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성명]충청남도는 여성의 몸과 아이를 담보로 하는 공공임대주택 임대료 감면 정책을 폐지하라 - ‘충남형 더 행복한 주택’ 입주 후 자녀 출산 시 임대료 감면 정책에 부쳐

한사성
2022-01-13
조회수 263

지난달 30일, 충청남도가 입주 후 자녀 한 명을 낳으면 임대료를 반액 감면하고, 두 명을 낳으면 전액 면제해주는 ‘충남형 더 행복한 주택’의 견본주택 공개를 예고하면서 관심을 모았다. ‘충남형 더 행복한 주택’은 지난해 5월부터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으로, 2022년까지 총 1000호의 공급이 예정되어 있다. 도는 해당 사업의 목적을 “주거비 부담이 적은 주택을 공급함으로써 결혼 및 출산 친화적 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저출산 극복”을 하는 것이라 밝혔다. 
높은 주거비용과 불안정한 주거가 출산과 양육을 어렵게 하는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는 상황에서,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을 확대하고자 하는 취지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신혼부부가 입주 후 자녀를 출산하면 임대료를 감면하는 ‘임대 혜택’ 제도는 출산을 일종의 주택임대계약 조건으로서 내거는 것으로, 여성의 신체와 생애 기획에 대한 통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스럽다. 임신·출산과 양육은 여성의 건강과 일상, 노동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는 행위로서 반드시 여성 개인의 자유롭고 주체적인 선택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주택 입주 후에, 가능한 한 일찍 두 명의 아이를 출산하여야만 가계에 이익이 된다는 정책의 함의는, 여성이 출산 여부와 시기, 횟수를 결정하는 총체적인 과정에 있어 가족과 사회의 외압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는 출산할 수 없는, 출산하지 않는 시민에 대한 차별 또한 야기한다. 
한편 입주 후에 낳은 아이의 수만이 임대료 감면의 대상이 된다는 조건은, 이미 아이가 태어나 자라는 가정은 혜택의 대상이 아님을 뜻한다. 이는 아동과 아동을 양육하는 가정에게 주거 안정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통제 가능한 출산 행위에 대한 보상으로서 주거비 지원을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아이의 출생을 일종의 실적으로 산정하고, 태어난 아이의 복지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 이 같은 정책 태도는 출산하는 여성과, 아동의 존재가치를 경제적 수단화하는 인식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이러한 인식은 여성과 아동의 사회적 지위가 낮은 한국 사회 현실을 고려할 때, 여성과 아동 개개인의 삶과 권리에 대한 침해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여겨진다. 
정책 대상을 ‘(예비)신혼부부’로 한정한 점도 한계적이다. 지금 한국사회에서는 가족 개념의 인식이 전통적인 법률혼·혈연 관계를 넘어 확장되는 추세이며, 동거와 사실혼 및 비혼 등 법률혼 외의 다양한 가족 실천과 공동주거의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법적 혼인관계의 ‘신혼부부’만을 출산과 양육 가능성이 있는 주체로 상정하는 정책은, 법률혼과 혈연을 통해 구성되는 ‘정상가족’의 관념을 강화·재생산한다. 정상가족 중심의 제도 아래서, 사회적으로 취약한 지위에 있는 다양한 가족 실천과 그 안에서 태어나는 아동에 대한 배제는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방향성은 인구 문제에 대한 국가 전반의 정책 기조에도 어긋난다. 올해 초 발표된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은, 인구 문제에 대응하는 기본 관점을 ‘개인의 삶의 질 제고 전략’으로 전환할 것임을 표방한 바 있다. 개인의 삶을 저해하는 사회구조적 요인에 대한 개입 없이 단기적 보상을 통해 혼인과 출산을 유도하는 정책만으로는 저출생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음을 진단한 것이다. 기본계획은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세부 과제로서 성평등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생애 전반의 성·재생산권을 보장하며, 아동기본권을 보편적으로 보장하고, 다양한 가족을 제도적으로 수용하는 정책이 필요함을 제시하였다. 충청남도의 ‘충남형 더 행복한 주택’ 제도는 이 같은 필요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저출생 문제에 대하여 ‘일석이조’식의 효율적이고 즉각적인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이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시민의 삶과 권리를 고려한, 사회구조 전반에 대한 장기적 개입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충청남도는 시민의 삶과 선택권을 통제하는 방식의 ‘충남형 더 행복한 주택’ 임대료 감면 정책 집행을 즉각 중단하고, 보다 보편적이고 평등한 주거권 보장 방안을 제시하라.      
2021년 9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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