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우리에게는 아직 여성가족부가 필요하다

한사성
2022-04-01
조회수 279


 여성부의 사명은 명확하다. 성평등을 실현하는 것. 그런데 어떤 이들은 ‘여성만 챙기기’ 때문에 여가부의 존재가 되려 성평등을 저해한다고 말한다. 성평등은 이미 실현되었고, ‘구조적 성차별은 없기 때문에’ 여성이라는 단어가 정부 부처의 이름으로까지 존재할 필요는 없다는 논리다. 과연 그러한가.


 2019년 한국 남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70%가 넘는 동안 여성의 참가율은 50%를 조금 넘었다¹. 한국 통계청에서 조사한 경제활동참가율도 여성과 남성이 30% 이상 차이가 나며, 특히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해야 할 연령대인 35세에서 39세 사이의 인구에서 성별간 격차가 제일 크다². 구매력평가지수, 즉 1인당 소득을 비교하면 여성이 1년에 2,765만 원을 벌때 남성은 5,981만 원을 번다. 여성이 남성의 반도 못번다. 여성의원 비율은 여전히 10%대이다.


 사실 이런 통계들을 그만 언급하고 싶다. 이 비참한 현실을 코 앞에 들이대도 혐오자들은 아랑곳 않고 성차별은 없다거나 그만한 이유가 있을거라고 쉽게 떠든다. 20대 여성의 자살률이 1년 새 25.5% 늘고, 20년 상반기에는 자살을 시도한 사람 중 20대 여성이 32.1%로 전 세대와 성별을 통틀어 가장 많고, 여성 실업률은 3.4%로 코로나 이전보다 0.6% 늘었으며, 또다시 전세대와 성별을 통틀어 20대 여성의 실업률이 7.6%로 가장 높은 동안에³, 즉 여성들이 성차별적 구조 안에서 말 그대로 죽어가는 동안 누군가는 공정한 사회를 위해 여가부가 폐지되어야 한다고 가볍게 말할 수 있다. 그 사실 자체가 이 사회에 젠더 권력이 존재한다는 증거이다.


 여가부는 이러한 현실을 정부 차원에서 대응하고자 설립된 부처이다. 그를 지금 이 시점에서 폐지하겠다고 하는 것은, 한국사회에 성차별이 존재함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시도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분산시켜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그럴듯한 말은 너무나 안일하여 분노스럽다. 어느 누구도 무언가를 강화할때에 그것을 쪼개자고 하지 않는다. 아무리 그럴듯한 말로 포장을 해도, 여성가족부의 폐지는 정부의 사업에서 여성주의 시각을 걷어내겠다는 의지의 표명일 뿐이다. 여성가족부가 지원하던 한부모가정, 다문화가정, 경력 단절 여성, 성희롱·성폭력·스토킹·사이버성폭력 피해경험자, 가정 및 학교 밖 청소년 등 구조적 차별안의 소수자들을 구조 안에서 보지 않고 개개인의 어려움을 지원한다는 시혜적인 시각으로 대하는 순간 지원 대상의 사각지대는 더 늘어나고 지원의 폭은 좁아질 수 밖에 없다.


 여성부가 여성가족부가 되며 여성의 권익증진보다는 가족 및 청소년 정책에 더 집중하는 점 등의 개선 필요 지점은 분명 있다. 특히 지난 민주당 정권 내에서 벌어진 권력형 성폭력에 선명한 대응을 내놓지 않은 점은 여성 인권 증진을 목표로 삼는 부처로서 분명한 잘못이다. 그러나 동시에 정부 예산의 0.23%라는 자원 내에서 비장애여성·장애여성·아동·청소년·이주여성 등을 젠더 폭력 및 차별 방지의 관점으로 지원하고 관련 정책 기반을 구축해 온 유일한 정부 부처라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제정과 디지털 성범죄 위장수사 근거 마련, 노동시장 성별 격차 해소 등의 주요 성폭력·성차별 대응 사안에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한국 사회 여성인권을 진심으로 증진시키고자 한다면, 필요한 것은 여가부 폐지가 아니라 개선과 강화이다.


 평등이라는 건 어떤 상태가 아니라 사람 간의 상호작용 안에서 형성 되는 일종의 관계이다. 그러므로 차별이 완화되고 평등에 가까워진 다는 것은, 물리적 흐름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일이 아니라 상호작용에 참여한 누군가들의 투쟁의 결과이다. 그 투쟁이 불편하다면 당신이 지금까지 그 누군가들보다 더 많은 것을 누리고 있었다는 뜻이지 투쟁하는 자가 분란을 일으키는게 아니다. 여성부의 사명은 성차별을 해소하고 성평등을 실현하는 것. 그 존재와 과정이 불편하다면 당신이 스스로 알기 보다 더 많은 걸 누리고 있다는 뜻이지, 여성가족부와 그 지원을 받는 구조적 차별의 소수자 때문이 아니다. 여성부는 아직 사명을 다하지 못했다. 우리에게는 아직 여성가족부가 필요하다.  


2022. 03. 31.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1 UNDP에서 인간개발보고서(HDI)의 성불평등지수(GII) 기준

2 대한민국 통계청, 2018.

3 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20년 9월 여성 고용 동향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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