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번방 방지법 통과, '갓갓'의 검거를 환영하며 - 총알은 장전되었다]

4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일명 ‘n번방법’이 통과되었다. 여기에는 성착취 영상물에 대한 소지, 구입, 저장, 시청 행위에 대한 처벌, 촬영물을 이용한 협박에 대한 처벌, 강간 예비음모 처벌, 의제강간 연령 상향, 범죄수익 추징, 촬영물이나 복제물의 유포에 대한 처벌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성매매 대상 아동 청소년을 피해 아동 청소년으로 규정하여 보호하는 개정법, 피해 아동 청소년 지원센터 설치와 운영에 대한 근거, 13세 미만 대상 간음과 추행에 대한 공소시효 배제에 관련한 법도 함께 담겼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5월 11일에는 문형욱(갓갓)이 검거되었다. 문형욱은 텔레그램을 이용한 성착취 범죄 중에서도 범죄수법이 악랄했던 ‘n번 방’을 처음 개설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한사성은 그간 텔레그램 모니터링을 하면서, 문형욱이 '나는 절대 안 잡힌다'는 확신을 드러내는 것을 여러 번 목격했다. 사회성과 상식이 부족한 탓에 자신의 범죄 수준이 치밀하다고 착각한 것이겠지만, 그 근간에는 '야동'에 관련된 것이 그리 중범죄가 아니라는 인식이 있을 것이다. 텔레그램 성착취방을 모니터링하던 사람들은 수많은 성범죄자들이 그와 비슷한 말을 반복하는 것을 보아왔다. "경찰들도 어차피 다 야동 본다. 실적도 안되고 의지도 없는데 왜 잡겠냐." "텔레그램이라서 잡히지도 않지만, 애초에 그냥 야동 보는 걸로는 안 잡는다." "아청물만 좀 조심해라. 신체 건강한 남자가 국산 야동 보는 거 문제 삼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의기양양하던 '갓갓'은 잡혔다. 방을 직접 개설했던 성범죄자들의 검거와 재판이 줄을 잇고 있다. 불법촬영물에 대한 소지죄가 신설된 이상, '남자가 국산 야동 좀 보는 게 죄냐'는 허튼 소리에는 '법률상 명백한 범죄이다’라는 대답을 듣게 될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의 현실은 그들이 말한 바에 더 가까웠다. 4년 전 한사성이 불법촬영물 소지죄의 필요성을 토로할 때, 입법관계자와 법률전문가들은 ‘한국 남성을 모두 죄인으로 만들란 말이냐’며 과잉입법이라는 반응을 보이곤 했다. 불법촬영물과 비동의유포물이 ‘야동’으로 소비되고 ‘야동’이 ‘남성불가침영역’인 사회에서, 찍지 말고 보지 말라는 여자들의 목소리는 바스라지는 것 같았다. '직박구리 폴더’와 ‘ㅇㅇ녀’가 농담인 사회에서, 여자들은 n번 방의 탄생을 지켜보고 있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 우리들의 예정된 승리에 관해 말해왔다.
이번 ’n번방법’과 ‘갓갓’의 검거로 우리가 원했던 세상이 도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네임드’가 아닌 기십만명의 텔레그램 성범죄자들이 남아있고, 우리는 아직 그 이름들을 모른다. 불법촬영물 소지 형량이 기껏해야 최대 3년이라는 점은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는 분명한 진일보이다. 그러나 이는 분명한 진일보이다. 그리고 그것은 혜화역에서, 각 SNS에서, 각자의 삶의 영역에서 싸워온 사람들의 몫이다. 불합리한 청원 시스템에라도 매달리며 서로 독려했던 사람들, 안되는 것을 알아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 텔레그램 총공에 참여했던 사람들, 더딘 변화에 힘들어 하면서도 해시태그를 만들어 올렸던 모든 사람들은 언제까지나 승리해나갈 것이다.
여전히 우리는 우리의 승리가 예정되어 있음을 확신한다. 우리에게 승리란 공고한 남성사회를 깨부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막, 총알이 한 발 더 장전되었다.
* 작년 1월 24일, 대한민국 국무조정실·국무총리 비서실 SNS 계정에 ‘직박구리 폴더의 비밀’ ‘ㅇㅇㅇ직캠.avi’, ‘ㅇㅇㅇ몰카.avi’ “누구나 한번쯤 간직했던 비밀의 폴더 직박구리, 그 안을 보면…”이라는 문구가 담긴 만화가 올라왔다 삭제되었다.
** 불법촬영물의 장면이 포함된 유머 게시물이 ‘한국 남자라면 아는 영상’등의 제목으로 SNS에 자주 게재되고 있다.
0
0