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피해 촬영물 감시는 유행이 될 수 없다 -시민 모니터링단 사업에 대한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의 입장문

한사성
2022-01-13
조회수 278


 최근 각 지자체에서 디지털 성범죄 시민 모니터링단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에 이어 인천시, 대전시 역시 추진 중이며, 경상남도는 실직 및 경력단절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일자리 사업과 함께 운영되었다. 경기도와 부산시는 디지털 성범죄 대응 방책으로써 ‘삭제 지원 및 모니터링’을 제시하였다.
 이처럼 지자체 사이에서 모니터링과 삭제지원이 하나의 ‘행정적 유행’처럼 번지는 양상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우려된다. 공적 자원으로 디지털 성범죄 예방과 근절에 힘쓰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나, 유포와 소비로 가해가 이뤄지는 사이버 성폭력의 특성을 고려할 때 시민이 직접 피해 촬영물을 조사하는 방식이 과연 적합한 대응인지 의문이 든다.



 사이버 성폭력, 특히 피해 촬영물 유포는 여성의 신체를 소비하는 시청을 통해 이루어지는 범죄이다. 때문에 삭제 및 모니터링 지원 시 필히 피해 촬영물을 시청할 수밖에 없는 지원자의 여성주의 관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시민 모니터링단 사업의 경우 이에 대한 구체적 대책이 마련되어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 피해촬영물을 모니터링할 때 수반될 수 있는 지원자의 정신적 고통과 트라우마에 대처할 방안도 명확하지 않다.



 한사성이 만났던 유포 피해 경험자들은 한결같이 자신의 피해촬영물이 조금이라도 더 적은 사람에게 노출되기를 원했다. 많은 인원의, 심지어 천 단위의 시민을 동원하여 피해촬영물을 조사하는 일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게다가 지원자에게 제보 건당 금액을 제공하거나 일자리 사업과 연결하여 진행하는 모습은 사이버 성폭력 근절 보다 각 지자체의 사업 진행이 우선이라는 주객전도의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모니터링과 삭제 지원은 피해자가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공적 권리이다. 그런데 이것이 개개인의 영리 목적으로 정책화되어가는 양상은 공공 삭제지원이 있기 이전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또 이 사업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삭제 지원은 완벽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현재로서 삭제지원은 신고 시 해당 사이트를 차단하거나 삭제 권한이 있는 플랫폼 운영자에게 삭제를 요청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삭제에 어려움과 시간 소요가 따름은 물론이고, 삭제가 된다고 하더라도 온라인 공간의 특성상 해당 촬영물이 언제 다시 유포될지 짐작이 불가능하다. 즉 삭제 지원은 피해 촬영물의 영원한 제거가 아니며, 피해가 일어났을 때 대처하는 사후적 조치이다. 이러한 삭제지원의 한계를 고려하였을 때 과연 여러 지자체의 사이버 성폭력 근절을 위한 예산이 시민 모니터링단에 집중되는 것이 최선인지 의문이 남는다.



 이런 사업들을 민간에 일임하고 있는 지자체들은 사이버 성폭력의 본질과 특성을 과연 이해하고 있는가. 선제적인 플랫폼 모니터링은 분명 필요하지만, 사이버 성폭력의 피해 지원은 영상물을 삭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피해경험자가 일상으로 돌아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제 모니터링 혹은 삭제 지원을 넘어 사이버 성폭력에 대항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상상해야 한다. 시민들은 그 상상의 힘을 가진 운동 주체로서의 잠재력이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이 있다면, 피해촬영물 모니터링은 훈련된 인력에 의해 이뤄질 수 있도록 공적 시스템화 하면서 사이버 성폭력 근절을 함께 이야기할 공론의 장으로 시민을 이끄는 것일 테다. 나날이 거대화될 뿐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사이버 성폭력은 국가의 개입 없이는 근절될 수 없다. 정부와 지자체가 하루 빨리 사이버 성폭력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폭력의 기저가 작동하지 않을 수 있는 궁극적인 정책 비전을 제시하기를 바란다.



2021. 5. 28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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