이 훨씬 경감될 것입니다. 홍대 크로키 모델 사건에서도 촬영물이 유포된 후 유포된 촬영물을 조회하며 성기를 품평하거나 사생대회를 여는 등의 사이버성폭력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피해자가 지금처럼 괴로워하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촬영물을 이용한 사이버성폭력이 심각함을 알리고 촬영물 속 피해자를 ‘감상’하며 ‘씹고 뜯어 보는’ 것이 하나의 즐길거리가 된 문화를 비판하는 활동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이유지요. 그것의 첫걸음이 #불법촬영_피해자에게_연대합니다 릴레이의 첫번째 고발 이었습니다. 저희 페이지에 찾아와 주신 유머저장소 팔로워 분들도 홍대 사건에 분노를 느끼셨다면 한사성의 사이버성폭력 근절 활동에 동참해 주시길 바랍니다. 😊 앞으로 올라올 한국에서 촬영된 불법 도촬 피해 관련 사건에도 큰 관심 부탁드립니다.



 + 원본 영상에 달린 댓글은 751개. 조회수는 2만이 넘습니다. 한국 사회가 피해촬영물의 형식을 띠는 영상을 어떻게 소비하고 있는지는 첨부된 댓글을 통해 살펴 보실 수 있습니다.



+ 같은 사이트에서 골뱅이라고 대강 검색만 해도 나오는 결과를 댓글로 첨부합니다. 사실 어디서 검색하든 '국산' '한국' 골뱅이 영상은 도처에 널려 있기 때문에, 캡처본에 게시글 일부가 노출된 있는 것만으로는 피해를 재생산한다고 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저희는 피해사실을 어떻게 고발하는가, 피해 자체를 알리지 않고 이 실태를 고발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 왔고, 그동안 고발 글을 잘 올리지 않아 왔던 것에는 이러한 맥락도 있었습니다. 여러 차례의 내부 논의를 거친 결과,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게 피해의 심각성을 알릴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자는방향을 선택했다는 것을 공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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