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1일 자 위키트리 기사입니다. 기사를 읽으신 분들은 다음 문제를 풀어주세요.

문제: 술집에서 남녀가 성관계를 갖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SNS에서 확산되고 있다면 당신이 할 일은?

1. 동의 없이 촬영된 영상과 그 영상을 유포하는 일은 범죄이므로 해당 플랫폼이나 관련기관에 신고한다. 

2. ‘남자와 여자가 성관계를 했다’라는 면에 집중하여 음란한 사건으로 접근, 자극적인 면만을 부각하여 기사를 쓰고 사이버성폭력 피해를 확산 시킨다. 

3. 여자가 옷을 벗었는지 안 벗었는지 관심을 가진다.

4. 영상을 공유하기 위해 댓글에 이메일 등 연락처를 적고 즐겁게 웃는다. 

정답을 고르기가 어려운가요? 그렇다면 다음 문제는 어떤지 말해주세요.

문제: 누군가가 창문이 난 2층 룸 술집에서 성관계를 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 장면을 구경하며 핸드폰으로 촬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때 당신이 하면 안 되는 일은?

1. 창밖으로 다 보인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일 수 있으므로 당장 올라가서 바깥의 상황을 알려준다.

2. 이 사람이 약물에 취했거나 심신미약 상태가 아닌지 점검하고 조치를 취한다. 

3. 경찰에 사건을 신고한다.

4. 그냥 다른 사람들과 웃으며 촬영범죄에 동참한다. 

어려운가요? 정말로 어려운가요?  

유사언론 위키트리는 불법촬영물이 유포되고 있는 범죄상황에 대해 기사를 쓰면서 동의 없는 촬영이나 유포가 범죄라는 시각으로 다루지는 못할망정 음란한 사건으로 접근, 자극적인 면만을 부각하였습니다. 공연음란죄를 언급하며 가해를 선동했죠. 기사의 의도에 충실히 응답한 대중들은 어차피 이 사람들이 벌 받을 만한 일을 했으니 우리는 그들에게 무슨 짓이든 해도 괜찮다는 식으로 댓글 창에서 불법도촬 영상물을 공유하며 웃고 있는 중입니다. 

사이버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을 때, 피해자와 한사성은 사건이 아무리 충격적이고 아무리 공론화가 필요해 보여도 이런 사건이 있었다고 얘기하지조차 못합니다. 사람들이 사건을 알게 되면 범죄에 분개하는 게 아니라 피해자 영상을 검색해 돌려 볼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지역 등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요소를 넣어 피해촬영물 관련 기사를 쓰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지는 않았을 텐데요. 기사에 댓글이 많이 달리기만 하면 영상 속 사람들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나요? 

피해자가 고소를 원할 시 증거로 제출하려고 댓글을 캡처해 두었습니다. 농담처럼 메일 주소를 쓰시고, 카톡으로 영상을 공유했다는 캡처를 올리시는 일은 사실 전혀 가벼운 일이 아닙니다.

 ★법률 자문 결과 해당 사건이 공연음란죄로 처벌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 성적영상 비동의유포는 다른 해석의 여지가 없이 실제로 법적으로 처벌받는 범죄입니다.

#찍는것도_보는것도_올리는것도_성폭력입니다

성폭력이 이처럼 유희문화화 돼서 여성들까지 가해에 참여하는 모습이 너무나 참담합니다. 저 영상을 야동처럼 소비하는 내가 진짜 저 영상에 성적으로 동해서 그러는 것인지 자문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힙하고 재치 있어 보이려고, 이 정도는 농담으로 칠 수 있는 여성으로 용인되어 남성문화에 어울리려고, 자신은 저렇게 ‘문란한’ 여성과는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려고... 어디서 많이 보아왔던 폭력적인 말들을 따라 하는 당신은 당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도 잘 모르고 있을 수 있습니다. 

책 한 권 분량의 조롱과 모욕, 유포범죄에 가담하는 댓글을 캡처하며 한사성을 응원해 주시는 여러분 생각을 했습니다. 저희는 동의없는 촬영과 유포는 범죄라는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여러분을 함께 싸우고 있는 동지라고 생각합니다. 광야에서 겨우 한 줌 먼지를 쥐면 우리일 것을, 우리의 수가 그렇게 적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갈 길이 멉니다. 부디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