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예원씨의 용기에 감사드립니다

스튜디오 촬영 성폭력을 공론화해주신 양예원씨에 대한 유언비어가 도를 넘고 있는 가운데, 양예원씨에게 힘이 되고자 이 글을 씁니다.
1. 가해자로 지목된 A실장은 2008년에도 유사한 사건으로 고발당한 전력이 있습니다.
(이하의 내용은 본 단체 지원사례를 토대로 작성한 내용입니다. 본단체 피해자들의 가해자는 A실장이 아닙니다)
2. 한사성은 사건 공론화 전, 양예원 씨와 똑같은 수법으로 피해를 입은 여성 두 분을 지원했습니다. 모델들은 일반적인 피팅모델 촬영 명목으로 모집되어 다음과 같은 계약서에 서명하게 됩니다.
“"을"은 "갑"과 계약이 이루어졌을 시 "갑"의 동의 없이 계약을 파기할 수 없으며, 만약 "을“이 이를 위반했을 경우는 모든 것은 "을"의 책임이며 "갑"이 손해배상을 청구했을 경우 계약금 및 모든 손해액의 두 배를 배상하여야 한다. (2005년도 모 스튜디오 촬영회 계약서에서 발췌)”
촬영 수위와 방식은 합의된 바가 없었습니다. 만약 포르노에 가까운 사진을 찍는 것인 줄 미리 알았다면 양예원 씨를 비롯한 수많은 피해자들은 이런 부당한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3. 소라넷이 그러했듯이, 스튜디오 촬영회 또한 여성들만 모르고 있었던 공공연한 섹스 산업이었습니다. 이런 일이 성행하기 시작한 것은 2005년부터입니다. 겉으로는 평범한 사진 동호회처럼 보이는 몇몇 조직들은, 폐쇄적인 동호회 사이트 내부에서 사진을 공유하는 동시에 다음 카페 등의 공개된 장소에서 희생양으로 삼을만한 일반인 모델을 계속 모집해 왔습니다. 촬영된 사진은 몇 년이 지난 후에 해외 불법 포르노 사이트로 유출되기 시작합니다. 즉각적인 신고를 피하고 용의자 특정을 어렵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스튜디오 촬영 폭력, 이것은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더 거대한 산업일지도 모릅니다. 한사성은 스튜디오 촬영 폭력 피해자 지원과정에서 수상한 정황을 포착하고 포르노 사이트 Y가 사진 촬영자, 혹은 최초 유출자와 직접적인 연관을 갖게 된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Y사이트는 2~3년이 지난 사진을 가장 먼저 공개하는 사이트로, 촬영회 사진 유출의 규모나 방식이 예사롭지 않아 주목하던 사이트였습니다.
심지어 이 사이트는 특정 사이버장의사 업체와도 결탁하고 있었습니다. Y사이트에 사진이 유출된 피해자가 사진을 삭제하고 싶다면 B사이버장의사 업체에 입금해야만 합니다. B업체 외에 다른 업체에 삭제 의뢰를 맡기려고 했던 피해자는 “Y사이트는 B만이 지울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업체는 못 한다.”는 안내를 들었다고 합니다. 확인 결과, Y사이트는 B업체 외의 다른 업체나 피해 당사자가 삭제 요청을 넣으면 즉각적으로 차단처리 하고 있었습니다. 사진 찍는 놈, 올리는 놈, 삭제해 주는 놈들이 카르텔을 형성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한사성 또한 해당 사이트가 요구하는 모든 서류를 갖추고 게시물 삭제 요청 절차를 밟았으나 5회 이상 차단당했고, 사이트 자체를 폐쇄하고자 준비하는 중이었습니다.
4. 화면 속에서 옷을 벗고 미소를 짓는 여자들의 모습은 얼마나 허구입니까? 제작형 포르노물은 피해촬영물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요? 세상의 모습이 지금과 같을 때, 우리는 봐도 괜찮은 포르노와 보면 안 되는 포르노를 구분할 수 없습니다. 사진만으로 양예원씨를 판단하지 마십시오. 피상적인 이미지로만 전시되어있는 여성들의 몸에서 이 길고 부조리한 맥락을 읽어내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스튜디오 촬영 폭력 문제를 수면 위로 올려 주신 양예원씨의 용기에 감사드립니다. 당신에겐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유포한 사람들의 잘못, 클릭한 사람들의 잘못. 가해자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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