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명]세상에서 가장 추악하고 비열한 너에게

최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매력적인 너에게’라는 제목으로 ‘당신의 불법촬영물 영상을 확보했으니 유포를 원하지 않으면 돈을 보내라’는 협박 메일이 돌고 있다. 발신인은 화장실 여성 청소노동자들을 고용해 화장실에 카메라를 설치했으며, 수신자의 연락처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 영상을 보낼 수 있다고 협박한다. 그러나 실제로 영상을 갖고 있을 확률이 매우 적고, 금전적 요구가 1회적으로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와 같은 메일을 받았을 경우 돈을 보내기보다는 무시하는 것이 낫다. 다만, 메일로 인해 불안이 촉발되거나 심화될 경우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를 비롯한 여성단체 및 상담기관에 상담을 요청할 수 있다.
메일은 연령, 성별, 직종을 가리지 않고 무작위적으로 발송되었다. 그러나 이 메일로 인해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은 연령과 직종을 가리지 않고 ‘여성’으로 한정되었다. 웹하드 카르텔, 남성연예인들의 불법촬영물 유포,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등 여성들의 일상과 몸이 동의 없이 타인에게 유포되고 ‘포르노화’된 사건은 너무나 많았다.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때는 한동안 피해 영상물을 구매하려는 글들이 SNS와 포털사이트 검색어에 올라와있었다. 사이버 성폭력의 위협은 언제나 여성들의 곁에 도사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들은 ‘나의 일상이 타인에게 노출될 수 있다’라는 불안을 항상 느끼며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자신의 피해를 인지하기 어렵고, 인지의 시점이 늦을 수 있는 사이버 성폭력의 특성상 메일을 받은 여성들은 실제로 자신의 피해촬영물이 유포되었을지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누군가 자신의 영상을 갖고 있다고 협박하는 상황과 피해를 정확히 인지하기 어렵다는 사이버 성폭력의 특성이 결합되면서 불안이 촉발되는 것이다. 사이버 성폭력의 유형에는 비동의촬영, 비동의유포뿐만 아니라 자신의 피해촬영물이 유포되었을지 모른다는 ‘불안 피해’도 분명히 존재한다. 발신인은 메일에서 ‘여성들’의 영상을 확보했으며, 입금하지 않을 경우 그것을 유포하겠다고 말했다. 발신인이 저지른 일은 여성들이 갖고 있는 불안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자신의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한 ‘불안 장사’이다.
불법촬영이 폭력이자 범죄라고 온국민에게 인식되었지만, 성폭력이 상품화 되는 것 뿐 아니라 성폭력에 대한 '불안' 마저 상품이 되어버렸다. 사이버성폭력을 범죄수법의 미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불안'이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 누군가의 취약성을 빌미로 돈을 버는 행위는 얼마나 비열한가. 또 실제로 돈을 벌 수 있는 이 환경은 얼마나 추악한가. 그렇기에 이 글은 세상에서 가장 추악하고 비열한 너에게 보내는 글이다.
2021. 10. 6.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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