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군대 내 성폭력 사건의 미흡한 대응을 규탄한다 -성폭력 가해자의 도피처가 아닌 성평등 조직으로-

한사성
2022-01-13
조회수 298

최근, 군 내에서 성추행 피해를 겪은 피해자가 죽음에 이른 사건이 있었다. 피해자는 사건 이튿날인 3월 3일에 피해 사실을 해당 부대 지휘관에게 신고했으나 이 과정에서도 피해자는 광범위한 은폐, 회유 제안에 시달려야 했다. 공군은 이틀  후에 피해자를 조사했으나, 피의자에 대한 조사는 그로부터 12일이 지난 후에야 개시했다. 피해자가 피해 당시의 차량 블랙박스 파일을 직접 제출하였음에도 군은 피의자에 대한 조사를 미뤘으며,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조치도 제대로 취하지 않았다. 심지어 가해자의 아버지와 군 내 책임자가 피해자에게 ‘없던 일로 하자’, ‘살면서 한 번은 겪을 수 있는 일’, ‘가해자의 인생을 생각해서 용서해라’와 같은 2차 가해 발언을 한 것이 피해자의 사망 이후에 밝혀졌다. 



피해자의 죽음은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극단적인 선택’으로서의 자살이 아니었다. 한순간에 벌어진 납작한 선택이 아닌, 안일한 군의 태도가 불러일으킨 사회적 타살이었다. 이러한 사건이 있고 지난 5월, 다른 공군 부대에서 남군 간부가 여군 숙소에 무단침입해 불법 촬영을 저지르다가 적발된 사건이 있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해당 부대의 군사경찰이 확보한 가해자의  USB와 휴대전화에서는 다량의 불법 촬영물이 발견되었으며, 특히 피해 여군들의 이름이 폴더명으로 정리되어 있었다. 피해자가 다수로 추정되고 사건의 정도가 심각했음에도 군은 가해자의 전역이 얼마 남지 않았고, 전출시킬 부대가 마땅치 않다는 핑계를 대며 어떠한 징계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군대 내 성폭력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음에도 군은 여전히 개선의 여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2019 군대 내 인권상황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부대 내 성희롱, 성폭력 관련 고충이 제기되었을 때 공정한 절차에 따라 처리되고 있다’는 문항에 긍정적으로 답한 여군의 비율은 48.9%에 그쳤다. ‘공정하고 책임 있는 가해자 처벌이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문항에 ‘그렇다’ 또는 ‘어느 정도 그렇다’고 답한 여군은 41.6%에 달했다. 군인을 보호하고, 군대 내 범죄를 적극적으로 처벌해야 할 의무를 졌음에도 군은 그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군은 수직적 위계로 이루어진 조직이다. 철저히 계급과 직위가 나뉘고 ‘상명하복’이 미덕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군인이 여성일 경우 그의 직급이 어떻든 상관없이 성폭력은 발생한다. 공군 전·현직 여군  부사관 39명 중 25명(64.1%)가 ‘근무 기간 중 다른 군인으로부터 성범죄 피해를 직접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34명(87.2%)가 ‘다른 동료나 부하들의 피해를 목격했거나 피해 사실을 들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많은 전·현직 여군들이 말하듯 ‘여군의 적은 남군’이라는 말을 군이 반박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군의 성범죄에 대한 안일한 태도는 성범죄를 저지른 유명인들이 ‘자숙’을 언급하며 군대로 도피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예시가 클럽 ‘버닝썬’ 사건의 주범인 승리(이승현)이다. 그는 성매매 처벌법 위반,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조사를 받던 중  입대했고, 그의 재판은 군사법원으로 이관되었다. 국방부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0년 6월까지 군형사사건으로 입건된 성범죄 사건 총 4,936건 중 기소된 사건은 2,173건(44%)에 그쳤으며, 이 중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175건(10.2%)에 불과했다. 이러한 통계는 군대 내에서 만연한 가해자중심적 태도를 보여준다. 성범죄를 저지른 유명인들이 군대로 도망가는 태도가 결코 우연일 수 없다는 것이다.



군은 가해자를 보호하고 피해자를 비난할 것이 아니라, 이전에 군이 약속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와 같은 성범죄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 피해자에게 용서를 ‘강요’하는 것을 멈추고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가해자에게 그가 저지른 범죄에 합당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 이러한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군의 성인지감수성 강화와 남성중심적 문화 개선이 필수적이다. 군대 내 성차별적 병영문화 개선과 성평등 조직문화를 촉구한다. 언제까지 군대가 성범죄자의 도피처가 되도록 내버려둘것인가. 6월 8일 국방부 대변인이 정례브리핑에서 발표했듯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성역 없이 수사하여’ 진상을 규명하고 가해자 및 책임자를 엄중히 처벌하라.



2021. 6. 10.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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