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학생이 아래와 같은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한사성
2021-11-14
조회수 234


한 남학생이 아래와 같은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급박한 신고 문의나 꼭 답변이 필요한 문제에는 바로바로 답장 드리지만,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질문이라고 하셨으니 나중에 답장 드려도 될 것 같아 다른 일부터 처리하고 있었는데 그새를 못 참고 계속 보채시더라고요. 활동 이렇게 하실 거냐니,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저희는 남학생들의 궁금증을 풀어드리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가 아닙니다. 자신의 배움에 부족한 점이 있다면 알아서 공부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자기 공부를 남에게 맡겨둔 것처럼 요구하려면 최소한의 비용은 입금하셔야 마땅하지 않을까요?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후원계좌: 우리 1005-803-258881
 정기후원 CMS계좌 신청: https://goo.gl/QA4GG5



 포르노 문화-엄밀하게 말하면 위키트리 기사에서 문제가 된 영상은 포르노가 아니라 피해촬영물이지만, 포르노와 피해촬영물은 너무 오랜 시간동안 같은 것으로 여겨져 왔고, 그로 인해 생겨나는 현상들은 여전히 포르노라는 용어로 뭉뚱그려 설명되고 있습니다–가 어떻게 남성문화의 일부로 편입되어 왔는가에 관해서는 이미 많은 논의가 이루어진 상태입니다. 남녀를 떠나지 마세요. 남성 젠더의 문제 맞으니까요. 포르노를 공유하고, 그것을 재미있는 농담처럼 여기며, 나도 그 영상 봤다고 우월감을 느끼는 행위는 남자들을 결속시키는 하나의 놀이문화처럼 기능합니다. 진정한 남자라면 성욕을 느껴야 하고, 남자들끼리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하며 성욕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고, 포르노를 보고 불편함을 느끼면 남자도 아닌 고자 새끼이고, 때로는 그 정도 자극에는 끄떡도 하지 않는 ‘경험 많은’, 혹은 ‘휴지끈 긴’ 남성임을 과시해야 하기 때문에 남성은 기꺼이 성적 영상을 소비하는 동시에 유통하는 주체가 되곤 합니다.



 페이스북 상에서도 종종 많이 유통된 피해촬영물의 특정 장면을 모아 업로드 해놓고 ‘이거 모르면 남자 아님.’라는 식으로 캡션을 달아놓은 게시물을 볼 수 있지 않나요? 댓글 창에서는 남성들끼리 서로를 태그하며 영상 내용을 공유하거나 다 봤다는 것을 자랑하며 웃고 있었고요.



 그런 게 남성문화가 아니라고 하고 싶다면, 서로 말을 좀 맞춰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한쪽에서는 그래야 남자답다고 하고, 남자들 다 그렇다고 하는데 한쪽에서는 왜 이게 남성문화인지 모르겠다고 하니 혼란스럽네요. 당신의 아버지와도 한번 이야기를 나눠 보십시오. 관련 내용을 연구한 학자들도 거의 남성으로 여겨지는 사람들입니다. 인터넷에 대충 검색만 해봐도 다 나오니까 찾아 보세요.
 예를 들어 Michael Kimmel은 포르노그래피가 사회화의 중요한 부분으로 남성다움의 지배적인 이상을 심어주고, 그 남성다움의 획득을 공언하는 역할을 하며, 포르노 보기는 또래집단 안에서만 행사될 수 있는 권력을 부여한다고 분석했습니다. Robert Jensen의 pornography and the end of masculinity에서도 여성 대상화를 통해 남성이 집단으로 결속하는 모양새를 잘 묘사 했고, 남성성이 더 이상 개개인에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집단 남성성이고, 언제든지 강간할 준비가 되어있는 남성성이라고까지 말한답니다. Michael Flood의 Men, Sex, and Homosociality- How Bonds between Men Shape Their Sexual Relations with Women도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여성들이 이에 동참하며 비슷한 모습을 보이게 되는 것은 남성문화에 노출된 후 일어나는 일입니다. 이는 영상 속 여성을 창녀화하고 철저히 타자화하며 자신을 남성으로 동일시함으로써 가능합니다.(*한사성 자문위원 윤김지영 교수님) 차라리 자신을 소외시키는 그 문화 안으로 포섭되어 ‘다른 여자들과는 다른 여성’이 되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납득이 안 되신다면 저희 페이지를 팔로우 해주세요. 남성들이 남초카페나 남성만 출입할 수 있도록 해놓은 사이버 공간에서 어떤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지 차근차근 보여드릴 예정입니다. 피해촬영물에 어떻게 ‘후기’를 남기는지, 범죄자를 어떤 식으로 칭송하는지, 피해촬영물을 어떻게 밈으로 소비하는지, 아동·청소년을 어떻게 다루는지, 일반여성의 사진을 가지고 어떤 ‘놀이’를 하고 있는지 보여드리겠습니다. 강간문화와 같은 기존의 남성문화가 사이버공간을 만나 어느정도까지 심화될 수 있는지 알게 되실 거예요. 한꺼번에 업로드하면 팔로워분들이 메스꺼워 하실까봐 시간을 들여 천천히 풀어드릴 예정입니다. 다 보고 난 후에는 이정도를 남성문화라 칭하는 것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될 거라 믿습니다. 당신이 인간이라면 수치심을 느껴야 정상인 세상임을 알게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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