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단체는 현장단체로서 피해 지원 사례 발표를 통해 경찰의 일관성 있는 수사를 촉구한다!

본 단체는 현장단체로서 피해 지원 사례 발표를 통해 경찰의 일관성 있는 수사를 촉구한다!
2018년 5월 14일,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은 “성별 따라 수사속도 조절, 있을 수 없는 일"과 같은 내용의 입장을 발표했다. 한사성은 현장 단체로서 최근 ‘대학 수업 중 누드 크로키 모델 불법촬영ㆍ유포 사건’에서의 수사기관의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응과 대비되는 본 단체 지원 사건에서의 피해사례를 간단히 정리해 발표하고자 한다.
[사례1]
동의 없이 촬영된 성적 촬영물이 피해자의 이름, 학교, 신분증, 연락처를 포함한 신상정보와 함께 불법 포르노 사이트와 SNS 등의 플랫폼에 유포되었다. 용의자는 전 남자친구 한 명으로 특정되어 있었고, 피해 사실에 대한 증거를 모두 수집해 놓은 상태였다. 피해자는 경찰에 전 남자친구를 고소하며 피해촬영물 추가 유포나 증거인멸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구속수사를 요청하였다. 원본 영상을 찾아내 삭제할 수 있도록 주거지 압수수색을 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 측에서는 피해자의 요구에 협조하지 않았다.
결국 벌금형 처분을 받게 된 가해자는 형사사건이 종결된 후 자신을 고발한 피해자에게 앙심을 품고 원본 영상을 2차로 유포하였다. 피해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고소 및 삭제 등의 피해회복과정이 처음부터 반복되었고,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은 더욱 심각해졌다. 피해자는 1차 형사고소에서 수사기관 측의 적극적인 협조로 피해촬영물 원본이 압수되었다면 이와 같은 2차 피해는 없었을 것이라며 원망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사례 2]
합의 하에 촬영된 성관계 영상이 전 남자친구에 의해 동의 없이 유포되었다. 유포 게시글에는 피해자에 대한 성적인 모욕 글과 허위사실이 기재되어 있었다. 전 남자친구의 휴대폰으로 촬영되었던 영상이고, 유포된 모욕 및 허위사실에도 전 남자친구만 알 수 있는 정보가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피해자는 전 남자친구가 가해자라는 것을 확신했다. 그러나 경찰은 조사 중 피의자가 사이버성폭력 가해 사실을 부인했다며 피해자에게 사건 진행의 어려움을 알렸다. 피해촬영물이 유포된 플랫폼이 해외 불법 포르노 사이트였고, 한국 수사 기관은 해당 사이트에 게시물을 올린 사람을 특정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피해자는 수사기관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것에 큰 상처를 입었다.
어떤 범죄든, 자신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순순히 인정하는 가해자는 원래 드물다. 그러나 사이버성폭력 범죄 수사에서는 피의자가 범행 사실을 부인하기만 하면 사건이 잘 진행되지 않는 경향이 있었고, 수사기관이 더 이상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려 하지 않았다.
[사례 3]
사이버성폭력 피해 유형에는 ‘유포 협박’이 존재한다. 전 남자친구와 같은 친밀한 관계에 있던 가해자가 ‘다시 만나 달라’는 등의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으면 성적 촬영물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는 범죄를 말한다. 유포 협박에 시달리고 있는 대부분의 피해자는 가해자 구속수사를 원한다. 가해자가 신고당했다는 사실을 인지하자마자 영상을 유포해 버릴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러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피해자들의 공포가 매우 합리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구속수사가 가능하다는 의지를 보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결국 피해자가 신고를 포기하고 사적인 방법으로 해결 시도를 해야 했던 경우도 있었고, 본 단체와 다시 연락이 되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많은 피해자들이 제도권 내에서 안전히 보호받기를 기대했다가 그렇지 못한 현실을 마주하고 나면 매우 절망적인 심경을 토로한다. 어떤 피해자는 홍대 사건을 보며 구속수사가 이렇게 쉬운 줄 몰랐다고 말했다. 가해자가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우려가 있어 구속 수사를 실시했다고는 하지만, 정말 이유가 그것뿐인지, 여태까지 증거인멸이나 도주 가능성이 없었던 가해자가 몇이나 됐을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위 유포 사례 피해자들의 피해게시물 댓글란에는 수십 개의 조롱 댓글과 2차 가해 댓글이 있었고, 그 피해촬영물을 저장하고 공유하고 시청하는 가해자들이 다수 존재했다. 분명 그들도 수사가 필요한 2차 가해자일 텐데, 과거 사건 진행 당시에는 왜 이를 2차 가해로 분류하지 않고 이번 사건처럼 경찰 차원에서 채증이나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던 것인지도 피해자들이 궁금해하는 부분 중 하나이다.
이 피해자들이 그동안 간절히 바랐던 대응은 바로 이번 누드 크로키 모델 사건과 같은 조치였다.
누드 크로키 모델 사건에서, 경찰은 가해자를 검거한 후 이에 만족하지 않고 피해 발생 플랫폼과 운영진으로 조사 범위를 넓히고 있다. 만약 워마드 관리자가 범죄 사실을 알고도 가해자의 활동 기록을 삭제해줬다면 증거인멸 공범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한다. 워마드가 그동안 경찰이 수사를 꺼려왔던 기존 포르노 사이트처럼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이는 매우 이례적이고 고무적인 시도라 평가할 만하다. 피해자의 신고를 통해 가해자뿐만 아니라 가해자가 촬영물을 유포한 특정 플랫폼의 범죄 행각까지 인지한 경우 플랫폼의 범죄 또한 조사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라는 사실을 드디어 확인받게 되었다는 의미가 있다. 한사성은 경찰의 문제해결 능력을 과소평가 해왔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경찰은 곧 본 단체가 삭제 지원 진행 중인 200여 개의 포르노 사이트 리스트를 받아 보게 될 것이다. 200여 개의 사이트마다 실제 피해자가 존재하는 상황이다. 포르노 사이트는 심지어 워마드와 달리 피해촬영물과 포르노를 자유롭게 소비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범죄자들의 범죄 행각을 은폐, 방조하는 것을 넘어서 아예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범죄 집단이기 때문에 더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어떤 사이트는 성매매 업소와 연계되어 있고, 강간 약물을 판매하기도 한다. 한사성은 포르노 사이트의 서버지, 카카오톡 아이디, 이메일, 스카이프, 라인 계정과 같은 정보를 모아 놓았다. 경찰은 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고 해당 해외 플랫폼에 자료 협조 요청을 하는 등 동일한 수준의 적극성을 갖고 조사를 진행하길 바란다.
2018년 5월 16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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