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명 서]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의 정보유출 문제와 공동행동의 대응 과정에 대한 성찰과 결의

한사성
2022-01-13
조회수 383


지난해 12월 30일, 서울북부지방검찰청이 박원순 전 서울특별시장 피소 사실 유출과 관련한 고발 사건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검찰은 여성단체로부터 관련 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고 이에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이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이하 한사성)는 공동행동 집행단위의 하나로서 이 사안에 대한 비판과 문제의식에 통감합니다. 그동안의 활동에서 미흡했던 점을 반성하며 성명을 발표합니다.



[여성단체로부터 정보가 유출된 문제]
 그동안 여성운동이 정치적으로 세력화하는 방식 가운데 하나는 민주당의 비례대표로 국회에 진출하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여성의원이 여성주의 정치와 민주주의 정치를 실현하겠다는 사명을 품고 당에 속해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최소의 여성주의조차 배반하는 사례이자 기득권 정치에 부끄러움 모르고 타협한 참담한 역사로 기록될 것입니다. 피해자 편에 서서 위력과 싸우기는커녕 민주당과의 이해관계에 얽혀 여성단체 활동가가 여성계 출신 국회의원에게, 그가 서울시 젠더특별보좌관에게 피해 사실을 퍼뜨린 것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일입니다.
유출 사건의 당사자인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그 위치와 역할에 맞는 책임을 져야 합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를 지낸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비겁한 자기변명을 그만두고 온당한 책임을 지십시오. 임순영 젠더특별보좌관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이 사건은 판단을 잘못한 개인의 문제라고만 말할 수도 없고, 모두의 문제라고 뭉뚱그려 말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각자의 위치와 역할에 주어진 무게만큼 져야 할 책임이 있을 것입니다. 한사성도 마찬가지입니다. 뼈아픈 반성으로 이 문제를 직시하며 여성운동의 역할과 사명, 정당과의 관계 들을 깊이 생각하겠습니다.



[공동행동의 대응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의 피해지원 단체를 비롯한 공동행동이 무척 숨 가쁘게 달려오며 대응했음을 압니다. 원칙과 가치를 고민하는 와중에 중요한 선택과 결정이 끊임없이 진행됐습니다. 그러나 공동행동에서 유출 사건에 대한 논의가 투명하게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렇다 할 대응도 없었다는 데 문제의식을 가집니다. 공동행동의 집행 단위로서 그동안의 과정을 반추해봅니다.



1) ‘진상규명 촉구’가 공동행동의 주요한 의제인데도 유출 사건에 대해 묵인한 것
공동행동은 2020년 10월 15일에 출범했고 집행단위는 한사성을 포함한 8개 단체입니다. 피해지원을 맡은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 외 단위의 대표단은 10월 12일에 여성단체로부터 정보가 유출됐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공동행동은 진상규명 촉구와 2차 가해 방지를 주요 의제로 활동했습니다. ‘진상규명’ 안에는 분명히 유출 문제도 포함됐을 것입니다. 그 당시에는 유출 경로를 정확히 모르고 수사 중이었으므로 대응하기가 조심스러운 상황이었으나, 유출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일단 인지했다면 한국여성단체연합을 공동행동에서 배제하는 것 외의 추가적 대응이 있었어야 합니다. 이 일이 왜, 어떻게 발생했는지 치열히 토론했어야만 합니다. 이 과정 없이 여기까지 이르러 얻은 것은 사안을 묵인했다는 오명뿐입니다. ‘우리 편 지키기’로 보이는 이 같은 방식이 유출 사건류의 일을 발생시키는 경로가 된 것은 아닐지 돌아봅니다. 한사성 역시 공동행동 집행단위로서 역할을 충분히 해내지 못했습니다. 이를 깊이 반성합니다.



2) 사건의 주요 정보를 제대로 공유하지 않은 채 연대단위를 확장한 것
공동행동은 사건 대응에 힘을 싣기 위해 연대단위를 확장해 현재 289개 단체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집행단위 대표단에게 유출 사실이 공유된 10월 12일 이후, 몇 차례 대응 논의를 해왔으나 연대단위에는 유출 사실을 공유하지 않았습니다. ‘성평등 민주주의 실현’이라는 공동행동의 의제가 내부에서부터 실현되지 못한 것입니다. 연대단위를 이 운동에 함께하는 동지로서 여긴다면 해서는 안 됐던 선택입니다. 유출 사건은 활동가의 자긍심을 상처 입힐 만큼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러니 곪은 것이 잘 터져 아물도록, 뜨거운 공론장을 만들어 성찰하는 연대와 운동이 필요했습니다. 유출 사안 자체만이 아니라 공동행동의 대응에 더욱더 실망하는 분들이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집행단위로서 날카로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검찰 발표를 통해서야 유출 사실을 확인하셨을 모든 연대단위에 사과드립니다.



3) 한사성 동료들에게 사안을 알리지 않고 단체의 입장을 만들지 않은 것
공동행동 대표단 회의에서는 유출 사안을 보안하기 위해 단체 상근 활동가들과도 이를 공유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이후 한사성 대표와 사무국장은 고민 끝에 11월경 단체 운영단위까지 우선 공유하고, 검찰 발표 이후에서야 모든 활동가와 상황을 공유했습니다. 단체의 연대활동에서 일어난 이처럼 중요 사안을 동료들에게 비밀로 부치고, 문제점들에 대한 단체의 입장을 만들지 못한 것을 아프게 성찰합니다. 하나하나의 운동 주체가 모여 한사성을 이루며, 따라서 한사성은 독립적인 입장을 가진 주체로서 공동행동에 함께해야 했습니다. 이를 간과한 것을 부끄럽게 느끼며 내부 토론을 거쳐 성명문으로 입장을 모으게 되었습니다.



한사성은 지금 이 순간을 위기로 여깁니다. 쇄신을 일으키는 파도를 맞아 물은 계속 흘러야 합니다. 활동가는 진실로 나아가고자 하는 열망과 연대의 힘에서 동력을 얻는다고 생각합니다. 한사성의 활동을 지지하는 분들,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해결에 함께하는 분들, 공동행동의 행보를 응원한 분들 그리고 여성단체를 믿고 용기 내어 도움을 요청한 피해자에게 그간의 과오를 사과드립니다.
한사성은 계속해서 공동행동 집행단위로 남아 주어진 역할을 다하고 남은 과제를 풀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저버린 신뢰를 회복하고 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이 무거운 책임을 어떻게 충실하게 질지 부단히 고민하겠습니다. 거대한 파도가 위기를 넘어 바위를 부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지켜봐 주십시오. 많은 질타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2021년 1월 14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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